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서울의 예수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6 조회수1,08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서울의 예수

  십자가를 안테나로!
  주님의 수난주일을 며칠 앞두고 20여년전에 본 영화 ‘몬트리올 예수’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해마다 성주간에 연례행사(?)처럼 ‘십자가의 길 연극’을 해왔던 카나다의 어느 성당에서 젊은이들이 이 시대의 표징을 가미한 이른바 ‘살아있는 십자가의 길’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였습니다. 저에게 특히 감동적인 것은 당시 ‘장기기증’이 다소 낯설고 생소한 것이었는데 그 십자가의 길중에 우발적인 사고로 무거운 십자가에 깔려 죽어가던 예수역을 맡은 주인공의 장기가 여러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으로 선물되는 것을 보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새롭게 인식한 것이었습니다. 금년에도 사순시기, 성주간에 모든 성당에서 읽혀지는 수난복음과 재현되는 십자가의 길이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지 않고 살아있는 나의 수난복음, 나의 십자가의 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년에 병원사목을 하면서 게시판에 올린 ‘아픈이들과 함께 하는 십자가의 길’을 다시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아픈이들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병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교직원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대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였습니다. 저는 각 병동(14처?)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중에 저의 눈에 띄는 분은 남편과 아들이 말기암으로 각각 다른 병동에 입원해 있는 어느 아주머니였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가끔 이분에게 화를 내어 어떤 때는 복도 끝에서 울며, "차라리. 내가 먼저 죽었으면..."하고 눈물을 훔치는 그분이 자주 저희들에게 목격되기도 했지요. 그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오늘 십자가의 길 전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저희와 함께 하였습니다. 저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면서 수난을 겪으신 주님께서 그 부인에게 무한한 위로와 용기를 주십사하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사바늘이라고 할 수 있는 십자가로 저희들의 부족함과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사랑이 주사될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오늘 병원 사목회에서 준비한 십자가의 길 기도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 묵상을 퍼드립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누구의 탓도 아니면서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말기 암환자를기억합니다. 이제 힘겨운 투병의 여정을 시작하는 그에게 삶에 대한 강한 희망과 용기를 주소서. 주님, 그의 인간적인 분노와 절망까지도 다 받아주시고 눈물과 한숨 속에 담긴 외로움 안에서도 당신께서 늘 곁에 계심을 믿으며, 당신께 모든 것을 의탁하게 하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혈액투석기에 몸을 맡긴 채 누워있는 환자가 마치 저희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듯 합니다. 주님, 그에게 강한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주소서. 또한 저희로 하여금 정신적, 육신적으로 지쳐있는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겨워하는 그를 위해 작은 나눔을 실천하게 하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진하시어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갑자기 쓰러진 뒤 사지가 마비된 채 언어장애까지 생긴 환자의 힘없는 눈빛을 마주합니다. 기진하여 넘어지신 예수님처럼, 삶의 순간들 안에서 쌓인 피로와 근심의 무게 앞에서 초라하게 넘어진 그를 다시 일으켜주소서. 주님, 그의 사지에 힘을 도로 주시고 굳어진 그의 혀를 풀어주시어, 그로 하여금 새롭게 주신 삶을 당신께 봉헌하며, 주님의 일꾼으로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하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어머니를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기를 바라봅니다. 그 아기에게 당신의 힘찬 숨을 불어넣어 주시고 그를 바라보는 부모의 애절한 마음을 위로해주소서. 그리고 산고의 고통과 출산의 기쁨이 어우러지는 분만실 안에서, 아기 예수님을 안으신 성모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미워하고 있는지를 잘 아시는 주님, 모든 부모들이 출산의 기쁜 순간을 기억하며 자녀에게 조건없는 따뜻한 사랑으로 자녀들을 이해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인자함을 갖게 하여주시고, 자녀들도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어버이의 헌신과 노고에 보답을 할 줄 아는 효성스런 마음을 갖게 하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짐을 묵상합시다.


  주님, 외래 대기실 의자에서 아파서 힘들고 피곤한 듯 앉아있던 환자가 벌떡 일어나 자기 자리를 한 장애인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키레네 사람 시몬을 생각합니다.주님, 이기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 그가 보인 이 작은 선행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를 저희 모두가 깨닫고 본받게 하시고, 저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무심히 지나치지 않도록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제6처: 성녀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주님, 수술대 위에서 초조히 떨고 있는 환자의 손을 잡고 당신을 부릅니다. 전신마취, 수술 뒤의 고통, 수술결과등...무엇하나 희망을 가질 수 없어 막연한 불안은 가실 줄을 모릅니다. 주님, 그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집도하는 의사의 손길을 당신 친히 보살펴주신다는 확신을 심어주시며, 수술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굳은 믿음을 갖게 하소서. 또한 저희도 용감한 여인 베로니카처럼 그 곁에서 그를 위로하며 그의 불안과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참다운 이웃이 되게 하소서.
 
제7처: 예수님께서 기진하여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불편한 의족, 의수를 의지하여 땀을 흘리며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 환자들의 모습을 봅니다. 불의의 사고로, 혹은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해 그들에게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주님, 이웃들에게서 소외당하며 늘 외롭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환한 웃음을 주시고,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소서. 또한 저희도 잘못된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외로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따뜻한 이웃이 되게 하소서.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복도에 쭉 늘어서 앉아있는 환자들과 약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봅니다. 저희가 그들을 부르거나 대할 때 사무적이거나 냉랭하게 대하지 않고  예루살렘 부인 품에 안겨있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에게 당신이 보여주셨던 그 연민의 정을 저희도 가질 수 있도록 넓은 마음을 허락해주시고,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서로 돕는 너와 내가 되게 하소서.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 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어제 자살을 기도했던 우울증 환자를 기억합니다.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신 안으로만 몰입하는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변화를 일으켜주소서. 주님,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도록 그를 도와주시고, 끊임없이 일어서시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갖게 하소서. 또한 가족과 이웃들도 그의 아픔과 외로움에 동참하며, 그가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해와 수용의 자세로 그를 받아들이게 하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벗김과 수치를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차갑고 커다란 검사기계 위에서 가운을 입고 이리저리 몸을 굴리고 있는 환자가 왠지 측은해보입니다. 혹시라도 환자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여 그가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의료진이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며, 매사에 기계화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들의 무관심과 무심함 때문에 환자가 무시당하거나 모욕당하는 일이 없도록, 주고받는 저희의 말을 다듬어주시고, 저희의 잘못에 대해 저희들이 무감각해지는 일이 없도록 늘 깨우쳐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심장에 박동조절기를 달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환자의 창백한 얼굴과 당신의 못박힌 손과 발에서 솟구치는 핏줄기가 함께 어우러져 보입니다. 주님, 그의 심장에 힘을 불어넣어주소서. 그리하여 힘찬 박동으로 다시 살아난 몸과 마음으로 당신께 감사드리며. 봉사와 나눔의 삶을 통해 당신의 사랑에 보답하게 하소서. 그리고 저희도 위선과 교만에서 벗어나,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에게 마음에 못을 박는 무분별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일깨워주소서.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요란한 경적을 울리는 앰브런스와 응급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생을 마친 어느 응급환자를 기억합니다. 그의 생전의 삶에 함께 해주셨듯이 지금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 하시어 그가 편안히 선종할 수 있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주님, 특히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죽음을 통해 부활하신 당신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고 이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평화로이 하느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성시를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주님, 한창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며 놀아야 할 나이에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병과 싸우고 있는 어린 환자의 맑은 눈을 바라봅니다. 주님, 그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과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주시고,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느끼고 실망하는 의료진들에게 용기를 주시어, 병을 치유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환자의 불안과 고통을 위로하게 하소서. 또한 저희도 헌혈, 골수이식, 장기기증등 나눔의 신비를 통해 그들에게 새생명을 줄 수 있음을 깨닫고 늘 자신의 것을 나누어 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소서.
 
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 영안실에 고요히 안치되어 있는 어느 환자를 기억합니다. 그가 살아서 받았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시간들..., 그리고 그 어려운 순간마다 당신이 함께 해주셨기에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은총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 사랑과 자비에 힘입어 이제 당신 품에 안긴 그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허락하소서. 또한 허탈과 죄책감, 깊은 슬픔에 잠겨있는 유적들의 마음을 따뜻이 위로해주시고, 그들도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톨릭 중앙의료원 원목실 기도서 참조-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