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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혜로운 만남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26 조회수978 추천수14 반대(0) 신고
 

2월 27일 사순 제3주일-요한복음 4장 5-42절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은혜로운 만남>


최근 필리핀 한 오지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한 형제의 체험을 들으면서 우리 인간에게 있어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는 봉사대원들과 필리핀 한 피정집에 잠시 머물면서 그곳에서 봉사하는 한 자매님을 만났답니다. 그렇데 그 자매님이 그렇게 진국이었답니다. 그래서 열악한 봉사체험 기간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그 자매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그 자매님은 그 어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한 마디 불평불만하지 않고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었답니다. 너무도 무리한 요구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번 해보도록 노력하지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었답니다. 정말 ‘열 받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지요. 한번 해결책을 찾아보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답니다.


그 어떤 절박한 상황, 난처한 상황 속에서도 어두운 표정 짓지 않는 자매님, 그 어떤 괴로운 사건 앞에서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환한 얼굴을 유지하는 자매님, 혼신을 다해 바로 앞에 있는 이웃에게 정성을 다하는 자매님을 통해 또 다른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자비란 다름 아닌 바로 그 인간을 향해 우리가 기울이는 정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심리기법, 보다 원만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곤경에 처한 한 인간을 돕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이 모든 것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형제를 위해 기울이는 정성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바로 내 앞에 있는 한 인간을 향해 기울이는 지극한 정성과 손길, 아마도 그것인 듯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땅을 지나가시다가 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납니다. 여인에게는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마음 한가운데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지독한 사랑의 갈증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그 허전함과 갈증을 채우려고 여인은 끊임없이 이 남자 저 남자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남자를 다섯 명이나 바꿔보았지만 그래도 여인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동네 사람들은 그 여인의 문란한 사생활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그 여인을 만날 때마다 얼굴을 피한다든지 멀찍이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저런 더러운 여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지금 남편이 도대체 몇 번째야?"


그래서 그 여인은 여간해서는 밖으로 나다니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물 없이는 살수가 없었기에 사람들이 물 뜨러오는 아침저녁 서늘한 시간을 피해 뜨거운 한낮에 물을 길으러 온 것입니다.


그렇게 그 여인은 예수님과 운명적 만남을 가집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그 가련한 여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여인의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죽음과도 같은 갈증을 채워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상하신 예수님과 '참 만남', '일생일대의 은혜로운 만남'을 통해 여인은 서서히 자신이 처한 비참한 실상을 파악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채울 수 없는 갈망을 채워주실 분이 바로 자기 앞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이야말로 제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이십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우리 삶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만났다는 점에서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분은 아무리 퍼내도 언제나 시원한 샘, 영원한 구원의 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우리 인생의 여러 길목에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자신의 실상을 파악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우리에게 건네주시려고 시원한 샘물이 가득 담긴 물동이를 손에 들고서 말입니다.


너무나 돌고 돌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예수님을 찾게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도 불행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진면모를 한 순간이라도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우리는 훨씬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번 사순절,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한번 예수님과 은혜로운 만남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예수님 그분과 '참 만남'으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삶을 스치는 순간, 우리 인생은 점화된 촛불처럼 의미와 활기를 지니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자취가 우리 삶에 각인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번 영적 여정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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