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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복음묵상(2005-03-16)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6 조회수810 추천수1 반대(0) 신고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1-32)
 

북이탈리아 아오스타에서 태어나 프랑스 노르망디의 베크에 있는 분도 수

 

도회에 입회하였던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 성인은 1193년 켄터

 

베리의 대주교에 서임되면서 영국교회의 스콜라 신학자로 불리웁니다. 성

 

인께서는 대주교로 재임하는 중에 윌리엄 2세와 헨리 1세의 통치하에서

 

성직서임권투쟁으로 인하여 두 차례나 국외로 추방되는 파란을 겪으면서

 

동료이자 비서였던 보소(Bosso)와의 대화형식을 띤 한 권의 책을 집필하

 

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유명한 "Cur deus homo?" - 꾸르(왜?) 데우스(하느

 

님) 호모(인간) - 즉 "왜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는가?" 라는 책입니다. 왜 하

 

느님이 인간이 되셨을까요? 그 이유를 따지자면 한참 복잡합니다. 
 

어제에 이어 요한복음의 전체적 주제인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으니, 그분

 

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짚어봅니다.(워낙

 

난해해서...) 어제 복음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예수께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는 ~ 이다"(ego eimi; 에고 에이미)는 도식을 자주 사

 

용하셨음을 알았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에고 에이미"의 도식이 사용된 구

 

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데, "나다. 두려워할 것 없

 

다."(6.20) "나는 생명의 빵이다."(6,35)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

 

셔라."(7,37) 이 말은 문맥상 "나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이다"는 뜻입니

 

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8,12) "나는 문이다."(10,7) "나는 착한 목자이

 

다."(10,11.14)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11,25)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

 

명이다."(14,6)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14,9) "내가 아버

 

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다."(14,10.11; 17,21) "나는 참 포도

 

나무다."(15,1.5)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17,22) "어머니, 이 사람이 어

 

머니의 아들입니다."(19,26)등 입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자기계시 방법인 "에고 에이미" 도식을 사용할 때는 본

 

성상 하느님이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특성을 가감 없이 가지신다고 합니

 

다. 우리 인간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힐 때 "나는 ~입니다" 라고 말하죠.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이 진술하는 "나는 (무엇)이다" 라는 말은 사

 

실상 "나는 그(무엇)가 아니다" 라는 말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

 

람은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그(무엇)"인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그 무엇은 모두가 다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 또는 후천적으로 맺어지는 관

 

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신 예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말씀하시면, 그분은 진실로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시고, 진리요 생명 그 자체이시라는 말이 됩니다.

 

 

오늘 복음도 어제 복음과 같이 예수와 유다인들 사이의 논쟁을 들려주는

 

데, 요한복음사가는 이 논쟁을 통하여 예수의 신적(神的) 자기계시를 도모

 

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유다인들의 고정관념을 근거로 한 고집과 아

 

집을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예수와 유다인 지도자들 사이의 절벽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둘 사이의 이해 가능한 지평이나 공감대는 점점 멀어만

 

갑니다. 어제 복음은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했지

 

만 그들이 '정말 예수님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믿

 

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데, 이는 우리보다 예수께서 먼저 가지신

 

느낌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

 

렇게 말씀하셨다"(31절)라는 서두로 시작하지만 예수께서 믿음을 가졌다

 

는 유다인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논쟁의 연속입니

 

다.

 

논쟁의 연속으로 전개되는 오늘 복음은, 그러나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산다면 참으로 예수

 

의 제자가 되고, 그럴 때 진리를 알게 되며, 이 진리가 우리에게 자유를 선

 

사한다(31-32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죄를 짓는 사람은 누구나 죄의 노

 

예가 된다(34절)는 것입니다. 오늘의 두 가지 가르침은 다 '자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인데, 참으로 제

 

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사는 것'입니다. '말씀을 새기

 

고 산다'는 것은 참다운 제자로서의 믿음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예수를

 

향한 단순하고 순간적인 이끌림이나 매료됨이 아니라 충실함과 인내함으

 

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제자는 그 보상으로 진리를 알게 될 것이

 

고, 진리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진리란 두말 할 것 없이

 

예수님 자신을 가리킵니다. 결국 진리이신 예수께서 자유를 주시는 것이

 

죠. 그러나 죄를 짓는 자는 죄의 노예가 됩니다. 노예는 자유를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는 신분일 뿐만 아니라 아예 자유를 지니지 못한 신분입니다.

 

이는 죄 자체가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는 진리이신 예수를 거부하는 것이

 

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를 지은 자는 자유가 없는 노예가 되고 마는 것

 

입니다. 이제 죄를 지은 자의 죄를 용서하시고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시는

 

분은 오직 예수님 한 분 뿐입니다.(36절) 예수님은 진리이시고, 진리가 곧

 

사람을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참다운 자유는 다시금 진

 

리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

 

다. 따라서 진리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참으

 

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가 비록 자유를 주장하더라도 그 자유

 

는 종종 아무 거리낌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방종이 될 수 밖에 없습니

 

다. 


 

그에게 참다운 자유를 선사하는 진리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예수와 진

 

리, 이는 예수님 옆에 어떤 무엇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스

 

스로가 바로 진리 자체입니다. 진리란 예수님이 어떤 철학자로서 배워 익

 

혀 제자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어떤 불변의 지성적 가르침도 아니며 진리

 

는 바로 예수님 그 자체입니다.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예수님을 받아들

 

이는 것이며, 말씀 안에 사는 것은 진리이신 예수님 안에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자주 진리(예수님)가 주는 자유(은총)의 삶과, 진리를 거부

 

하는 죄(세상)가 주는 가책(종살이)의 삶을 두고 선택의 고민에 자주 빠지

 

게 됩니다. 그러나 진리를 택한 사람은 자유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마음에 새겨진 말씀
 
제자 됨의 기준은 그분 말씀을 얼마나 마음에 새기고 사는지에 달려 있습

니다.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 했어도 내 마음에 그분의 말씀을

새겨두지 않았다면 나는 그분의 제자가 아닙니다.

오늘 독서의 불가마 속 세 청년에게서 제자 됨의 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어떤 시련의 불길도 마음에 새겨진 하느님의 말씀을 지울 수 없다

 

고 증언합니다.

그러고 보니 주님의 제자라고 하면서도 얼마나 그분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주님 말씀을 떠올리며 그 말씀의 의미와 실천 방안을 고

 

민하는지,

또 말씀대로 잘 살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파하는지 생각

 

해 봅니다.

이번 사순절엔 한마디라도 더 마음 깊이깊이 새겨두고 싶습니다.
 

주님, 제 안에 당신 말씀을 깊이 새겨 말씀 안에서,
말씀과 더불어, 말씀을 따라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당신은 저의 길, 진리, 생명이십니다.

 

                                                                                 - 출처: 단순한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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