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권: 내적(內的) 생활 ♣
제 1 장
◎ 마음안에 깃들이는 생활.◎
1. "하느님의 나라는 네 안에 있느니라" (루가 17, 21)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네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께로만 향하고
이 가련한 속세를 잊고 살라.
그러면 네 마음이 평안해질 것이다.
바깥 사물을 소흘히 하고 네 안의 일을 삼가면
하느님의 나라가 네 마음에 깃듦을 보리라.
하느님의 나라는 평화로운 마음이고
성령이 주시는 즐거움이다.
이는악한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아니한다.
네가 그리스도께서 네 안에 거쳐하실 준비를 다하면,
그는 오셔서 환락을 담뿍 맛보게 하시리라.
그의 모든 영광과 미(美)는 마음 안에 있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가 즐겨 하시느니라.
그는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을 자주 찾아 주시고,
친밀히 말씀해 주시며, 많이 위로해 주시고,
마음의 안정을 주시며, 벗의 정을 통해 주신다.
2. 그러니 충실한 종이여,
그를 네 마음에 배우자처럼 모시고
네게 오셔서 너와 같이 사시도록하라.
그는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들을것이고,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실 것이다.
아버지와 나는 그에게 와서 그와 같이 살 것이다. (요한 14, 13).
그러니 너는 그리스도께서 네 마음에 드시도록 하고,
그외에 모든 것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네가 그리스도를 모시면 너는 부요해지고
부족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는너를 돌보아 주실 것이고
모든 일을 성실히 마련해 주실 것이니,
너는 인간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은 변하기 쉽고 힘이 모자라
너를 도와주지 못해도 그리스도는 변하심 없고
끝까지 네 곁에 서서 너를 보호하심이다.
3. 우리를 도울 수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는 약하고 죽을 수 있는 인간이니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 그들이 너를 거스르고 괴롭힌다고 너무 걱정하지도 말라.
오늘 너와 같이 지내던 사람이 내일은 너를 거스를 수 있다.
사람은 바람처럼 반대로 변하는 수가 많다.
너는 하느님께만 모든 것을 맡기고 살라.
그만이 네 두려움도 되고 네 사랑도 되도록 하라.
그는 너를 대신해서 대답하실 것이고,
가장 좋게 인자로이 마련해 주시리라.
여기는 네가 살 장소가 아니고
어디서 살든지 너는 외국사람이고 나그네 밖에 안 된다.
네 마음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기 전에는 안식처를 얻지 못하리라.
4. 여기는 편히 쉴 곳이 못 되는데 무엇을 그리 두루 살피고 있느냐.
네가 살 곳은 하늘에 있다.
세상만사를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
세상만사가 다 지나가고 너도 겸해서 지나간다.
너는 새상사에 얽혀 지내지 말라.
그러다가 그에 잡혀 실패할까 두렵다.
네 생각은 하늘 높이 오르게 하고,
네 기구는 그리스도께 거침없이 올려라.
네가 고상한 천상 사정을 관상하지 못하겠거든
그리스도의 수난하심이나 생각하고
그 받으신 상처에 깃들여 보도록 하라.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형을 참아 받으시고
상처를 입으셨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려운 일을 잘 참아갈 수 있고,
남들이 우리를 경멸해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으며,
남들이 우리를 헐뜯어도 잘 이해하고 살 수 있을것이다.
5. 그리스도 역시 세상에서 사람들의 천대를 받으셨고
남의 도움이 아주 필요할 때
친지들과 친우들에게까지 욕을 당하며 버림을 받으셨다.
그리스도는 달갑게 고난을 당하시고 천대를 받으셨느데
너는 무엇이 그리 어렵다고 원망하느냐.
네가 어려운 경우를 당하지 않으면 너 어찌 인내함의 상을 받겠느냐.
너를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면 너 어찌 그리스도의 친구가 되겠느냐.
그리스도와 같이 그 왕국에 살려거든,
그리스도와 같이 또 그리스도를 위해서 참아 견디며 살아라.
6. 네가 한 번 예수 안에 깊이 들어가 그 뜨거운 사랑을 맛보게 되면,
그때는 너 자신이 편하고 불편한 것을 밝히지 않고
차라리 천대 받는 것을 즐겨하게 되리니,
예수를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는 참된 내적인간은
절조 없는 감정에서 이탈하여 자유스럽게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되고,
정신으로 자신을 초월해가며 안락하고 평온한 상태를 누리게 된다.
7. 사물을 사물 그대로 평할 줄 알고,
남들이 말하고 평하는 대로 믿지 아니하는 사람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사람에게 보다도 하느님께 배운 사람이다.
매력으로 생활해 나갈 줄 알고
외부 일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을 사람은
장소나 시절을 가리지 않고 정성으로 일과를 힘써 행한다.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은 쉽게 정신을 집중시키게 되니,
그는 바깥일에 전혀 몰두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런 사람은 밖으로 하는 일이나
때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해도 장애가 없고
오히려 일은 닥치는 대로 해나간다.
생활이 정돈되고 내적으로 규율을 있게 하는 사람은
남들의 이상하고 망측한 소행을 보아도 그에 관심을 두지 아니한다.
사람은 사물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장애가 되고 번민을 산다.
8. 네 마음이 바르고 깨끗하면 모든 일이 다 좋게 되고 유익하게 되리라.
여러 가지 일에 네가 불만을 느끼고 자주 번민하는 이유는
네가 네 자신을 전혀 이기지 못한 탓이고,
세상사에서 이탈되지 되지 못한 이유이다.
마음이 불결하게 조물에 사로잡히면
그것처럼 마음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것은 또 다시 없다.
외부 위안을 피하여야 너의 정신을 집중시켜 천상 것을 생각하게 되고,
자주 내적 즐거움을 체험하게 되리라.
◈ 묵 상 ◈
너 자신 안에 들어 속세의 잡음을 막고
고요히 스스로를 관찰해 보라.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발견 되리라.
사람은 우선 먹고 마시는 세계를 알고,
그 다음으로 명예와 권력의 세계를 알고
또는 사랑의 세계를 맛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요구하는 전체세계는 아니다.
이 평범한 생활 중에 예술의 세계도 있다.
그저 보고 듣고 먹는 재미를 초월해서
진선미(眞善美) 의 절정에 이르려는 혼의 예술세계가 있다.
또 그중에 신앙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절대적 진선미 를 목적으로 신앙에 기초를 둔 것이니
인간은 필연적으로 그에 귀의하게 된다.
이것이 내적 생활이다.
그리스도의 사상에 잠겨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고
세상 재미를 뜬구름처럼 생각하여 그 진가를 알아들으며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나아가 사는 생활이다.
예술을 알아듣는 것도 고상한 생활이지만
내적 신심생활을 찾아드는 것은 누구나 해야 할 생활목적이다.
하느님께로 부터 온 이 몸,
하느님께 향해 사는 것만이 인간의 궁극목적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안에 들어 고요히 하느님의 움직이심을 엿보고
그의 뜻에 우리를 맡겨야 한다.
◐ 인보성체 수도회의 설립자이신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님께서
두번째로 개정 번역하신 준주성범,[그리스도를 따라]에서 옮겨 적었음.◑
♬ 성령께서 저희를 도우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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