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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리고의 소경
작성자박용귀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2 조회수1,099 추천수14 반대(0) 신고

 

 

예리고의 소경


사람이 가진 콤플렉스 중에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흥부 콤플렉스입니다.

흥부는 잘 아시지요?

 

형인 놀부와 달리 흥부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

이웃에게 늘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입니다.

남에게 돈을 빌려주기 잘하는 사람

어려운 이웃을 잘 돌보는 사람

이런 분들을 보고 우리는 흥부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흥부콤플렉스란 무엇인가?

착하긴 한데 대책 없이 착한 사람들의 경우에

흥부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합니다.

 

자기도 아쉬운데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

대책 없이 무조건 남의 보증을 서주는 사람

자기 식구 굶어죽는데 남의 식구 굶는 것 걱정하는 사람

손해보고 사는 게 속편하다면서 늘 손해 볼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

이런 분들은 언뜻 보면 아주 사람이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왠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인가?

이 분들의 공통점이 마음이 위축되고 무기력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선한 사람과 선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은 분명히 다릅니다.

전자는 자신도 만족하고 다른 사람도 만족시키는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후자는 늘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운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입니다.

 

남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마음의 상태 때문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남이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자기가 발 벗고 나서지만

정작 자신이 어려운 때에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합니다.

 

즉 남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이런 흥부콤플렉스에 걸린 분들께

예리고의 소경은 아마도 바람직한 삶의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르티메오라는 소경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크게 소리치면서 자기를 보아달라고 합니다.

만약 소경이 흥부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아마도 주님이 알아서 나를 바라보시겠지 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었을 것입니다.

보아주시면 고맙고 안 보아주면 내 팔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소경은 눈만 보이지 않았을 뿐 마음은 무척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즉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고 하신 것입니다.

내가 너를 고쳐주겠다고 하시지 않고

너의 그 자신감, 당당함이 너를 살렸다고 하신 것입니다.

 

나 같은 게 뭐가 되려고 하는 생각을 가졌다면

평생 소경으로 살았을 터인데

분명히 주님이 나를 소중히 생각하실 것이고,

나를 돌보아 주실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소경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세상이 나를 그렇게 내 동댕이질 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나에게 문제가 있는 때가 많습니다.

 

세상이 나를 보지 않을 때에는

내가 세상을 불러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예리고의 소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르침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어딜 가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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