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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의 치맛바람? (사순 제 2주 수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2 조회수1,044 추천수8 반대(0) 신고
 

                      어머니의  치맛바람? (사순 제 2주 수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부천 성가병원에서 원목생활을 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창밖으로 하얀 밀가루처럼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지난 한 해를 회상해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마태 20, 17- 28)을 묵상하다가 ‘제가 그동안 병원환자들을 위해 오늘 복음의 두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뜨거운 사랑과 모성애를 가지고 예수님께 간절히 청탁(?)을 해왔었는가?’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원목생활을 시작하면서 올린 글을 다시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어제부터 부천 성가병원에서 원목을 시작하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 병원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는데 많은 환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수녀님들이 참석했습니다. 미사중에 제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은 어느 할머니와 환자인 중년부인이었습니다. 미사중에도 그분들은 모녀간에 손을 꼭잡고 정성껏 미사를 드렸고 미사후에 병실로 돌아갈 때도 손을 꼭잡고 가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또 보기가 좋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들은 어머니와 함께 예수님을 찾아가 청탁(?)을 하였고 또 제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화를 냅니다.(마태 20,17-28참조) 아마 다른 제자들은 피해의식 혹은 질투에서 화를 내었겠지요.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모자를 보시고 "너희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라고 하시자 그들은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마치 마카베오 하권에서 한날에  순교를 하는 7형제와 그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요즘 자녀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교육열로 ’기러기 아빠’, ’까마귀 엄마’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천륜이요 또 하느님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이러한 사랑이 세속적인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천상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이어진다면 말입니다. 자녀들의 입시, 출세만을 추구하지 않고 하늘나라 입시 즉 구원을 위해 부모님들은 영적치맛바람을 많이 일으켜야겠습니다. 부모님들의 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을 수 있는 좋은 글이 있어 두 편(박윤경님의 ‘어머니의 손가락’과 최은혜님의 ‘어머니의 한쪽 눈’) 을 퍼드립니다.>

 

                                      <어머니의 손가락>


  내가 결혼 전에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되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문 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더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오셨구요.."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얘가...제 딸아이예요...예..옛날에..그니까..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다행이 네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근데....네...네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다음달에 우리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사위될 녀석...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그래도 어디 그런가요..이 못난 에미.....보잘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게..이 못난 에미 바램이예요...그래서 말인데....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요?"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채..

  "그럼요..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한쪽 눈>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다.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얘야, 두 눈을 다 너에게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나의 장님 몸뚱이가 짐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는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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