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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피운 사연 2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0 조회수729 추천수5 반대(0) 신고
 

   제 2처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하도록 안내판에 새겨져 있었다.  참된 그리스도의 자녀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고통이 자신의 십자가이기에 그것을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했고, 나의 짐은 너무나 무겁다고 언제나 불평을 늘어놓았던 과거를 되새겨 보았다.

 

  집 한 칸 마련하느라 쪼들리는 시절 부모에게 요청했던 경제적인 도움을 거절당하고 난 후 부모를 야속하다고 원망하였기에 효심마저 말라버렸던 나였다.  형이나 동생이 병석에 누웠을 때 잘 돌봐주지도 못했으며, 굶주린 이들을 외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때 “무자식 상팔자”라며 자녀가 있음을 후회하였고, 삼종지도의 유교윤리를 본받아 가장 행세나 하려했으며, 아내와 뜻을 맞추기보다는 늘 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도 하였다.  지난날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삶의 고통으로 여기고 죄의식을 가져 보지도 않았다.


   나의 어리석은 과거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더욱 무겁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마음의 기도를 바쳤다. “세상에 죄는 있으되 죄인은 없는데,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려고 당신이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다니 이건 불공평해도 너무나 불공평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지른 나의 탐욕의 죄를 회개합니다. 저는 무수한 많은 탐욕의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지은 탐욕의 죄를 보속하기 위해서 저도 십자가를 지기를 청하오니 허락해 주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를 바친 다음 제3처로 향했다.


   제 3처는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하는 자리였다. 나는 십자가 나무를 향해 큰절을 드리고 난 후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말로서 저지른 나의 잘 못을 뉘우쳤다.  부드러운 말, 친절한 말, 상냥한 말, 지혜로운 말, 바른 말, 고운 말이 정다운 벗을 삼고 남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는 것을 알면서도, 좋은 일을 위해서라면 적당히 거짓말을 하기도 했으며,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말 좀 들어 보라 목청을 돋우었고, 헛되고 속된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십자가 나무 앞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떨어트린 체 조용히 기도를 바치기 시작하였다.  “저는 일생을 살면서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오늘날은 자기 PR 시대라고 자화자찬의 말도 많이 했습니다. 무심코 내 뱉는 나의 말 한마디에도 어쩌면 교만이 가득 찼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지나친 욕심과 주제넘은 말이나 행동이 남에게 큰 상처를 안겼을 터인데도 저는 남의 말 한마디 때문에 받은 상처를 고통스러워하였나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소중한데 남을 업신여기고 남이 나를 인정해 주기만을 바랬습니다.  교만이 가득 찬 말의 잔치에 뛰어 들었고 교만으로 지저분한 흙탕물에 더렵혀진 죄인 속에 저도 포함되어 있으니 저의 죄로 당신의 십자가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주님, 이제 말하기보다는 침묵하게 도와주십시오. 아멘.”


   제 4처는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하는 곳이다.  나는 십자가 나무를 바라본 후 깊이 절을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 그리스도의 어머니에 대한 지난날의 나의 태도에 대하여 성찰해 보았다.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분이며 예수께서 친히 “이분이 네 어머니 시다.”라고 이르셨는데도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대한 나의 공경하는 마음은 천박했을 뿐만 아니라 마리아 모습을 새긴 성물이나 성수도 경솔히 취급하거나 기도하면서도 우리 집에 기적이나  가져다주기만을 바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경을 긋고 나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주님,  여인 중에 선택되어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히 입은 당신의 어머니께서 당신과 함께 하십니다. 세상 군중들은 당신을 조롱하는데 티 없이 맑은 성모님이 당신의 무거운 십자가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가슴을 찌르는 아픔을 인내하신 체 모든 것을 마음에 새겨 두시며, 저희가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라고 모범을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라고 친히 일러주신 주님,  저도 이제 어머니께서 보여주셨던 사랑과 겸손의 덕을 본받겠습니다. 세상의 고통을 인내하며 당신의 길을 따르려 하니 제 영혼을 말끔히 씻어 주십시오. 아멘.” 그리고 성모님께도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이렇게 기도를 바친 다음 느린 발걸음으로 제5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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