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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슬픈 시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1 조회수1,010 추천수19 반대(0) 신고
 

3월 22일 성주간 화요일-요한복음 13장 21-33절, 36-38절

“주님, 주님을 팔아넘길 그 사람이 누굽니까?”


<주님의 슬픈 시선>

오늘 예수님께서는 슬픔이 가득한 시선으로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잘 나가던’ 두 제자의 배신을 바라보십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일은 결정적인 순간 스승으로부터 등을 돌린 두 제자는 당시 제자 공동체 안에서 나름대로 가장 열심하다고 자처하던 제자들, 그중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제자들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제자들 중의 제자였던 수제자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그를 후계자로 발탁하십니다. 전권을 부여하십니다. 그런 선택을 받은 베드로의 자부심도 대단했습니다. 정말 위세 등등했습니다.

유다 역시 제자 공동체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제자였습니다. 그나마 머리가 빠릿빠릿하고 잘 돌아갔던지 회계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두 핵심인물의 배반을 예수님께서 예견하십니다.

가장 절친했기에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완전히 얼굴빛을 바꾸고 떠나간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로 인한 상처는 상상을 초월하지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가슴이 남게 됩니다. 그 상처가 아물기 위해 평생이 걸리기도 합니다.

제자 공동체 안에서 가장 신뢰가 갔었고, 가장 믿음직했던 두 핵심제자의 배신을 바라보던 예수님의 쓰라린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 아린 상처를 기꺼이 감내하고 다시금 무너져버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시던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두 핵심 제자들의 배반사건은 교회 전통 안에서 정말 감추고 싶었던 오점이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제자 중의 제자였던 베드로 사도가 스승 예수님을 3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했던 이 수치스런 배반사건을 복음사가들은 어떻게 다루었습니까? 안심하고 믿었던 사무국장 유다의 배반 사건을 복음사가들은 어떻게 다루었습니까?

정말 수치스러웠기에 감추고 싶었던 창피스런 배반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대리자이자 후계자, 교회의 초석이었던 베드로의 예수 부인 사건, 총무란 중책을 맡았던 유다의 배반 사건을 왜 복음사가들은 있는 그대로 기술했겠습니까?

복음사가들의 서술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핵심 제자들의 위신에 최소한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그들의 난처했던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복음사가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배반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습니다.

복음사가들은 일체의 옹호도 없이 핵심제자들의 배반사건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핵심제자들의 ‘배반사건’ 을 통해서 우리는 나름대로 한 가지 진리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 인간의 언약, 인간의 역사, 인생의 모든 각본은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진리 말입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던 베드로였지만 가장 낮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십시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저만은 결코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다던 베드로였지만 단 몇 시간 만에 세 번씩이나 주님을 배반했습니다. 그토록 기고만장했던 베드로가 단 몇 시간 만에 완전히 찌그러집니다. 금강석보다도 더 단단했던 베드로의 언약은 자취를 감추고 철저한 배신에 따른 수치심과 죄책감, 부끄러움만이 베드로를 휘감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일 필요한 자세는 ‘지속적인 겸손’ 입니다. “주님, 이 연약한 인간을 보십시오. 천국을 살다가도 일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 가련한 인간을… 시시각각으로 배신을 거듭하는 이 불충실한 인간을….”

그래서 늘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화살기도입니다.

베드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겸손하게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비참함을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주님의 자비를 힘입지 않고서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아름답고 열렬한 신앙고백에 도달하게 됩니다.

“주님, 제가 이렇게 비참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요한 21,16참조).

오늘 우리의 처지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비참할 때, 거듭 그분을 배신하는 순간, 베드로의 고백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보십시오. 당신 없이는 참으로 비참한 제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제게는 이제 주님 당신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제 삶의 의미입니다. 당신만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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