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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87) 히히히 품위유지를 하려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4 조회수732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5년3월4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ㅡ호세아14,2-10;마르코12,28ㄱㄷ-34ㅡ

 

        히히히 품위유지를 하려면

                                         이순의

 

 

아들들 덕택에 엄마들이 모여 알뜰한 나눔을 갖고 있다. 새로운 만남이었지만 자식이라는 흉허물이 없는 관계는 엄마들 끼리도 자식을 중심에 두고 흉허물이 없이 지내고 있다. 아들들이 방학을 한 긴 겨울 동안은 모임이 없었다. 방학중에는 엄마들도 자식들과 함께 방학을 하여 아이들 중심의 전투 태세를 갖추기 때문이다. 개학과 동시에 모임이 공지 되었다. 올해의 첫 시작이라서 그런지 다른 달 보다 장소가 격조 높은 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다녀와서 어제의 묵상을 쓰려다가 늦어지면 아들의 귀가 시간과 겹칠 것 같아서 묵상글을 써 놓고 가기로 했다. 어떠하든 고3이라는 중압감이 아들아이를 흔들고 있는데 엄마가 컴퓨터나 켜 놓고 또닥거릴 수가 없어서 바쁘게 묵상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근접하여 글이 완성되고 수정도 보지 못 하고 외출을 서둘렀다. 가까운거리이기는 했지만 버스 시간 배정이 뜸한 곳이었다. 막연히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터무니 없이 늦어지는 실례를 범하고 싶지 않아서 택시를 탓다.

 

생각대로 가까운 거리의 택시 비용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근사한 호텔 현관에서 현관 보이가 택시 문을 열어주며 정중히 허리를 숙여 손님인 내가 내릴 때까지 허리를 펼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돈은 만원을 냈고 거스름 돈은 뒷자리 300원까지 받아야 하는데 기사님은 천원짜리만 거슬러 주고 소식이 없는 것이다. 아이구 참 난감할데가!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만큼 우아한(?) 사람이 돈 300원을 거슬러 달라고 하자니 저놈의 현관보이가 숙였던 허리를 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나를 처다 볼 것 같고, 그냥 내리자니 300원이 너무 아깝고! 히히히히히~!

 

뱁새가 황새 걸음을 걸으려면 가랭이가 찢어진다더니.... 혼자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아이구! 품위 유지는 아무나 하나?! 미적거리는 기사님과 다툴 수도 없는 일이고, 고개숙인 현관 보이의 허리도 펴 드려야 하고, 그래서 300원을 포기 하고 그냥 내렸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다니며 건물만 처다보았을 뿐, 호텔 내부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정복을 입으신 분들에게 물어 물어서 찾아갔다. 그리고 방학을 잘 보내고 적극 나와 주신 벗님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고, 미리서 나는 촌년이 호텔에 왔으니 잘 인도하시라는 너스레 부터 늘어 놓았다. 

 

모두들 반갑게 농담 반 진담 반인 나의 입담을 가볍게 받아주셨다. 그런데..... 다 맛이 있었는데 딱 한 가지가 맛이 없었다. 너무나 맛이 없었다. 섬에 살을적에 바다 가운데 있는 섬마을이지만 농업만 주업으로 일구는 농촌이라서 물에서 나는 고기가 매우 귀했다. 그런데 짝궁이 섬에 오시면 집에만 있는 나보다 시골 벗들을 잘 사귀어 가끔은 개인용 쪽배를 얻어 타고 낙시질이나 그믈질을 나가는 것이다. 횡재를 할 때는 배 주인이 잡은 민어를 사오기도 하고, 잔 새우를 얻어다가 회무침을 해서 밥에 비벼 맛있게 먹기도 했다. 그 그믈에 가끔 병어가 한 마리씩 끼어 들어있다.

 

작은 새끼는 그 자리에서 주워서 초장도 없이 꿀꺽 하기도 하지만 아가들 손바닥만 한 것은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었다. 그러면 나는 촌부의 아낙이 되어 도마를 내려 놓고 칼질을 했었다. 그렇게 연하고 보드란 병어회는 입안에서 설설 녹아내리고 섬에서 살지 않고는 맛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러다가 짝궁이 서울로 가면 나는 다시 별다른 먹걸이도 없이 버티다가 어느날 한가한 틈을 내서 짝궁이 오면 또 그런 싱싱한 먹거리를 맛 볼 수 있었고! 그 생각이 나서 싱싱한 병어회를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다른 음식보다는 몇 조각을 더 담았다. 초장도 곁들이고..... 그런데 그 병어가 얼마나 맛이 없던지! 초장은 또 얼머나 맛이 없던지! 남길까 하다가 죄 받을 것 같아서 근사한 요리사 모자를 쓰신 분을 찾아 여쭈었다. 초장이라도 맛이 있으면 먹겠는데.... 라고.

 

그런데 그분은 병어는 초장 음식이 아니라 된장 음식이니 된장에 찍어 드시라고 한다. 그리고 된장을 종지에 담아 주셨다. 섬에서는 분명히 초장을 찍어 먹었는데?! 그런데.... 그런다고 주 재료인 병어가 맛이 없는데 그 맛이 달라지겠는가? 그래도 먹기는 다 먹었다. 그러면서 짝궁의 말이 생각났다. 짝궁은 가난하고 배고픈 기억이 많아서 전국을 떠도는 장사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맛난 것을 물어다 가족에게 먹이는 재비아빠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방법이 촌스럽기는 하지만 진짜 맛있는 것은 우리가 먹고 사는거야." 

그리고 앉아서 도마 위에 놓인 먹거리를 그냥 숟가락 꽂아진 초장 그릇째 놓고 맛나게도 먹는다. 아들도 아빠를 닮아서 아빠 폼을 잡고 먹는다. 아들은 아직 어려서 진맛은 모르면서도 아빠 흉내는 잘도 낸다.

 

병어 때문에 근사한 호텔 음식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대통령이 농부보다 맛있는 곡식을 먹을 수 있으며, 어느 갑부가 어부보다 맛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흐려진 이미지를 놓고 생각하니 이해는 되었다. 맛에 비하여 청결한 위생과 깔끔한 좌석 그리고 화려한 장식들이 그 가치를 마련하고 있지를 않는가! 정다운 담소가 편할 수 있도록 배려 된 공간의 가치를 병어 몇 조각으로 평가절하 하기에는 그 또한 무지의 소치가 아니겠는가?! 매번 근사한 곳을 찾는 것도 아니고 2년 동안의 모임 이례로 처음 선택한 장소인데, 고3이 되었으니 서로서로 격려의 차원에서 어느 엄마의 쿠폰 증여로 호강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건물 구경만 하고 다녔던 그 호텔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택시에서 내리던 입구에서 부터 격고 있었던 것이다. 촌년이 호텔이라는데를 갔으니 될 법이나 할 말인가? 어린시절에는 호텔에 가면 잠만 자야 되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호텔은 투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 할 수 있는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춘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상당히 자라서 알게 되었다. 이렇듯이 촌스럽고 토속적인 나에게 맞는 맛있는 것도 많았다. 특히 후식으로 먹는 케잌이나 빵은 거리의 빵집에서 파는 그런 맛이 아니었다. 전에 친척으로 부터 아파트 단지의 빵이 맛이 없어서 어떤 호텔에 까지 가서 빵을 사다가 먹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가난한 신혼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다. 그런데 어제 그 호텔의 후식은 맛이 좋았다.

 

택시 기사님께 300원을 포기한 호텔 현관 보이의 정중함도 싫지 않은 마음이고, 호텔 음식인데 섬에서 먹은 병어 맛이 아니라고 했을 때 양념 된장을 퍼 주시던 높은 모자를 쓴 요리사의 친절도 기분이 좋았다. 나 혼자만 세상을 산다면 누가 나를 그곳에 데려가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나 혼자 그곳에 가서 식사를 할 용기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 모임에 계속 동행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갈등을 했었다. 생활수준의 격차가 심한데다가 공부도 내 아들이 제일 하급성적이었고 더구나 나란 사람은 양쪽 귀를 수술하여 잘 듣지를 못 하기 때문에 편하지 못한 눈치가 예민해야 할 것이고, 난청으로 인한 습관은 조심을 한다고 하면서도 엄청 크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 엄마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친구를 보러 간다고 한 번 두 번 참석을 해 보았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의 반장인 친구를 아들의 친구 엄마로 만났으니 그 힘을 얻어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횟수가 늘어 나면서 나는 된장 같은 사람이고, 곰삭은 젓국 냄새가 나는 사람이고, 밭고랑의 한 줌 흙처럼 촌스런 사람이다고 알렸다. 더구나 간장종지인 내 아들이 냉장고 라고 착각하는 엄마다고 까지 솔직했으니..... 그런데 엄마들이 된장을 담는 뚝배기가 되어 나 같은 사람을 소화해 주시는 것이다. 내가 그분들을 소화해야 할 것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촌스런 나를 잘도 소화하는 엄마들을 생각하며 너무 감사하기 이를데가 없는 것이다. 

 

호텔의 현관 보이 때문에 300원을 포기해야 했다는 너스레를 거뜬히 소화하는 엄마들께 너무너무 감사를 드린다. 촌스런 나에게 호텔 구경을 시켜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다 같이 웃어주시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근사한 장미 꽃다발 속에 호박꽃 한 송이가 끼어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아서 너무너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엄마! 매번 방향이 같아서 모임이 끝나고 나를 태워다 주시는데 곱절로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큰 일을 낼뻔 했다. 나는 고급 승용차를 얻어 타 보기만 했지 기능을 배운적이 없었다. 어제는 차의 양쪽 날개에 접혀진 백미러를 손으로 펴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고장을 낼뻔 했다. 그렇게 촌스런 나에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인내로 바라보아 주신 **엄마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맨 뒤에야 설명을 해 주시는 품위에, 차도 없이 가난한 무식쟁이에 대한 아량을 느끼며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린다.

 

"**엄마!

소리 좀 지르시지 그러셨어요?

고장 낸 뒤였으면 어쩌시려구요?

제가 못 듣더라구요?

그래요.

제가 듣는 귀가 많이 상태가 나빠요.

이해하시구랴. 

어쨌든 다행이고 고마워요.

**엄마! 고맙수다래~! "

 

이렇게 나는 나의 촌스런 방법으로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익히며 살아간다. 고3 수험생을 둔 엄마들에게도 모두모두 좋은 결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히히히히히~!

품위 유지를 배우면서도 생각이 깊었습니다. 나의 주님!  

 

ㅡ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제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났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마르코12,3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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