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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93) 잘 보내는가 싶었는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1 조회수969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5년3월11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ㅡ지혜서2,1ㄱ.12-22;요한7,1-2.10.25-30ㅡ

 

 

 

 

잘 보내는가 싶었는데

이순의

 

 

 

푸근했던 겨울을

믿은게 잘못이었습니다.

믿을게 따로있지

믿을걸 믿었어야지.

 

키워온 화초들을

홑겹 창가에 놓았습니다.

온실 효과도 있고

제법

잘 자라서

훈훈한 온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놓을 자리 없는 빈한함에

거기 그렇게라도

안심이 되었더랍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한 걱정도 없이

염려도 없이.

 

골목길의 목련봉오리가

톡! 하고 불거

얼른 달려와

방안의

중창을 열었습니다.

잘 있을거라고,

생생했던 초록에게

우리도 함께 기지개를 켜자고

햇살이 오신다고.

 

나 혼자만

나 혼자만

태평 했었나 봅니다.

겨울의 끝에서 봄에게 밀리던

동장군의 마지막 분풀이가

칼을

휘둘러

내 고운 생명들의 목을

싹둑.

 

다 죽었습니다.

내내 잘 자라서

마지막 전쟁의

찬설을 우려하지 못한.

으흐흑!

믿지말걸.

 

ㅡ그러자 그들은 예수를 잡고 싶었으나 그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예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요한7,3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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