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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결국 사랑입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1 조회수1,276 추천수16 반대(0) 신고
 

3월 2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마태오 복음 5장 17-19절

“나는 율법을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결국 사랑입니다>

오래 전 저희 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아이가 한명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에 한 선생님이 그 아이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한 분이었고, 예방교육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는 분이었기에, 그 아이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녀석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모든 것에 짜증내는 아이, 뭐라고 말을 붙여도 안들은 척 딴청을 부리는 아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너무도 귀찮았던지 선생님을 확 밀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의자와 함께 뒤로 나가 떨어져버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소리는 났지만 별로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순간 선생님이 꾹 눌러 참았다는 것입니다. 분노하거나 야단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조용히 상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오히려 그 아이가 전전긍긍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불안초조해하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그 다음날 점심시간, 아직도 불안이 채 가시지 않은 아이 옆으로 다시 그 선생님이 다가가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식탁 밑으로 뭔가를 건넸습니다. 아이에게 보내는 간단한 편지였습니다.

“**야, 내가 널 귀찮게 해서 미안해. 난 그저 네가 좋아서, 네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어제 일은 이제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 한번 지내보자.”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 펼쳐든 순간, 아이는 너무나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아이는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수돗물을 틀어놓고 한참을 울었답니다.

결국 사랑만이 최종적인 해결책임을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율법을 없애버리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음을 명백히 밝히고 계십니다. 가장 작은 계명 하나라도 어기지 말고 잘 잘 실천할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율법 중의 율법은 다름 아닌 사랑의 율법입니다. 계명 중의 계명은 다름 아닌 사랑의 계명입니다. 구약의 그 수많은 율법, 그 숱한 계명을 다 종합하면 결국 사랑입니다.

이 시대 기적의 원동력은 결국 사랑의 율법입니다. 사랑의 계명입니다.

그 누구도 손 못될 망나니 같은 사람들, 완전히 제껴놓은 사람들, 정신과 의사들, 심리치료사들조차도 포기한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을 두고, 희망을 가지고 헌신하는 사람들은 결국 사랑의 율법을 간직한 사람뿐입니다. 사랑의 계명을 목숨처럼 여기고 삶 가운데 실천하는 그분들의 삶이야말로 기적을 일궈내는 원동력입니다.

“사랑이란 보다 단순한 것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은 약속을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원치 않는 행동을 자제하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 안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통해서 상대방의 이름으로 행하여 주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는 일입니다.”(최인호,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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