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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나는 순명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5 조회수1,075 추천수19 반대(0) 신고
 

3월 25일 주님 수난 성 금요일-요한복음 18장 1절-19장 42절


“이제 다 이루었다.”



<빛나는 순명>


이번 사순절,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밤 11시, 12시 넘어 병자성사를 드리러 간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죄송한데요, 지금 위독하신데, 신부님을 모실수가 없어서요.”


사제들에게는 담당구역이 확실하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병자성사는 관할본당신부님들이나 원목신부님들께 부탁하도록 안내합니다.


그러나 정 상황이 안 될 때는 사제의 양심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당장 돌아가시기 직전이라는데...신속히 가방을 챙기고, 재빨리 시동을 겁니다. 신호도 어깁니다.


병자성사를 드리러 부랴부랴 집중치료실에 도착해보니 한 형제분께서 거의 임종 직전에 도달해 계셨습니다. 온 몸은 응급조치를 위한 각종 호스며 전선들로 복잡했습니다. 얼굴에는 거의 핏기가 사라졌습니다.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셨습니다.


숨이 너무도 가쁜 나머지 괴로워 어쩔 줄 모르는 환자분을 바라보는 가족들 역시 함께 고통을 겪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안타까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발 저 답답한 호흡곤란 증세를 완화시켜주셔서 마지막 가시는 길,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단말마의 고통을 겪고 계신 형제님,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던 형제님의 얼굴에 예수님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십자가에 높이 매달리신 예수님께서도 지독한 호흡곤란 증세로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꽝꽝 대못이 박힌 손과 발의 통증도 이루 말로 다 표현 못할 고통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높이 매달리신 예수님께서 체중이 아래로 쏠리는 현상으로 인한 심장의 압박, 그로 인한 호흡곤란은 참으로 견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호흡이 곤란했던 예수님께서는 그때 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있는 힘을 다해 온 몸을 위로 뻗었습니다. 그러면 잠시나마 호흡곤란 증세가 완화되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다시 내리누르는 체중의 압박으로 되풀이되는 호흡곤란...십자가 위에서의 몇 시간 정녕 혹독한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세상이 통곡하는 성금요일, 십자가에 높이 매달리셔서 호흡곤란에 헐떡이시는 하느님을 바라봅니다.


전지전능하셨던 분, 죽은 사람마저도 다시 살리셨던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비극적인 죽음, 피하고자 마음먹었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그 고독한 길, 죽음과도 같은 형극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십니다. 그 치욕의 십자가 위에 자진해서 매달리십니다. 그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천하신 예수님, 그분의 순명으로 인해 세상의 구원이 왔습니다. 우리 죄인들도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 대한 전적인 순명, 여기에 예수님의 메시아성이 빛을 발합니다. 당신 앞에 놓여있었던 고난의 잔을 간단히 피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하느님 아버지의 의지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신 예수님, 그 철저한 겸손과 순명이 아버지께 필요했던 것입니다.


수난 없이는 구원이 없습니다. 십자가 없이는 영원한 생명도 없습니다. 순명 없이는 하느님 나라도 없습니다.


자기희생을 동반한 십자가 외에 천국으로 향하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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