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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만찬 성목요일 복음묵상(2005-03-24)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4 조회수997 추천수1 반대(0) 신고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 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요한 13, 3-6)


 

성목요일 오전 중에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구의 주교좌 성당에서 한해동안

 

사용할 성유들을 축성하고 사제들의 서약을 갱신하는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합니다. 축성하는 성유는 세 가지로서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성당과 제대축성 등을 위한 '축성성유(크리스마)', 세례직전의 예비자들을

 

위한 '예비신자 성유', 그리고 병자성사를 위한 '병자성유'입니다. 기름은

 

그 효과적인 기능과 향기 때문에 성서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건강,

 

기쁨, 평화, 복, 성령의 힘 등을 상징합니다.(시편 18,5; 23,5; 45,7-8;

 

104,15; 이사 61,3) 야훼 하느님은 당신과 당신이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기름의 다양한 사용법을 가르치

 

시는데(모세오경 참조),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특히 기름을

 

머리에 부어 왕, 예언자, 사제들을 성별하여 내세우는 과정에서 드러납니

 

다.(사울 왕: 1사무 10,1/ 다윗 왕: 1사무 16,13; 2사무 5,3/ 솔로몬 왕: 1

 

열왕 1,39/ 예언자 엘리사: 1열왕 19,16 등) '도유(塗油) 받은 자'는 '그리

 

스도'라 불리웁니다. 그러나 이 칭호는 마지막 시간에 등장할 구원자 메시

 

아가 받게 될 칭호입니다. 
 

"주 야훼의 영을 내려주시며, 야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고, 나를

 

보내시며 이르셨다."(이사 61,1/ 제1독서) 성유축성미사의 복음에서 보듯

 

이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바로 이 대목을 봉독

 

하심으로써 당신이 메시아요 그리스도이심은 물론이고, 예언의 내용이 당

 

신을 통하여 성취되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제자들과 신약의

 

백성들은 주님이신 그리스도(도유 받은 자)의 이름을 따라 '그리스도인'이

 

라 불리게 되며, 그분의 영광스러운 사제직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묵

 

시 1,5-8/ 제2독서) 이런 맥락에서 성유축성미사 강론 후에 행하는 사제들

 

의 서약갱신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오늘 모든 사제들은 교구장 주

 

교 앞에서 서품 때의 서약을 갱신합니다. 주교는 사제들의 갱신서약을 받

 

고 난 뒤 축성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을 향하여 사제들과 주교 자신을 위하

 

여 기도해 주기를 엄숙하고 겸손히 청하게됩니다. 양떼 없는 목자가 소용

 

없듯이, 신자 없이는 있을 수도, 있을 필요도 없는 자신들을 위하여 그리

 

스도를 닮도록 기도해 주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목요일 저녁에 거행되는 주님의 최후만찬미사로서 교회는 예수

 

부활대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파스카 성삼일(Triduum Paschalis)'에 들어

 

갑니다. 파스카 성삼일은 부활대축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그것은

 

수난과 죽음 없이는 부활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파스카 성삼일과 부활대축일'을 일년 전례력을 통틀어 기념하는 그리스

 

도를 통한 인류구원의 신비들 중에서 가장 거룩하고 성대하고 뜻깊은 축

 

제로 거행합니다. 오늘 주님 만찬 저녁미사에서 특이한 사항은 요한복음

 

의 모범을 따라 세족례를 행하는 것과 영성체후 기도가 끝나고 성체를 옮

 

겨 따로 모시고, 제단을 벗기고 십자가를 가린후에 성체조배를 하는 것입

 

니다. 성체조배는 다음날 주님수난 성금요일 전례 전까지 끊이지 않고 계

 

속 이어집니다.

 

 

오늘 미사에서 봉독되는 말씀들을 보면, 교회는 주님만찬미사에서 전통적

 

으로 제1독서로는 과월절과 무교절 축제의 기원을 밝히는 출애굽기(출애

 

12,1-8.11-14)를 봉독하고, 제2독서로는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담은 고린

 

토 1서(1고린 11,23-26)를 봉독하고, 복음으로는 예수의 마지막 만찬 중에

 

세족예식을 담은 요한복음(요한13,1-15)을 봉독합니다. 우리는 이미 어제

 

복음을 통하여 요한복음이 최후의 만찬을 공관복음과는 다른 시점으로 보

 

도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됐습니다. 공관복음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무교절 첫날에 준비시켜, 과월절이 시작된 후의 시점에 행하신 것으로 보

 

도하고, 또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함께 보도하고 있으며(마태 26,17-29; 마

 

르 14,12-25; 루가 22,7-23), 사도 바울로의 고린토 1서 말씀도 공관복음

 

에 준합니다.(1고린 11,23-26) 그러나 요한복음은 '과월절을 하루 앞두

 

고'(요한 13,1) 만찬을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더욱이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빼고 이 자리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례'를 보도하고 있

 

습니다.(요한 13,4-15) 이렇게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에 기술된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최후만찬의 날짜에 대하여는 성서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습니다.

 

 

공관복음사가들의 의도는 분명히 무교절과 과월절 축제의 의미를 부각시

 

키는 데 있습니다. 이들 축제의 의미를 한데 묶어 예수께서 세우시는 신약

 

의 성체성사를 '누룩 없는 빵'과 '어린양의 피'에 연결짓자는 것입니다. 그

 

래서 예수께서는 무교절과 동시에 시작되는 과월절 첫날 시작 직전에 과

 

월절 만찬을 준비하게 하셨고,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만찬을 하시는 중에

 

자신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담아 새로운 계약을 세우신 것

 

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약의 성체성사이며, 십자가 죽음으로 내어놓게 될

 

자신의 목숨(살과 피)을 담은 구원의 성사입니다. 예수께서는 구약의 과월

 

절 만찬 위에 신약의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입니다. 이로써 공관복음은 예

 

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예수님 공생활의 마지막 결론으로 내세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식을 통하여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

 

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13,14-15)는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지

 

상명령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예수님 공생활의 결론을 세상과 제자들에 대

 

한 '극진한 사랑'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요한복음은 6장, 빵의 기

 

적과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통하여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간접

 

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로써 우리는 둘 다를 얻은 셈이 됩니다.

 

 

약 2000년 전 오늘 예수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마지막 만찬이

 

우리 앞에 실제로 드러납니다. 오늘의 만찬미사는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

 

수님이 그분의 제자들인 바로 우리들이 함께 나누려는 것입니다. 그때와

 

똑같이 그분은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살과 피로 주시며, 그분의

 

살과 피는 그분의 모든 것, 즉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의

 

미합니다. 이것이 곧 성체성사로서 인류를 위한 구원의 성사요 사랑의 성

 

사인 것입니다. 성사의 신비로움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을 하느님께서

 

우리 눈에 보이도록 이루어 주셨다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신비의 본질은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에게 나의 몸까지 줄

 

수는 없겠죠.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되어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주셨습

 

니다. 그분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 주님의 만찬장에서 영적

 

으로 만나뵙기를 기대합니다.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예수님은 3년 동안 가르쳐 온 제자들에게 마지막 요점 정리를 해주십니다.

그것은 감동적이게도 예수께서 손수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

시는 모습입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는 그분의 말씀 그대로입니

다.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하시는 하느님, 인간을 섬기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거기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서로 발을 씻어 주라고 당부하십니다.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용서와 사랑, 봉사의 상징적 표현입니다.

 

주님, 형제의 발을 씻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냄새난다고 비난하고

방에서 쫓아내려 했던 저를 불쌍히 보아주소서.

 

내 발을 닦아주려는 형제의 성의를 거절하거나

더러운 내 발을 내밀며 형제들의 이해와 인내를 강요했던 무례를 깨닫게

하소서.
 

 

섬김의 아름다움과 모범을 보여주신 주님,
제자들에 대한 당신의 사무치는
사랑을 저도 실천하게 하소서.

 

                                                

                                                                                     - 출처: 단순한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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