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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1) 고백성사 보던날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4 조회수762 추천수6 반대(0) 신고

 

고백성사를 보기위해 고백소에 들어가기가 왜 그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이롱신자로 성당에 왔다리 갔다리 하던 시절이나 꽤 열심히 다닌다는 요즘이나 고백성사에 느껴지는 부담감은 별로 나아진게 없다.

그래도 일년에 두 번 있는 판공성사는 꼭 본다.

지난 22일은 마지막 성사보는 날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겨우 고백성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중에 가장 큰 죄가 금년들어 주일미사를 다섯번이나 빼먹은 죄였다.

징검다리로 띄엄 띄엄 결하고 고백성사보기가 싫어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때우고 성체를 받은 죄가 아무래도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고백성사를 어떤 할머니들은 무척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본다는데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으로 부담스럽고 거북하게만 느껴진다. 십여년전 성당을 그저 생각나면 왔다갔다 하던 시절 몇달만에 미사에 나가 성사를 보는데 내 고백을 듣던 신부님께서 와락 역정섞인 음성으로 그래가지고는 신앙생활 못합니다 하고 호되게 꾸중하신 후로는 도무지 고백소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그 고백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칸막이 때문에 더 답답함을 느꼈다. 난 평소에도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대화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 칸막이가 단절된 벽으로 느껴져 진실로 마음속에 담고있는 죄를 고백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으므로 누구인지 모를것으므로 더 솔직한 고백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이 더 느껴지는건 아마 난 고백성사를 하므로써 죄를 고백하고 깨끗한 영혼이 되기보다는 그 행위를 통해 어떤 위로를 받고싶은 마음이 더 컸던것 같다. 상대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때문에 그랬던 것같다. 그러나 그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상담에 가까울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고백이 끝난다음 칸막이 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가 왜 그리 냉정한 느낌으로 천둥소리처럼 가슴에 울려오던지......내가 좀 별난 신자인가?

 

그리고 죄를 짓게된 일련의 과정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결과만을 고해야 하는것도 그렇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시간에 쫓기는데 장황한 설명을 할수 없는 고백소의 분위기 때문에도 죄를 고백한다는게 늘 형식적으로 흘러감을 느꼈다. 그러니 미사에 빠진것 밖엔 별로 고할 일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고백성사하기가 싫어 열심히 열심히 미사에 온다는 말까지 하는걸 보았다. 나역시 그래서 주일미사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는데 신년 들어 주일날마다 마(魔)가 끼어 다섯번이나 빠지게 된 것이다.

 

나만 게으름 피우다가 마지막날 온 줄 알았더니 피치못할 사정으로 늦어진 교우들이 참 많았다. 세군데로 줄을 지어 앉아서 차례를 기다렸다. 손님 신부님 두 분과 본당 보좌신부님 해서 세 분이 성사를 주고 계신데 오랜 시간 하시니 힘이 드시는가 보았다. 휴식시간이 되어 성사를 주시던 신부님들이 잠깐 밖으로 나가시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신다. 성사보기가 부담스럽고 거북하다고 엄살하는 신자보다 장시간 성사를 주시는 사제는 얼마나 힘들고 목이 아플까 생각했다.

그날 성사를 주시는 분들은 그저 삼십 안팎으로 보이는 젊은 신부님들이었다.

죄를 고백하자 젊은 사제는 참으로 자상하게 신앙적인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상하게도 고백소를 나오는 순간 보속의 말씀만 기억에 남고 나머지는 다 잊어버렸다.

 

십수년전 주임신부님께 들은 호된 질책의 말씀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기억에 또렷하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그당시 듣는 순간엔 마음의 상처마저 느낄만큼 무안한 기분이었는데 지나놓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 질책이 약이 되었음을 느꼈다

그런데 들은지 몇초도 안된 그날 고해사제의 좋은 말씀들은 왜 그렇게 다 잊어버리는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부드럽고 자상한 말씀들이 너무 달콤하여 기억속에 사르르 녹아버렸는가!

그래도 어쨋건 성사를 보고나니 그동안 마음속에 무겁게 얹혀있던 죄스러움을 벗은듯하여 후련하면서도 뿌듯해지는 마음이었다. 그 맛에 성사를 보는가 보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난 언제쯤이면 고백소에 스스럼없이 들어갈 수 있는 신자가 되려는가!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고 사함을 받는다는 기쁜 마음으로 임하는 신자말이다.

아마 그런 신자가 되어야 진정한 신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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