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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픔] 조카 딸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2 조회수85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몇 달만인가?
그동안 나의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엄마를 LA로 언니가 모시고 갔다.

 

막내로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형제들보다 엄마랑 사는 기간이 제일 짧기만 하다고 서글퍼했던 내가 뻔뻔스럽게 모른척하며 7개월동안을 어영부영 시간을 지내고만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오셔서 사시는 노인분들이 다 그렇듯 우리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을 터인데 이렇게 무심히 있었던 내가 정말이지 미웁기만 하다.

 

어느 부모님이나 자식사랑이라면 최고였을테지만 특히도 우리엄마는 자식 사랑이 끔찍하시다.
어디가 아프셔도 자식들 앞에서는 안 아프신척 하시기만 하시는 엄마의 사랑을 당연한 듯이, 우리 엄마는 그런 분이라고 일축해 버리기만 했던 것이다.

 

치매현상이 계신 귀여운 우리 엄마.
이제는 손주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같이 지내는 손녀도 때론 알아보시지 못할 때가 있으신데 잊지않고 나의 이름만 잊지않고 찾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으면서도 단 걸음에 찾아 가 보지 못한 내가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짐보따리를 싸 보았다..
막내 안드래아랑 같이 엄마를 보러 가는 마음에 설레임이 일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늦게 출발을 하였기 때문에 실상 엄마한테 갔을 적에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첫눈에 엄마가 많이 달라져 계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가뜩이나 마르시고 약하신 엄마는 더욱더 말라계셨다..
그리고 눈동자가 많이 풀어져 보이셨다.

 

혹~ 하고 불면 날아갈 듯이 약하신 치매걸리신 귀여운 울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실적에는 그야말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나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큰 반응도 없으셨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이세상 모든 것에 큰 반응이 없어 보이는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 누구긴? 누구야?  조카 딸이지... 근데 어떻게 시간을 내서 여길 다 왔어? 오래 살고 있으니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구나...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네..."

 

나의 이름을 대어 드려도 낙양이가 누구더라? 하시며 기억을 잘 못하신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우리 안드레아를 보시고도 무덤덤하시다.

 

주무시는 모습은 더욱 힘없이 보이시기만 한다.

더욱이 마음아픈 일은 웃음을 잃으신 것이다.. 아무리 웃겨 드려도 웃으실 줄을 모르시는 나의 엄마께 무척이나 죄스러웠다.

 

똑같은 말을 몇번이고 물어보시는 우리엄마의 마음속에는 이 못난 막내딸이 자리잡고 계신 것이 분명하시다.

 

1초전일도 다 잊어버리시며 나에게 조카 딸이라고 하셨지만 식구가 몇이냐고 물어보시는 엄마께 아들 둘이랑 남편이랑 나랑 살기 때문에 4식구라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너의 남편이 죽지 않았냐고 말씀을 하셨다..

 

당신의 나이도, 아무것도 기억을 해내지 못하시고 나에게도 조카딸이라고 하시면서도 얼마나 나의 걱정을 하시고 계셨으면 바오로의 죽음을 말씀하실까?

 

되도록이면 엄마앞에서 재미나게 지내야했던 마음에 요동이 몰아쳐온다.

잠자리가 불편할새라 침대 끄트머리로 자꾸 가시는 엄마한테 이만치 오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걱정말고 편히 자라고 하신다.

나를 보자마자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10불을 꺼내서 갖으라고 주시는 마음은 여전하시다.

 

엄마께 드리려고 이것저것 마련해 가지고 간 것을 보시면서 잊지 않고 힘든데 뭐하러 이런 것을 가져 왔냐며 안쓰러워하시는 마음도 여전하시다.

 

그깟 먹을 것이 엄마한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머니 털어 1불짜리 몇장 남겨 놓고 얼마 안되는 돈을 드렸다지만 그것이 엄마한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필이면 엄마한테 갔을 때 병이 나는지 헤어지기 싫었지만 걱정을 하시는 엄마를 뒤로 하고 24시간 하루도 못채우고 그냥 와 버린 나의 못남을 언제까지라도 끌어안고 살게 되었다.

 

떠나오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시는 치매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아마도 이 다음 내가 죽을 때까지도 마음의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답답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점점 엄마의 마음은 쪼그라들기만 할 것 같다.

집으로 모시고 오고 싶었다.. 아무리 내가 병이 났어도 꾹 참고 시치미를 떼고 모시고 오고 싶었지만 긴 시간 차를 못 타시니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참 어리석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내 처지만 생각하고 긴 거리를 차를 몰고 간것이다. 비행기 값이 아까워서 그랬던 것인데 이렇게 후회가 될 수가 없다.

 

비행기를 타고 갔더라면 병도 덜 났을테고 엄마랑 같이 지낼수가 있었는데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암수술을 했다는 것을 모르시는 엄마는 하룻만에 뒤돌아서는 나의 뒷모습을 보시고 무슨 생각이 들으셨을까?  무척 마음이 아프다..

 

내 마음엔 언제나 예전의 울 엄마로 남아계시기만 하다고 생각되기만 했으니 얼마나 한심한 막내딸인가?

 

지난 7개월동안 난 너무 안일한 생활을 해 왔던 것이다.
가끔은 이런 우리 엄마를 잊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의 힘듬이 무슨 무기인양 엄마를 잊고 있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가 나 어렸을 적에 2, 3년동안 똥오줌을 받아주셨으니 그저 나도 똑같이 엄마의 말년을 그렇게 해 드리련다.

우리 엄마가 나를 20 여년 키워주셨으니 그저 나도 똑같이 엄마의 말년을 그리 해 드리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젠 시간이 주어지질 않는다.

 

이렇게 지금도 그저 품앗이 사랑을 가지고 나 자신을 대신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
철들어 잘 해드리고 싶어도 이제는 그것마저 받아드릴 힘이 없는 우리 엄마에게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불효를 면할 수가 있을까?

 

엄마,, 죄송합니다.
불효막심한 이 딸을 용서해주세요.

 

엄마가 주시는 사랑에 백만분의 일도 못 갚아 드리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다시한번 뻔뻔한 마음으로 주님께 간구해 본다.
나에게 조금만 더 힘을 달라고...
그리고 이 못난 베로니카를 용서해 주십사고..
제발 이 못난 딸이지만 우리 엄마가 조카딸로 안 봐주시기를 빌어본다.
또 사시는 동안 고통없이 사실수 있도록 울엄마를 맡겨드리겠노라고...
늘 하느님께 부탁만 하는 베로니카를 용서해 주시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뭘 부탁을 하셨는데 도저히 할 형편이 못된다고 거절을 해 놓은 처지에 하느님께 부탁만 하게 되는 내가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마음이 무척 아프다.
나의 마음을 또한번 비워본다.
비워본 마음에 사랑을 가득 채워보려 한다.

 

 

주님 , 저를 용서하소서.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사랑안에서 사랑메세지를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유낙양베로니카의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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