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01) 신부님은 사기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9 조회수1,050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5년3월19일 토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ㅡ사무엘 하권7,4-5ㄱ.12-14ㄱ.16;로마서4,13.16-18.22;마태오1,16.18-21.24ㄱㅡ

 

 

 

      

※사진설명 ㅡ heaven365.com 에서 구한 사진입니다. 실제 어느 본당의 안토니오신부님 사진을 작가께서 배경을 삭제 하시고 올리신 사진 입니다. 작가분의 제제가 있을 시는 언제든지 삭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은 사기꾼?

                     이순의

 

 

 

간밤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연극을 공연하는데 사제 역활을 맡은 사람의 옷을 구해야한다는 것이다. 여러번 경험을 해 보았지만 성직자나 수도자 역활을 해야할 때 복장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전에는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학생이 신부님의 치마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한 적이 있었다. 제의가 필요하면 천을 끊어다가 대충 박아주면 되고, 로만 칼라가 필요하면 앞 가리게만 만들어 주면 되는데, 수단이 통째로 필요할 때는 방법이 없었다.

 

고민과 고민을 하다가 어느 신부님께 사정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고민의 비중과는 다르게 아주 쉽게 빌려주셨다. 그 성스러움의 상징인 사제의 의복을 거룩하게 받아들었다. 수단을 직접 받아서 자세히 살펴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있어서 사제관을 방문했을 때에 수단의 앞 단추가 목에서 부터 치마단까지 모두 열려진 채로 걸려있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저렇게 많은 수단의 단추를 잠그시다가 미사시간에 늦으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었다.

 

아들녀석은 아들녀석 대로 그 단추의 수가 궁금하여 몇몇 신부님들을 세워 놓고 그 단추의 수를 세어 본적이 있다. 나는 대충 짐작하여 예수님 나이에 맞게 설흔 세 개 라고 일렀는데 녀석이 확인한 바로는 키가 크신 신부님은 더 많았고, 키가 작으신 신부님은 그 수가 더 적었다는 것이다. 신부님의 수단은 입고 벗을 때마다 열고 잠근다는 것이 귀찮아 보일 만큼 단추가 많다. 그러므로 위의 몇 개만 풀어져 옷걸이에 걸려 있어야 한다. 당연히 치마의 아래 부분은 단추가 채워져 있어야하고, 가슴 부분만 풀었다가 잠궜다가 입고 벗으실 일이었다.

 

그런데 수단의 단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려 있었다. 공연한 분심에 나는 늘 생각에 잠겼다. 저 단추를 저렇게 끝까지 풀고 닫지 않아도 신부님인데 뭐하러 저렇게 끝까지 풀어서 걸어 놓으실까? 윗단추만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셔도 되는데 뭐하러 사서 복잡하게 살으실까? 저 단추를 풀고 잠그는 일이 사제들의 소명일까? 입을 때마다 기도문을 외워야 하고? 벗을 때마다 또 기도문을 외워야 하고? 사제관을 나올때는 그것이 답답했다. 융통성 없는 신부님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직접 수단을 모셔놓고 살펴보니 신부님들은 그 단추를 일일히 잠그시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느 신부님이 그렇게 많은 단추를 벗을 때마다 마지막 한 알까지 열어 놓겠는가? 또 입으실 때마다 얼마나 바쁘시겠는가? 단추는 그대로 달려있었다. 검은 수단자락에 달리신 포도알 처럼 유일한 장식품이 되어 달려 있었다. 그런데 단추의 안쪽에는 치마단 부터 목까지 지퍼가 쫘~~아~~악~~! 고속도로 처럼 달려있었다. 오랜 분심의 결과로 인한 그 시시함이란.....!

"신부님은 사기꾼!"

 

부활을 앞두고 또 사제의 옷이 필요하단다. 이번에는 로만카라 와이셔츠가 필요하단다. 여러 번 만들어 보았으므로 쉽게 만들어 줄 수가 있다. 하지만 나도 사기를 칠거다. 아가들 턱 받이처럼 앞 가리게 정도로 로만카라만 만들어 줄 것이다. 연극이니까 나처럼 그 옷의 정체성에 대하여 분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부님의 수단은 드라이에 다림질꺼정 해서 돌려 드렸지만 내가 만들어 준 소품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모두들 떼 먹었다. 히~~! 그래서 나는 사기를 칠거다. 히~~?!

 

다시 한 번 수단을 빌려주셔서 나의 오랜 분심을 해결해 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건강하시기를.....! <잘 살으세?! 신부님!> 그리고 나에게 로만카라 제작을 부탁하신 분께도 감사를 보낸다. 교회의 부활절과 상관은 없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성스러운 교회의 부활시기에 연극 연출을 맡으신 분께도 멋진 연극이 되시기를 축원드린다. 더불어 나에게는 부활을 준비하는 경건한 시간으로 여기며 열심히 성스러운 사기꾼이 될 것이다. 마음이 짐스러운 근황으로 인하여 부활 카드를 한 장도 만들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또 만들 것을 주시니 은총이라고 여길 것이다.

"천주께 감사!"

 

영성체 후 묵상

세상에서는 일반적으로 뛰어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만 희망을 두고 하느님께만 인정받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 인정 받지만, 하느님께서는 요셉과 같은 사람을 선택하십니다. 묵묵히 자신의 처지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실천하는 요셉과 같은 사람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큰 일을 하십니다.

<잠시 마음속으로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시간을 가집시다.>ㅡ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