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슬피운 사연 4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2 조회수729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 8처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하는 길이었다.  나는 십자가를 향해 깊이 고개 숙여 경배를 드린 다음 의자에 걸터앉아 말없이 십자가 나무를 바라본 후 고개를 숙인 채로 묵상에 잠겼다. 예루살렘 부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길로 기진하여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은 알면서도 자신의 죄를 슬퍼할 줄 몰랐기에 주님께서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셨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는 지난날 나의 죄를 참회하며 참으로 슬퍼했던가를 성찰해 보았다. 한참동안 나의 과거의 잘못을 돌이켜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통회의 기도를 바쳤다.


   “저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주님, 예루살렘 부인들이 자신의 죄는 슬퍼하지 아니하고 당신께서 참혹히 끌려가시는 모습을 안타까워하였듯이 저 역시 자신의 죄를 슬퍼하지 아니 했나이다. 남들이 저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 준 것을 아파하면서도 제가 남에게 지은 잘못은 기억조차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사랑의 이별은 슬퍼하면서도 당신의 사랑을 외면하고 그늘진 골짜기에서 지은 허물로 십자가를 더 무겁게 만든 죄를 슬퍼할 줄 몰랐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십자가 나무를 바라보고 진심으로 통회하오니 저의 죄를 통화하게끔 도와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하여도 슬퍼하게 도와주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아멘.’이라는 기도와 함께 제8처를 떠나는 나의 마음과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제 9처는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하도록 안내판은 일러주었다.

셋이란 숫자는 일생의 삶을 살아오면서 나와 친숙한 수이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나의 죽마고우가 학창시절 언젠가 내게 충고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화를 잘 내던 성격과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분을 쉽게 삭이지 못해 자주 넘어졌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저 깊은 내 양심의  골짜기가 숲 속에 가리운듯이 자신마저 속이고 헤매일 때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주님께서는 “너 어디 있느냐?” “악을 피하라.”고 순간순간마다 일러주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또다시 넘어졌으니 주님 앞에 '내 어찌 당신의 자녀라 고백할까?' 마음은 천근만근 더 무거워져 갔다.


   나는 십자가 나무 앞에 서서 내 가슴의 은밀한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의 기도를 바쳤다. “주님, 저는 동일한 죄의 유혹에 빠져 자주 쓰러졌나이다. 무엇이 진실하고 무엇이 선한가를 알면서도 습관적인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당신의 수난에 눈물 흘리면서 저의 죄에 대하여도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나의 죄에 자주 걸려 넘어 지면서도 이웃의 잘못을 용서할 줄 몰랐습니다. 내가 남을 용서하지 못한 죄에 대하여도 통회합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일러주신 주님의 말씀 따라 한없이 용서하겠습니다. 아멘.” 


  제 10처는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하는 자리였다.  나는 십자가 나무를 바라보고 깊이 경배를 드린 다음 선체로 묵상하였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로 백성들로부터 모욕의 언사와 침 뱉는 수모를 당하시고 가시관의 왕관까지 쓰시는 고난을 당하신 후 병사들이 거짓 왕으로 꾸몄던 자주색 옷과 가시관의 왕관은 물론 옷까지도  벗김을 당하셨다.  주님은 저렇게 철저히 배반 당하셨고 홀로 버림 받으셨다.  나는 그대로 나 자신의 죄를 통회하는 기도를 바쳤다.


   “주님, 분노의 유혹에 걸려 쓰러지고 분을 삭이지 못하다보면 당신께서  당신의 몸과 피로 길러주신 생명의 기운도 하늘의 보화도 자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이 시간 저의 추한 허물을 모두 벗겨 주십시오.  인간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삶을 살았던 과거의 저를 벌거숭이 알몸이 되게 해주십시오.  당신은 저의 잘못을 낱낱이 알고 계십니다. 죄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주소서. 악의 유혹에 다시는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습관적인 잘못을 모조리 회개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나의 육신과 나의 영혼의 부끄러운 과거를 송두리째 벗어버린 나는 더욱 낮아진 마음으로 성모님께 주님의 아픈 상처를 깊이 새길 수 있도록 청할 수 있었다.


   제 11처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하는 참회의 성지였다.  나는 십자가 나무를 바라보고 경배를 드린 다음,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으로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하고 원수들의 죄를 용서하신 주님의 말씀을 묵상했다.  주님은 인간을 그토록 극진히 사랑하셨기에 죽음의 문턱에서조차도 원수들의 죄까지 용서하셨다.


“주님, 저도 죄인이었기에 저의 죄가 당신의 십자가에 못을 더 박았나이다.  세 시간 반 동안이나 고통에 시달리시고 ‘목마르다.’고 애원하시었지요.  현대의 문명과 인간의 이기와 질투심이 우리의 영혼을 이렇게 목마르게 하나이다.  이제 우리의 죄를 십자가 나무에 박아 주시고 당신은 편히 쉴 차례이옵니다. 저의 지난날의 잘못을 통회하오니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주소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