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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91) 복구와 보존 사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09 조회수1,003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5년3월9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 로마의 성녀 프란치스카 수도자 기념 허용 ㅡ이사야서49,8-15;요한5,17-30ㅡ

 

     

약현성당, 1892년 완공, 중림동,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랑스인 코스트(Coste, 1842-1896) 신부가 설계·감독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벽돌조 성당이다. 좌우 열주에 의해 세 개의 긴 공간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삼랑식(三廊式) 평면 구성은 오랫동안 한국 성당 건축의 모델이 되어 왔다. 화재로 반소된 이후 2000년에 원형대로 완전하게 복원하였다. 국가 지정 문화재(사적 252호)로 보호되고 있다.

 

 

    

 

      복구와 보존 사이

                         이순의

 

사순 제4주간 서울 주보에는 현 중림동 성당의 모태 약현성당의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옛 건축양식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약현성당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교우들은 최초로 세워진 서양식 골조건축 성당이 명동성당인 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성당건축은 약현성당이다. 그러므로 약현성당이 교회사 뿐만 아니라 국가 지정 보물로 부여하는 비중은 구렁이 알로도 비교할 수 없고, 금쪽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귀하디 귀한 성당이 98년2월 어느 정신병자(?)에 의해 불에 타는 비극의 교회사를 기록하고 말았다. 교우들 뿐만 아니라 교회의 관계자들의 마음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의 극치였다. 1892년 당시 이만큼의 성당이 세워지는데는 가난한 조선 교회 교우들의 노고와 서양인 사제들의 국적을 초월한 모금운동의 결실이었을 것이다. 약현성당의 건축을 경험으로 명동성당이 세워져야 했으므로 한국의 토질에 맞는 벽돌을 구워내는 일부터 모든 상황이 한국 최초의 첫경험이어야만 했다.

 

지방의 고을에까지 서울에 가면 뽀족 탑을 세우는데 인부들에게 흰 쌀밥을 준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밥을 얻어 먹기 위해서 상경한 인부들도 상당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외국성당 교우들의 원조물이었을 것이다. 흙에 볏짚을 섞어 물에 게어 찍어낸 흙벽돌로 초가나 기와집을 짓던 시절이었으므로 불에 흙을 구워서 벽돌을 만드는 건축은 난공사였던 것이다. 어찌되었든지 약현성당 건축의 성공은 역사적 산실이며 한국 사회의 등불이 되어 우뚝 서게 될 명동성당을 완성하게 된다.

 

그런 약현성당이 불에 반소된 것이다. 선조들의 얼을 잘 관리하지 못한 자책감은 교회 내의 갈등들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그것이 복구와 보존 사이에서 팽팽한 이견의 소란을 낳는다. 서로서로 그 유업을 아끼기에 생각들이 많았을 것이고, 서로서로 안타깝기에 시행하고자 하는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먼저 복구를 하고자 하시는 쪽은 세월의 노구화로 인한 여러번의 개보수를 통하여 원형의 훼손이 심한 상태를 이 차치에 대대적인 공사를 하여 최대한의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보존의 쪽에서는 그 복원 자체가 심각한 훼손이므로 현재의 상태 그대로를 보존 존속 시킬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소의 복구로 그대로의 실정을 후손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신앙이며 역사의 기록이다.라는 주장이었다.

 

나 같은 문외한이야 쌍방의 말이 다 옳게 들렸다. 노구화 되어가는 건물을 따로따로 보수를 하다보니 원형 훼손이 불가피 하였므로 완전 복구를 시행하여 역사적인 유물로 길이 보존하자는 말씀도 옳았고, 반소 된 그 자체를 최소한의 형태만 복구하여 상태유지를 함으로써 교회사의 시대적 현실을 실질적 증거로 유지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옳았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반소된 성당을 담는 방주역활의 성당이 지어진다든지, 아니면 유리 캡슐형태를 세워 보존을 한다든지 분분한 의견도 다 옳게 들렸다.

 

그러므로 그냥 교회의 어른들이 합당한 응답을 할 수 있도록 기도만 열심히 했었다. 간혹 공사중인 성당터를 찾아서 성지순례를 하는 것으로 상태를 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중림동에 다녀 온지도 상당히 여러 해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번주 주보에서 망각했던 나의 기도들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보니 보존 보다는 복구쪽이 승리를 하였지 싶으다. 그렇다면 나 같은 무지랭이는 또 하느님의 지휘봉이 그쪽으로 기울었다고 믿는다. 지금 내 뜻이 관철되지 않는 이유는 주님의 뜻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보존 보다는 복구를 하여 원래의 건축당시로 되돌리는 작업이 주님의 뜻이었을 것이다.

 

나는 반소된 성당이 방주역활의 성당에 담기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목화 솜으로 실을 짜서 무명옷을 지어 입던 시절의 흔적들을 화마로 잃을뻔 했지만 그 자체가 가장 오래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친히 순례의 길을 가본적은 없지만 외국에는 그런 성당들이 간혹 있다고 들었다. 성당 속에 또 하나의 성당! 한국 교회사에서 사실을 증거하며 숨쉬고 있는 그런 성당이 하나쯤 보존 되는 것도 의미있는 유산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 성당이 한국 최초의 성당이었을 때는 더욱 큰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아무리 원형의 복구를 시행 했다고 해도 1892년 당시로 돌아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흙도 다르고, 쇠도 다르고......

 

그러나 보존 보다는 복구가 결정되었고, 저토록 아름다운 건축 양식이 완성 된 것을 사진으로 처음 본다. 감동이 느껴지고 떨림으로 다가오는 감사도 그대로다. 이 사순절에 성지순례를 다녀와야겠다. 현대의 장비로 첨단의 기술과 공법을 동원한 과거의 성당을 만나고 와야겠다. 선조들의 흔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 마당에 서면 무명옷 입고 땀을 흘리셨을 선조들의 발자국이 묻혀있지를 않겠는가?! 이제 약현성당에는 성당의 건물에서 보다는 역사의 기록에서 더 선명한 과거를 듣고 알게 될 것이다. 때로는 보이지 않고 묻혀버린 과거의 흔적들을 따로이 공부하지 않고는 교회사의 본 모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옛날에 이와 똑 같은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아니면 복구된 성당이 옛성당이라고 굳히며 그 다음의 흔적들은 개별적 관심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지 이 또한 교회사의 한 획을 기록하고 있다. 복구와 보존사이에서 복구가 승리했다는 사실조차 역사의 한 단면이 되어 훗날의 건축가들에게 찬성과 반대의 논문거리들을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가, 아니면 우주가 멸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한은 어느 한 쪽의 견해를 선택해야 하고, 미완성의 인간들은 또 그 양면의 숙제에서 고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이루어 놓은 그 현실이 최선일 것이다. 역사를 살았던 과거는 과거대로 그 당시의 현실이 최선의 선택이었듯이, 미처 이루지 못한 것은 후세가 추구해야할 숙제가 아니겠는가?!

 

로마에 가면 깨알처럼 글씨가 새겨진 잠방이가 있다고 한다. 천주학을 탄압하는 조선 정부의 검열을 피해 조선교회의 현실을 알리는 방법을 구축한 당시의 최선책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시각에 따라서 고요한 나라 조선을 노출시켰다는 밀고적 측면과 개방을 했더라면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진보적 측면이 각양각색의 해석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후세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당시의 상황에서 선조들의 입장은 수단을 다하여 로마에 서신을 띄워야만 했을 것이다. 하느님 사업을 지탱하는데 있어서 불가분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오늘의 우리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보아야한다. 중림동의 교우들과 신부님 뿐만 아니라 건축에 관계되신 모든 분들과 교회사에 관한 나름의 신조들을 세우거나 굽히시느라고 마음이 힘들었을 학자들과 헌금하신 분들! 그리고 나처럼 기도와 사랑으로 애정을 가졌던 모든 분들의 최선이었고, 아버지 하느님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그 또한 이 시대가 낳고 기록한 최고의 봉헌이 될 것이다. 꼭 그 성당에 서서 새로운 부활을 다짐하고 싶다. 사순시기가 다 가기 전에 성지 순례를 다녀와야겠다.

 

주님의 성전에서 주님은 찬미를 받으소서!ㅡ아멘ㅡ

 

ㅡ나는 무슨 일이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저 하느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대로 심판할 따름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이기 때문에 내 심판은 올바르다. 요한5,3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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