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0) 미시오 , 당기시오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9 조회수869 추천수5 반대(0) 신고

 

오늘은 동창회가 있는 날이었다.

내가 학교를 여러군데 다녀서 동창모임이 많으나 두 군데밖에 나가지 않는다.

오늘은 1년에 네 번 3개월에 한 번씩 모이는 고향동창회였다.

이번엔 연희동에 사는 친구집에서 동창회를 하는데 요즘 내가 먼곳에 가는걸 너무 귀찮아하던 터라 무슨 핑계를 대고 빠질까 하다가 마침 몸도 안좋고하여 많이 아파 병원에 가야해서 못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펄펄 뛴다. 작년 12월에도  빠지고 9월에도 빠져서 넌 찍혔다고, 와서 점심이라도 먹고 병원가라고, 일껏 음식 준비해 놓았는데 하나 둘 빠지면 맥빠진다고 어찌나 호통(?)을 치던지 더 이상 핑계를 포기하고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섰다.

 

몇몇사람은 영등포에 있는 K피부과 병원 앞에서  만나 함께 가기로 이미 연락들이 되어 있어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갔는데 차가 막히지 않아 너무 빨리 도착했다.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일렀다.

바람이 쌀쌀하고 추웠다.

너무 추워 병원 안에 들어가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유리문을 통해 밖을 보고 있는데 참으로 재미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번번히 문을 당긴다.

두세번 당기다가 머리를 유리문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른 문을 또 당기다가 안되니까 먼저 문을 밀고 들어온다. 분명 밖의 문에는 제법 큰 글씨로 (미시오)라고 써있는데도 열명중 여덟사람은 꼭 그런다.

 

일을 보고 나가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히 (당기시오)라고 써있는데도 자꾸만 문을 민다.

안되니까 옆의 고정된 문을 또 민다.

그러다가 꿈쩍도 안하니까 그때서야 다시 왼쪽 문을 당겨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워낙 이름나고 단일병원으로선 큰 병원이어서 환자들이 참으로 많이 들고 난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헛손질을 하는지 40분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소리없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나가는 사람들에게 당기세요 하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몇번 헛손질하다가 찾아 나가는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구태어 일일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입구 한구석에 서있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 지나간다. 문득 학교다닐때 처녀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생각났다.

남이 자기를 쳐다볼때 느끼는 감정의 두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다.

잘생긴 사람은 자기가 잘나서 쳐다본다고  생각하고 못생긴 사람은 자기가 못생겨 쳐다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쪽은 자만심을, 한쪽은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저사람들은 나를 힐끗 한번씩 쳐다보고 갈까?

분명 내가 잘생겨서 쳐다보는건 아닐테고 그렇다고 남의 시선을 끌만큼 못생겼다고 생각되진 않는데..... 아하! 그건 내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그려지는 실실 웃고 있는 내 속마음을 그들이 본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리도 어리석게 어쩌면 그리도 생각없이 행동들을 하십니까?

눈은 어디에다 두고 문맹자도 아닌데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모두들 똑 같습니까?

후후후후후............

분명 내얼굴엔 그렇게 써있지 않았을까?

 

사실은 이러는 나도 은행문을 밀고 들어갈때 그런 헛손질을 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문을 밀었는데 (당기시오)라고 써있을 때도 있고 당겼는데 (미시오)라고 써있을 때가 있다. 헛손질을 꽤 자주 하는데도 그러는 자신이 하나도 우습지 않았는데 내가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왜 그리도 우스운지 아니 우습다기 보다는 그냥 피실피실 웃음이 입가에 저절로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남의 모습은 남의 실수들은 극명하게 보여지는가 보다.

그까짓 헛손질이야 보는 눈에 따라서는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귀여운 실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중요한건 내가 했을 때는 실수로 느껴지지 않는데 남이 했을때는 불필요한 헛손질로 보인다는 점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실수는 쉽게 느껴지지도 보여지지도 않으면서 남의 잘못된 부분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잘 보일까?

오죽하면 남의 눈에 박힌 티눈은 잘도 보면서 네눈에 박힌 들보는 어째서 못보느냐는 말이 있겠는가!

 

내 잘못 내 실수엔 근시안이고, 남의 실수 남의 잘못들은 돗수 맞는 안경을 쓰고 볼때처럼, 아니 현미경을 통해 보는것처럼 훤히 잘도 보이는게 사람인가 보다. 아니 자기 자신인가 보다.

앞으로는 은행을 가든 병원을 가든 건물의 문을 열때는 제대로 문을 여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다.

 

미시오.

당기시오.

그 글귀는 괜히 폼으로 써놓은 글이 아닐 것이다. 

보고 그대로 행하라는 뜻일 것이다.

 

     <묵상기도>

 

          .........보고 그대로 행할지어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따름에 있어서도 이렇게 밀고 당기는 헛손질 하지 않고 바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하느님의 말씀을 보고 그대로 행할수 있는 지혜와 은총을 주소서, 아멘.

 

                    ( 2005년 3월 1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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