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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2005-03-07)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7 조회수974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수께서는 그에게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

지 않는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 고관은 "선생님, 제 자식이 죽

기 전에 같이 좀 가 주십시오."하고 애원하였다. 예수께서 "집에 돌아가거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하시니 그는 예수의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요한 4, 48-50)

주일 복음을 제외하고는 사순시기 들어 처음으로 요한복음이 등장합니다.

 

이제 사순 제4주간 월요일부터 성주간 화요일까지 남은 사순시기 동안에

 

는 줄곧 요한복음을 평일미사의 복음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요한복음에 대한 이해는 각별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요한복음의 서술상

 

구조가 공관복음의 그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인데, 공관복음이 예수의 전

 

사, 세례자 요한의 활동,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 예루살렘 상경기, 그리

 

고 예루살렘 활동기의 순서로 대략 짜여있는데 비하여, 요한복음은 크게 1

 

부와 2부로 짜여있습니다. 제1부는 프롤로그(머리말), 세례자 요한의 활동

 

과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담고 있고, 제2부는 예수의 예루살렘 활동기

 

와 에필로그(맺음말)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관복음이 약 1

 

년에 해당하는 예수님 공생활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반면, 요한복음은 꼬

 

박 3년의 공생활 기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이 예수께서 3

 

번이나 예루살렘에서 과월절 축제를 지낸 것(2,13; 6,4; 12,12)에 대한 보

 

도로 추정됩니다.

요한복음의 제2부(13-21장), 즉 예루살렘의 활동기 중에서 반 이상이 십자

 

가 죽음 직전의 고별사(13-17장)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수난과 죽음과 부

 

활에 관한 보도로 일관하는 관계로 제1부(1-12장)에 예수님의 실제적인

 

공생활이 집약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공생활의 주제를 정리하는 것이 곧

 

요한복음의 핵심과 목적을 파악하는 길입니다. 요한복음의 저술목적은 저

 

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20,31)이며, 이 목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활동이 곧 복음서의

 

주제인 셈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요한복음의 기록 하나 하나가 연구되

 

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도 그런 경우인데, 우선 공관복

 

음에 비하여 기적사화도 대폭 줄여 보도하고 있는 요한복음은 '표징'이라

 

는 개념으로 모두 일곱 개의 기적사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일곱 개의 표징

 

사화는 ①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2,1-11), ② 고관 아들의 치유(4,46-54),

 

③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④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

 

15), ⑤ 물위를 걸으신 기적(6,16-21), ⑥ 태생 소경의 치유(9,1-12), ⑦ 죽

 

은 라자로의 소생기적(11,1-44)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약 26Km 떨어진 가파르나

 

움을 향하여 행하신 원격 치유기적사화로서, 요한복음이 보도하는 가나

 

혼인잔치에서의 포도주 기적(2,1-11)에 이은 두 번째 기적입니다. 첫 번째

 

기적을 통하여 제자들의 믿음을 얻으신(2,10) 예수께서는 두 번째 기적을

 

통하여 고관(원문: 왕궁의 관리)과 그의 온 가족의 믿음을 얻습니다. 여기

 

서 고관은 마태오와 루가복음이 보도하는 앓는 하인의 치유를 청하는 백

 

인대장과 같은 인물로 추정됩니다.(마태 8,5-13; 루가 7,1-10 참조) 백인

 

대장의 믿음과 같이 고관의 믿음은 어떤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고야 믿

 

음을 가지는 예수의 고향 사람들의 그것과는 대조를 이루게됩니다. 마태

 

오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정말 어떤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하고 백인대장의 믿음을 높이 평가한 바가 있습

 

니다.

고관에게 있어서 기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는 이미 예수를 믿고 찾아와 아들의 치유를 간청하였으며, "집에 돌아가거

 

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자신의 믿음을 더욱

 

확신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비단 고관을 향한 말씀일 뿐 아니라 주위의 모

 

든 사람들을 향한 말씀이며, 나아가 이 복음을 읽게되는 우리를 위한 말씀

 

입니다. 오늘 고관의 믿음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좋은 귀감이 됩니다.


기적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의 표현이 아니라 불신의 표현입니다. 많은 유

 

다인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오히려 믿음이 기적을 불러오는데, 예수님

 

의 단지 말씀에 대한 고관의 믿음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던 아들의 치유를

 

불러오게됩니다. 이렇듯 고관의 굳센 믿음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치

 

유능력이 어떤 장소와 시간에 매여있지 않음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

 

의 믿음을 통하여 이 기적사건이 시공을 초월한 사건으로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조건 없는 신뢰

아들을 살려 달라는 고관에게 예수님은
 
"사람들이 기적이나 신기한 일 없이는 믿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말씀
 
하십니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이 살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를 믿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에게서 믿음이 어떻게 자라고 깊어질 수 있는지 배웁니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조건 없는 신뢰입니다.
예수님의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현존 자체가
 
나의 갈망을 채워준다고 믿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되지 않으면 곧 실망하고
 
주님을 원망하고 의심했던 일이 부끄럽습니다.
그 고관처럼 아무런 담보가 없어도,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앞일이 불투명해도 주님 말씀만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 분이 여기 계시고, 그분만이 나의 구원자시라는 믿음을 본받고 싶
 
습니다.

주님, 당신을 선택하고 믿고 맡겨야 하는 순간들이
삶의 회피처럼 보여질까 봐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당신의 말씀을 믿고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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