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7) 거울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4 조회수844 추천수7 반대(0) 신고

 

아들의 여자친구가 외국 여행을 갔다오면서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을 선물했다. 프랑스제 (X올)이라는  화장품 네 가지였다. 스킨, 크림, 에센스 두 개였다. 링클제품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주름살 예방하고 잔주름도 차츰 펴지게 하는 화장품이란다. 그런 화장품도 있었던가?

 

아들 생일이 바로 그무렵이어서 생일선물을 하려했는데 딱히 마땅한 것이 없어 대신 엄마 화장품을 사게 된거라고 했다. 꿩대신 닭이 횡재(?)를 한 셈이었다.

백화점에서 파는 정가의 절반값으로 샀다고 여자친구가 좋아하더라고 했지만 그 절반값도 내가 쓰는 중저가 국산에 비하면 세배는 되는것 같았다.

내 얼굴이 갑자기 고급화장품에 놀라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는데.....

아들은 집에 올때마다 화장품 괜찮으냐고 묻는다.

그런데 사실은 그동안 두어번밖에 바르지 않았다.

늘 바르던 화장품이 익숙하고 편해서였다.

외출할때 또는 미사갈때 시간에 쫓기며 화장하는 시간은 가히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한다. 로션을 손바닥에 찔끔 따라 후닥닥 바르고 아주 빠른 속도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쓱싹 바르면 화장끝인데 그 링클제품은 끈끈하고 탄력이 있어 얼굴에 쉽게 발라지지가 않는다.

아주 정성스럽게 시간을 할애하여 꼼꼼히 펴발라야 한다. 그러니 한가할 때는 몰라도 바르게 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피부에 낯선 촉감이 반겨지지가 않아 쓰던것만 바르게 된다. 마치 입어서 편한 옷만 찾게되듯이.......

 

아들이 다음달에 휴가를 내어 며칠간 친구들과 외국에 나갈 예정이라고 그 화장품이 좋으면 한셋트 더 살까 하는데 엄마 젊어지라고 마음 쓰는 아들마음은 고마우면서도 (사지마)하는 단 한마디로 말렸다.

아들 여자친구가 여행내내 무거운 화장품 보따리 들고 다니며(친척들 것도 많아서)  남자친구 엄마에게 선물한 그 화장품 무지 고마워 황홀하긴 한데 내식구에게 까지 그런 선물은 받고 싶지 않아서다. 사주려면 실용적으로 내가 쓰는 제품을 사주든가다.

 

국어를 배웠으면 주제를 알고 수학을 배웠으면 분수를 알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우리집은 전형적인 서민층이다. 그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인식하고 있다.

언젠가 백화점에 갔는데 밍크코트가 하도 예쁘길래 들여다 보았더니 직원이 자꾸 입어보라고 했다. 그 하프코트를 입고 거울앞에 섰는데 인물이 달라보였다.

옷이 사람을 그렇게 달라보이게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느꼈다.

그런데 가격이 850만원이었고 할인해서 650만원에 줄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에 난 부자를 부러워하지도 백안시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때 느낀 것은 이렇게 사람이 달라보이는 모습을 보고 어찌 부자가 돈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거였다. 나같은 서민에게 650만원은 엄청난 것이지만 수백억 수천억 가진 부자에겐 길바닥에 나딩구는 가랑잎같은 느낌일 것이므로....

요는 돈에 느끼는 체감의 차이다.

부자와 서민의 차이는 돈에 느끼는 체감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가랑잎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그 가랑잎 같은 돈을 좀 썼다고 해서 비난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부자가 돈을 쓰는것에 대해서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방송에서 보듯이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체납자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며 후안무치하는 행동을 보면 경멸할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 주제를 알고 분수껏 산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부를 갖지 못했으면 자기 형편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집 옷장을 들여다보면 옷은 많으나 모두 오래된 것들을 버리지 못해 가지수만 늘은 것들이다. 난 금년겨울에도 새 코트를 사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옷은 턱없이 비싸고 그 옷에 그만한 값어치가 과연 있을까 저울질하다 보면 서로가 부합되지 않는 불만이 느껴져서이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그만 둔 것이 벌써 몇년째다. 나는 평소에 옷에 관해서만은 특별히 세워놓은 기준이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저울질하며 얼마이상을 초과하는 옷은 절대 사지 않는다는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는것이다. 무슨 패션모델이라고 턱없이 비싼 옷을 입는단 말인가? 결국 나는 이번 겨울에도 17년전에 산 코트를 입고 다녔다. 어느날 미사에 가는데 이미 미사를 보고 나오던 젊은 반장이 지나치면서 옆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5반 반장님 이쁜 코트 사입으셨네 하는 소리였다. 처음 본 모양으로 아직도 쓸만하고 새것처럼 보인다는 결론이다.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도 가끔이고 평소엔 수년전에 산 검은 패딩만 줄기차게 입고 다닌다. 편해서다.

이상하게 비싼 옷은 입으면 불편하다. 17년전에 산 코트도 그당시 꽤 비싸게  주고 산 것인데 영 불편하다. 어깨도 아프고 옷이 더럽혀질까 구겨질까 신경쓰다 보면 더 그런것 같다.

검은 패딩을 입고 다니면 아무데나 털썩 앉아도 신경 안쓰이고 운신하기가 자유롭다. 그러니 줄기차게 그 옷만 입게 된다.

이러다 까마귀란 별명이 붙지 않을까 모르겠다.

 

일상을 살면서 화장할때나 옷을 입을때 거울을 들여다보지만 그 외엔 별로 들여다 볼 일이 없다. 거울을 본다는건 자신의 모습이 제대로 정돈되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거울을 보지 않고도 자신을 잘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지켜야할 자리, 자기 분수에 맞는 자리가 어디인가, 어떤 자리에 있을때가 가장 온당하다고 생각되며 편안한가를,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적인 모습을 볼때엔 굳이 거울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의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볼 것이므로........

지금 내자리가 어디쯤인가,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길이며 가장 옳게 사는 길인가, 의미있게 사는 길인가를 수시로 마음의 거울에 비춰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겉모습만 볼게 아니라  마음속의  거울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사는  삶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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