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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림자 같은 나그네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4 조회수850 추천수5 반대(0) 신고

 

   

 그리스도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얕보지 않으며,

 자신을 변호하지 않으며,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묵묵히 요란하지 않게,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놓고, 소리없이 사라지는 그림자 같은

 나그네들이다.

 

 희생을 즐기고,

 자신의 이름을 부끄럽게 여겨 감추고,

 타인의 이름을 더 존경하여 그를 높이는 이들이다.

 

 언제나 남들에게 이익을 주며,

 기쁨을 맛보게 해 주며,

 행복이 무엇인지 몸으로 가르쳐주며,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이름마저 지워놓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들이다.

 님께서 인도하시는 오직 그 길만을 기쁘게 따라가는 바람같은

 나그네들이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안에서조차

 그림자처럼

 나의 소명을 사는 사람들이다.

 

                                        <작자 미상>

 

 

지난 금요일의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낮으막한 산이 있어 산책을 하며 오랫만에 한적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산책길에서 청아한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끝의 잔가지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푸석한 나무가지들이 물이 오르며 조심스럽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생명의 약동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물오르는 나뭇가지들처럼, 죽었던 자신이 예수님께로가서 생명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한참을 산을 오르다보니 나뭇가지에 마른 낙엽들이 그냥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 전체에 다닥다닥 달려 있었습니다. 잎이 무성했던 때와 거의 같을만큼 온통 낙엽으로 차 있었습니다.

 

아직도 낙엽이 그대로 달려 있는 나무의 모습을 보며,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젊은 신진들에게 밀려나기 마련인데, 밀려나고 소외감을 느끼기 전에 내가 먼저 이끌고 가야한다는 피정 지도 신부님의 강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미리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잎을 떨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성급하게 나무에서 잎을 떨구어내려고 막대기로 가지를 치는 상황도 떠올랐습니다.

 

담담하게 스스로 잎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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