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항 (금붕어 한마리)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3 조회수766 추천수3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우리 집 어항의 물을 갈아 주었습니다.

물 갈아 주는 작업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커단 물고기를 꺼낼 수가 없어 호스를 이용해 물을 빼내야 하는데 찌꺼기도 다 안빠져 나오고 고기들 때문에 어느정도 물도 남겨 두어야만 했습니다.

3분의 2정도의 물밖에 안 빼냈는데도 깊이가 꽤 깊은 아주 커다란 통으로 두번이나 버리느라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어항의 식구는 남자 어른 손만큼은 될 커단 열대어 두마리, 그리고 작은 금붕어 한마리, 또 형님 동생들이 응가싼 것 먹어치우는 (이름 모름) 까만 물고기 한마리가 살고있는데 작년에 울 아들 친구가 자기 집에 어항이 작아서 못 키우겠다고 제게 선물한 것입니다.

열대어랑 금붕어는 물 온도도 달라야 하는데 얘네들은 두리뭉실 잘 어울려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래 열대어의 먹이로 새끼손가락보다도 더 작은 금붕어들을 사다 넣어 준 것이라는데 그 중에 한마리가 잡혀먹히지 않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혼자 쓸쓸해하는 것이 안되보였는지 울 막내녀석이 금붕어 한마리를 사다 넣어 주었는데 어느새 새식구가 된 금붕어를 열대어가 쓱싹해버려 얼마나 마음아파 했는지 모릅니다.

벌써 우리집에 온지도 4개월이 되는 고기들을 매일 보니까 잘 모르고 있었는데 가끔 오시는 분들이 자랐다고 하십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많이 커져 있습니다.

우리 금붕어 한마리는 정말 웃깁니다. 따로 밥을 안 주는데도 열심히 잘 찾아먹습니다. 열대어가 먹다 남긴 부스러기들을 먹으며 눈치껏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있는 시간이 무료할 때면 어항속의 고기들은 뭘 생각하고 살까? 하며 많은 시간을 같이 해보곤 합니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금붕어는 커다란 열대어가 있는 쪽에는 가지를 않았습니다.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잘도 피해다녔습니다.

물을 갈아 줄때 다 빼내지 못한 물때문에 새 물을 넣어주는 과정에서 어항속은 아래에 가라앉은 찌꺼기들 때문에 무척이나 더러워 보였습니다..

한참 후에야 찌꺼기들이 다시 가라앉아 맑게 보였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보자니 물고기들이 참 불쌍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불쌍해 보였나봅니다.
다 빼내지 못한 찌꺼기처럼 내 마음에도 남아있는 찌꺼기 마음도 불쌍하게 보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주만 있다면 구조가 이상한 어항의 윗 부분을 잘라내고 더러운 물을 다 빼내주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빠져나가기를 힘들어 하는 내 마음의 찌꺼기도 다 빼내보고 싶기만 합니다.

늘 비운다 비운다 하면서도 또다시 남아있는 마음의 앙금을 그대로 가라앉히고 마는 내 마음을 휘집어 본다면 아마도 깨끗한 마음은 더러움에 가려져 어항의 물처럼 깨끗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 괴롭습니다. 난 분명히 남의 손에 의해서 가려져야 할 물고기도 아닌데 이렇게 맘을 비우지 못하고 있으니 한낱 물고기만도 못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나 봅니다.

요즘 우리 금붕어가 아주 배짱이 좋아졌습니다. 이젠 좀 커졌다고 슬금슬금 커다란 열대어 가까이에 잘도 다가갑니다..

커다란 열대어도 그런 금붕어를 본체만체 하고 있습니다. 같은 식구라고 이젠 잡아먹을 생각을 안하고 있나 봅니다.

온갖 시련을 뛰어넘었을 금붕어를 바라보니 더욱 정감이 갑니다. 하지만 성큼 큰고기 옆으로 다가가는 금붕어가 건방져 보이기도 합니다.

왠지 모르게 금붕어가 나랑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건방진 마음으로 성큼 성큼 겁없이 주님을 바라보는 꼴은 아닌가 ? 하는 그런 마음에 어제밤 잠자리가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열이 나고 있습니다. 감기도 아닌데 자꾸 열이나니 아마도 마음이 약해져가고 있나 봅니다.

오늘은 나의 마음을 잘 정리하므로서 또하루의 사순시기를 잘 보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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