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슬피운 사연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19 조회수1,013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금으로부터 5년전 사순절에 우리 교회가 마련한 피정 시간은 내 인생의 여정을 샅샅이 돌아보고 새 삶을 사는 출발점이 되었다. 신부님의 강의가 끝나고 참회의 시간이 되자 피정에 참가한 교우들은 묵상하기 좋은 곳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피정 센터에 일찍 들어와 산책을 하는 동안 거닐었던  본관 옆 산기슭 숲 속에 자리잡은  십자가의 길을 향해 나섰다. 이 길은 우리 인간의 죄로 인하여 십자가에 죽음을 당하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곳으로 예수님께서 사형선고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넘어지시면서 갈바리아 산상을 향하여 골고타 언덕길을 오르시었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무덤에 묻히시기까지의 길을 14처로 나누어 묵상하는 장소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성지에서 자주 보았던 십자가의 길과는 달리, 이곳에 세워진 십자가에는 예수님은 물론 제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커다란 십자가 나무만이 푸른 잔디 위에 세워져 있었고 십자가 옆 작은 돌 판에 부착된  동판에는 묵상안내문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앞에는 앉아서 묵상할 수 있도록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나는 1처부터 14처까지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으며 예수님께서 못 박혀 돌아가신 십자가를 바라보고 난 후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일생의 삶 가운데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저지른 부끄러운 과거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을 하나하나 되새겨 볼 생각이었다.  


   나는 십자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오른손으로 이마에서 가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십자가(성호경)를 그었다. 나는 14처의 각 처마다 우뚝 선 십자가 나무를 바라보면서 성모 마리아께 간절한 도움을 청하였다. 나에게 과거의 죄와 허물을 뉘우치는 진정한 통회의 시간이 되어 내 마음속에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고 새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로 청하였던 것이다.


   제 1처는 예수님께서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하는 곳이었다.  본시오 빌라도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군중들의 빗발치는 고함소리에 예수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내가 군중들 속에 한사람으로 속해 있었다면 예수를 고발한 유다는 못되더라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 보다 선한 사람이라고 결코 자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긴 의자에 홀로 앉아서 나의 허물을 돌이켜 보았다.


  누가 내게 “종교가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성당에 다닌다.”고 서슴지 않고 대답하면서도 하느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의심해 보기도 했고, 고통스러운 일이나 불행한 일을 당할 때면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재수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말과 행동은 조심하면서도 생각으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회개하지 못했고 나의 체면과 남의 이목을 의식하여 성체를 영하였다.  일요일에 쉬고 싶어 토요일 특전미사에 참례하기도 하였으며, TV를 볼 시간은 있어도 “기도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고, “새롭게 해 주소”라고 입버릇처럼 기도하면서도 습관적인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얄팍한 자존심을 살리려 하거나 내 주장이 강하여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거나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도 하였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지난날의 부끄러운 과거를 뉘우치면서 일어서서 성호를 그은 다음 조용히 마음의 기도를 바쳤다.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 사형 언도를 받으신 예수님, 저도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하였고 당신께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저질렀으며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 친 사람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당신의 ‘충실한 종이 되려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하신 당신의 말씀대로 저는 세속의 길을 걷느냐, 십자가의 길을 걷느냐를 선택하라면 당신의 십자가의 길을 걷겠습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를 바친 후 제 2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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