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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내가 미울 때 , 아! 내가 미울 때
작성자이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9 조회수1,306 추천수8 반대(0) 신고

항상 그러하지만 아내와 별 볼일 없는 것 갖고 다툼이 있었다.

다툼이라는 것이 늘 그러하지만 무슨 말 또는 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자존심이 구겨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렇게 끝나는 해피엔딩(?)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을 어덯게 풀어야 이 다툼을 원만히 넘어갈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하루가 흘렀다.

어제 미사 복음에 나왔던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마태 5.23-24) 의 말씀을 떠올리면서도 막상 화해를 청하고 용서를 구하기에는 그 이치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문득 어떤 쉬는 교우 댁에 가정방문 기도를 드렸던 때가 생각났다.

남편은 희귀한 병('스티브 존스'병이라고 했던가?)에 신장병까지 겹쳐 죽음을 오가곤 했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하루에도 한시간씩 4번을 집에서 투석을 해야하는, 신장 이식수술을 받으면 그래야 그나마 10년정도 생명이 연장되는, 그러면서도 직장일을 해야하는 집안이다.

그 분 아내가, "이 사람이 아프다고 아무 일 못하고 놔두기만 했더니 점점 더 병이 깊어지는 것 같아 남편이 가족을 위해 집에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애들도 집안을 위해 알아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 등 역할분담을 하고 아파서 의기소침 된 남편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며 용기를 주었더니 그나마 남편이 이렇게 병세가 호전되었다" 라는 말씀을 주셨을 때, 내가 신앙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그 가족을 위해 기도도 하고 주님말씀도 전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성당을 10년째 안다니는 그 자매님의 말씀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내가 주님말씀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면서 사소한 것에도 주님을 의심하고 나의 육적인 판단에 스스로 더 큰 비중을 두는 저와 비록 성당에 나가지 않고 주님말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랜 투병생활을 간호하느라 속에 지칠대로 지친 속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매님을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정말 우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평상시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나 하고 생각 했더니 그렇지만도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을 때, 아내에 대한 나의 투정은 내가 남편으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채워져야 하는 우월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잘난 자존심때문에 말을 않고 있다가 어제 밤 용기내어, 아내에게 쓸데 없이 화를 내어 미안하다고 용서를 청했을 때 아내도 제게 투정 부렸던 것이 건강을 위해 술을 억제 하라고 했지만 그것을 못지키는 제가 미워서 그렇게 말을 한거라며 제 건강을 오히려 챙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예뻐 보여서 사순절에 금육하는 날인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거라고 제가 사왔던 고기에 포도주를 같이 나누었습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역시 주님말씀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그분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떤 주교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다. 그러나 더욱 먼 길은 손까지이다. 알고 이해한 것을 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내가 미웠던 것이 아니라 제 욕심만을 채우려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던 아! 내가 미운 사람임을 알게 되었을 때 주님은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안에 같이 숨쉬고 계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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