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2005-03-08)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8 조회수945 추천수5 반대(0) 신고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는 동안에 딴 사람이 먼저 못에 들어갑니다.' 하고 대답하였다.(요한 5, 6-7)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의 7개 표징사화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베짜타 못가
 
의 병자를 치유한 기적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갈릴래아 지방에서 예루살
 
렘으로 바뀌었는데,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예수께서 오순절 축
 
제를 지내시기 위하여 상경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든 유다인들은 13
 
살이 되면 일년에 세 번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축제를 지낼 의무를 가지는
 
데, 그것은 유다인의 3대 축제일로서 과월절(뻬샤흐; 3월~4월), 오순절(샤
 
부옷; 5월~6월), 그리고 초막절/추수감사절(수우콧; 9월~10월)입니다. 요
 
한복음은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과월절을 해방절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13,1)
 
 
유다인들의 달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안 달력과 판이하게 다릅니
 
다. 유다의 달력은 우리 달력의 3,4월에 해당하는 니산달로 시작하는데,
 
과월절 축제는 니산달 즉 정월 14일째 날에 해당됩니다.(민수 28,16) 또한
 
오늘 복음이 말하는 오순절 축제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이 모세에게 율
 
법을 내린 것을 기념하는 축제로서 과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을 말합
 
니다. 참고로 세 번째 축제인 초막절은 장막절이라고도 하는데 이스라엘
 
성조들의 유목생활을 기억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후 가
 
나안으로 향했던 40년간의 방랑생활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후로는 추수감사절과 합쳐 지냈던 축제이기도 하죠. 오늘 복음
 
에서 38년간 중병에 시달린 병자가 치유를 받는 이야기는 분명 40년간의
 
방랑생활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38년이나 중병으로 앓고 있던 병자에게 사실상 희망이란 없었습니다. 한
 
가닥 희망은 베짜타 연못의 물이 움직일 때 맨 먼저 물에 들어가는 것이었
 
는데, 그것도 그의 희망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움직일 수조차 없는
 
병자였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예수를 물이 움직일 때 자기를 물에 넣어줄 수 있는 사람 중에 하나
 
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 이상의 인물이었습니다. 예수님
 
으로 말미암아 베짜타 연못이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그분
 
은 스스로 육체와 죄의 치유능력을 가지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분 홀로 구원의 능력을 가지신 분이며, 그분의 이름 외에 어떤 이름도 구
 
원을 줄 수 없다고 사도 바울로도 확신하였던 것입니다.(로마 10,13 참조)

 
마침 안식일에 이루어진 병자의 치유사건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으
 
나,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다음 대목들을 준비하는 의미도 가집니다. 안식
 
일에 행한 병자의 치유사건이 아들의 권한과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증언
 
을 계시하는 도입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안식일법
 
을 어겼다는 이유는 예수님과 유대인들 간에 긴장을 고조시켰고 이는 파
 
국에 박해를 몰고 옵니다. 안식일법을 실제로 어긴 사람은 요를 걷어들고
 
간 사람이지만, 그렇게 하라고 예수께서 시켰으니 법을 어기도록 시킨 것
 
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사항은 병자의 치유 이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믿음'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일방적으로 그를 치유하셨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예수께서
 
이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 외에 다른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습니
 
까? 오히려 안식일에 해서는 안될 일을 하심으로써 예수 자신의 신비가 부
 
각됩니다. 38년간 병자였던 이 사람을 유다인들이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
 
다. 그런데 이 병자가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는 기적을 본 유다인들이 그와
 
함께 기뻐하기는커녕 안식일법을 어겼다하여 추궁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
 
님은 인간의 참담한 처지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생명을 두고 다른 것은 절대 따지지 않는 참된 의사요, 나아가 안식일 위
 
에 군림하는 주님이신 것입니다.
 
 
 
낫고 싶습니다.
 
낮기를 원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은 38년 동안이나 앓아온 병자를 향해
 
던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물으시기에 좀 엉뚱하게도 들립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연못가 생활을 해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의 도움만을 바라고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질문은 치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직접 일어나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낡은 생활을 청산하고 정말 회개하기를 원하는지,
 
그분은 우리 각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물론 우리의 힘만으로는 나을 수 없기에 주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뭔가 고쳐지고 변화되기만을 바란다면
 
주님도 도와주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당신을 닮고자 하는 제 간절함이 혹 다른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위선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저의 위선까지도 낫기를 원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