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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80) 아침 햇살 고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5 조회수906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5년2월25일 사순 제2주간 금요일ㅡ창세기37,3-4.12-13ㄱ.17ㄴ-28;마태오21,33-43,45-46ㅡ

 

        

     아침 햇살 고운

                             이순의

 

 

간밤에 전화 한 통은

보름간의 싫증을 몰아내고.

 

아침이 분주했다.

삶지 않은 나물은

갑자기 

조물락거릴 수 없지만

오곡의 찰밥을 하는데는

그다지

복잡할 것이 없었다.

 

단단한 콩과 팥은

따로 냄비에 담아

보골보골 끓여서 불리고

차조랑 수수랑 찹쌀은 

빡빡 문질러 행구어

물에 담그고

냉동실 은행알은 꺼내서

찬물에 행구고.

 

찹쌀에

콩, 팥, 차조, 수수, 은행!

다섯가지다.

오곡의 구색은 갖추어

밥을 앉히고

맛나게 익었다.

아들이 먼저먹고

맛있다고 한다.

공부하러 가고.

 

지금 기다리고 있다.

생활비 드리려고 찾아 놓은 수표가

말라서 지처있다.

임자를 찾아서 가야할 여정에

종이도 지루했든가 보다.

쓰시라고 드리는데

쓰시라고 드리는데

어떻게 다 쓴다냐고.

그래서

감해볼 요량이면

안색이 변하시고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시다.

그냥

받아서 만족인가보다.

 

17~8년 일하신 분의

남겨진 보람은 거의 없다.

먹고살고 입고살은 것이

전부였던가 보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은

텔레비젼에 나와

소리를 소리를

질렀던가 보다.

울분을 울분을

토했던가 보다.

 

가방 수색을 피해

꼼쳐오셨을

자동차 타이어 만한 휴지

몇 통!

그것이

비정규직으로 일생을 살아오신

분의

채움이었던가 보다.

줄것이

며느리 집에

놓고 갈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도

그것이라도

있으셨으니 다행이다.

얼마나 다행이다.

 

찰밥이

익었는데

햇살이

중천을

넘어서는데

기다려지는 기다려지는

어머니는 오시지 않고!

또 집을 못 찾고

낯선 골목 구경을 마쳐야

현관앞에 서시려는가.

 

기다리는 수 밖에.

오늘 아침의 햇살은

차암~

고왔다.

좀 더 일찍 전화 드릴 걸!

이렇게!

 

ㅡ화답송; 주님께서 하신 묘하신 일들 마음에 품어 생각하여라.시편104,5ㄱ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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