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8) 훈화와 묵주기도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1 조회수1,534 추천수5 반대(0) 신고

 

처음 영세받던 그 해에 누군가에게 이끌려 레지오에 예비단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모든게 낯설고 생소하기만 했던 나에게 주회하면서 올리는 묵주기도는 어찌나 지루하게 느껴지던지 미사에 다니다 말다 하는 중에 레지오는 두세번 나가다 그만 두게 되었고 묵주의 기도는 제대로 바쳐보지도 못한채 냉담하고 말았다.

6년만에 다시 돌아왔을때 난 묵주 한개 없는 신자였다.

곧 레지오에 다시 들게 되고 벌써 햇수로 5년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묵주기도는 많이 바치지 못하는 단원이다. 우리 성당은 지금 성전건축을 하고 있어 레지오에서는 의무적으로 공동 활동배당으로 매주 주회때마다 묵주의 기도를 몇단 바쳤는가를 보고받아 적는다. 요즘은 레지오 도입 50주년을 위한 기도와 파푸뉴기니아에 간 신학생을 위한 것까지 세 가지의 지향을 가지고 바치는 기도를 받아 회의록과 단장계획서에 기록한다.

 

90이 다 되어가시는 할머니와 팔순이 되신 어르신들께서는 매주 150단에서 200단이 넘는 기도를 봉헌하는데 난 항상 꼴찌였다. 일주일에 이십단 바치는게 고작이었다. 너무 힘들어 체력이 딸려 도저히 묵주기도를 많이 바치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신부님께선 묵주기도는 체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잘라 말씀하셨다.

그래도 난 여전히 체력이 딸려 기도를 많이 못한다고 생각했다.

어느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다 잠이 안오니 묵주기도라도 바치자고 기운이 없어 누운채로 가슴에 묵주를 올려놓고 기도를 했더니 이게 완전히 수면제였다.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이 감기며 묵주가 스르르 떨어지는것을 잠결에 느끼며 꿈나라로 들어간다. 그래서 잠이 안오면 으례 묵주를 들고 자리에 누웠으니 기도량을 올리는데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단장이 되어 늘 꼴찌만 하니 단원들 보기에 민망하여 지난 한 주 작심을 하고 버스를 탔을때 성당을 오갈때 묵주알을 돌리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묵주기도 보고를 받는데 역시 어르신들은 150단 내지 200단이 넘는 보고를 하신다. 마지막으로 내가 50단이라고 하니 모두들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신다. 웬일이냐고?

파안대소하며 나도 따라 박수를 치면서도 얼마나 기도실적이 저조했으면 50단에 환호를 하겠는가 싶어 면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다짐을 해본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주회를 할때엔 묵주기도도 중요하지만  훈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순서다.

신부님께서 그날 해주신 훈화를 받아적어 단원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 해드렸는데 요즘 주회를 가정집에서 하는데다 평일미사에 못가는 날엔 레지오 월간지에서 발췌하거나 묵상방에서 좋은 글을 뽑아 요약해서 들려주곤 했는데 오늘 훈화는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 2월호에서 발췌했다.

(청원기도와 감사기도)라는 제목으로 안동교구 영해성당 주임신부님으로 계신 권용오 마티아 신부님이 써주신  글을 요약해서 단원들께 들려드렸다.

 

주님의 기도에는 일곱가지의 청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라고 합니다.

후반부에 가선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죄를 용서해 주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합니다.

청원기도를 통해 부족한 것을 하느님께 말씀드린다고 한다면, 감사기도는 이미 우리가 받아서 채워진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감사기도는 샘에 물이 넘치듯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면 저절로 나오는 기도일 것입니다. 우리가 감사기도를 바차자 못하는 것은 감사기도가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입으로만 감사하다고 말하는 기도는 하느님께 전달되지 못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감사기도를 잘 안 드린다고 한다면 하느님께 감사드릴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레지오 단원들이 바쳐야 할 가장 훌륭한 기도는 성모님께서 바치신 마니피캇과 같은 감사기도여야 합니다. 마니피캇, 즉 성모님의 노래는 기도문을 만들기 위해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감사기도를 진심으로 바치는 싦을 살도록 마음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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