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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7) 그래도 물로 보시렵니까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9 조회수1,009 추천수3 반대(0) 신고

 

물과 불중에서 굳이 가리라고 한다면 누가 더 위력이 클까?

불은 삽시간에 모든걸 태워 없애고 물은 모든걸 삽시간에 휩쓸어가 버리니 그 위력의 막강함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나 흔히 하기 쉬운 말로 불같은 사람은  화끈하다 하고 물같은 사람은 싱거운 사람쯤으로 치부한다.

누가 쉽게 맹물같은 사람이란 표현을  썼는가!

누가 쉽게 자기를 일러 물로 보지 말라는 표현을 썼는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물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과의 전쟁을 치뤄본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쉽게 말 못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라!

그 물의 위력에 놀라고 말 것이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도 아마 물의 위력을 보여준 영화로 기억하고 있는데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영화 (타워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폴 뉴먼과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그 영화에서 고층 매머드 건물의 팔십몇층에서 일어나는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끄지 못하던 화마를 스프링 쿨러인지 뭔지를 터뜨려 간신히 불을 끄는걸 보면서, 불은 꺼졌으나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벼락에 몇몇 사람은 사정없이 휩쓸려 떠내려가 죽는 것을 보면서 불보다 무서운게 물이라는걸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처럼 활활 타는 뜨거운 열도 없고 공포스런 붉은색도 없어 부드럽고 무색 무취인 물을 보고 사람들은 겁없이 우습게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밥은 굶어도 어느 정도 버티지만 물을 못먹으면 얼마 못가 죽고 만다.

물은 생명이다. 그래서 아주 고대로부터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마을이 형성되고 도시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물이 흔하고 곳곳마다 맑은 물이 있는 행복한 나라다. 물론 예전에 가뭄이 심해 천수답은 애타게 비를 기다리다 못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지만 사막을 생각해보라!

내 둘째 남동생은 20대 30대시절 사우디 아라비아에 건설회사 기술자로 수년간 가 있을때 너무 더워 차거운 얼음 물을 하도 많이 마신 탓에 사십대에 틀니를 할만큼 치아가 결단났다. 물도 그 나라는 석회수가 섞인 물이라 마실 수가 없어 외국에서 사다 마신다고 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한 것도 우리나라 기술자였다. 그 모래땅 사막의 나라에 물을 끌어오는 대수로가 건설되었을때 그 나라 국민들의 감격은 어땠을까?

 

노아의 방주를 생각하면 또한 물의 위력을 알 것이다.

성서엔 사마리아 여인이 물긷는 우물에서 예수님과 만나는 대목이 나온다.

우물은 물을 뜻하고 물은 그만큼 소중한 생명의 근원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수님 시대의 그 땅 또한 얼마나 척박하고 물이 귀했겠는가?

고려를 세운 왕건도 우물가에서 부인이 될 유씨처녀를 만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은 뭔가 신비롭고 위대한 힘을 내포한 존재로 상징된게 아닌가 싶다.

 

나는 물과의 지독한 인연이 있다.

아주 지겨운 기억이다.

24년전에 이사온 집이 처음부터 말썽이었다.

비가 오면 벽에서 물이 새어 방으로 물이 떨어졌다.

무슨 황희정승이라고 물동이가 아닌 프라스틱 그릇을 갖다 놓고 물을 받아야 했다.

부실공사였다.

2년쯤 지나자 이젠 윗층 화장실이 새어 우리집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머리 위로 물이 뚝뚝 떨어질 때도 있고 주방 천정에서도 물이 새어 떨어졌다. 도배는 엉망이 되고 습기는 차고 윗층 사람과 수리문제로 싸우기도 수차 했다.

그러더니 세월이 조금 더 지나자 지하실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보일러가 물에 잠길까봐 억수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엔 밤새 잠도 못자고 식구마다 바께스를 들고 지하실을 오르내려야 했다. 해마다 장마가 무서웠다. 나중엔 기운이 빠져 도저히 물바께스를 들고 지하계단을 오르내릴 수가 없어 양수기를 사서 돌렸지만 그역시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하는건 여전했다. 방수를 해도 소용없었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비가 새는 꿈을 꾸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을까! 그래도 집을 팔고 이사가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그러니 물이 원수였다.

재건축이 된다 했을때 제일 속시원했던 것이 이젠 장마가 져도 걱정없겠구나였다.

이젠 8층 꼭대기에 앉아있으니 지하실에 물 찰 걱정은 없다.

방에 물 새는 꿈도 이젠 꾸지 않는다.

 

그렇게 물로 인해 고통을 당했어도  물은 여전히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는 평소에 너무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아낄줄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쯤 세월이 가면 우리나라에도 물부족 현상이 올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돈을 물처럼 쓴다는 우리의 속담도 그때 가서는 불가피하게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를 우습게 보는 사람에게 (나를 물로 보지마라)는 말도 아마 없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너무나 우리는 물의 귀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이 아닐까?

물의 위력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물이 언젠가는 인간을 강타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물의 기근이 노아의 홍수처럼 덮쳐와서 인간을 말려죽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물을 흔전만전 쓰다가는 말이다.

물을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물에 관한 묵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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