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 오셔서 억척으로 일을 하며 자식들을 놓으시고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하고 싶은 것 모두 포기하고 한푼 두 푼 돈 모아 농토를 넓혀 갔습니다.
자식을 키우고 공부를 시키려 하니 농사일로는 엄두가 않나 작은 구멍가게를 내어 장사를 하셨습니다. 농사일 하랴 장사일 하랴 고달픈 삶이 이였지만 자식들 공부 잘하고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에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되었구나 생각했지만 술로 여자로 애간장을 녹였던 남편은 중풍으로 쓰러져 몸져눕고 기대했던 아들들은 사업부도 가정해체 갖은 고통을 다 안기고 급기야 손자 손녀까지 당신이 거두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는 모든 것이 운명 이러니 생각하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모든 것을 사랑하시고 오늘도 성실하게 억척으로 당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십니다. 얼굴에는 곱고 아름다운 참 주름이 야무지게 배어 있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성주간 성목요일 김모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