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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시궁창
작성자김성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6 조회수760 추천수3 반대(0) 신고

시궁 창

 

세제에 쓸리어
내려오는
온갖 더러운 땟물을
조용히 받아 드립니다.
똥물 기름 물 설거지 물
제 얼굴에 뒤집어쓰고
태연히 그 것들을
섞어내어 흙 속으로
좋은 양분을 내려보내
지렁이들과 각종 미생물의
낙원을 만듭니다.

 

더러는 지저분하다고
지나가며 가래침을
뱉습니다.
더러는 더럽다고
고개를 돌립니다.
더러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막습니다.
더러는 저런 시궁창이
왜 있어야 해
시멘트로 포장을
해 버립니다.
그래도 아무 불평 없이
제 운명을 받아 드리며
여전히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오물을 걸러내고
땟국들을 흡수하고
영양분이 많은
물을 아래로
흘러 보냅니다.
시궁창을 거친 물은
미나리 깡에 머물러
미나리들을 탐스럽게
자라게 합니다.
그리고 논으로 흘러들어
벼들을 잘 자라게 합니다.
강물로 흘러 들어
물고기를 자라게 하고
바다로 흘러 들어
소금을 만들게 합니다.


2005년 2월 26일

사순 2주간 토요일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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