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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수난 성금요일 복음묵상 /금식과 금육(2005-03-25)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5 조회수1,188 추천수3 반대(0) 신고

요한이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18,1-19,42

"이제 다 이루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셨다.(요한 19, 30)

 

성금요일의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예절입니다.

 

이 예절은 우리가 전례주년 속에서 평상시 거행해 오던 말씀과 성찬의 전

 

례를 함께 한 미사성제와는 그 모습이 다릅니다. 그러나 미사가 제사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신이 오늘 전례에서 유래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

 

니다. 교회는 오늘 성금요일에 성찬례(미사)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의 전

 

례와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만 거행합니다. 매일 보던 십자가도 가려

 

져 보이지 않고, 감실도 제대도 모두가 텅 비어있고 치워져 있습니다. 이

 

렇게 교회의 전례주년 속에서 상당히 특별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

 

금요일의 예수님 수난과 죽음의 기념예절은 예수께서 어떻게 살아가셨는

 

지를, 어떻게 고통받으셨으며, 또 어떻게 죽어 가셨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한 성금요일의 분위기는 전례에 참석한 공동체 모두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직전에 세상을 향하여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4복음서의 저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마지막 말씀을 각기 서로 다르게 전해 주고 있는데, 마르코와 마

 

태오는 오후 세시쯤에 예수께서 십자가상 마지막 말씀으로 간주할 수 있

 

는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마태 27,46; 마르 15,34: 나의 하

 

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부르짖으시면서,

 

마태오는 예수께서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었으며, 마르

 

코는 예수께서 그냥 큰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었다고 전하고 있습니

 

다. 루가 복음사가는 예수께서 큰소리로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가 23,46) 하시고는 숨을 거두었다고 전하며, 요한 복음사가

 

는 오늘 수난복음에서와 같이, 예수께서는 모든 것이 끝에 와 있음을 아시

 

고 "목마르다"(요한 19,28) 하시면서, 사람들이 대어 드린 신포도주를 약간

 

드시고는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하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

 

을 거두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거의 기절한 상태나 혼미한 상태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분명하게 해 줄 수 있는

 

신포도주를 청하여, 조금 드심으로써 자신의 수난 과정이 끝나가고 있음

 

을 인식하셨던 것입니다. 이는 고통이 끝나고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인식입니다. 육시(정오 12시)부터 구시(오후 3시)까지 온 땅을 덮은

 

어두움 속에서, 이사야의 말대로 "일찍이 눈으로 본적도 귀로 들어 본적도

 

없는 그런 기막힌 모습으로"(이사 52,13-15)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신 예수

 

님! 33년을 하루 같고 한결 같았던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마감하는 순간,

 

그분은 또렷한 의식 속에서 "이제 다 이루었다"하고 말씀하시고는 숨을 거

 

두셨습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니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일까요? 수난의 고통이 끝났다

 

는 소릴까요? 고통에 지친 사람이 이제는 죽음으로 쉬게되었다고 기뻐서

 

외치는 소릴까요? 아니면 한 인간의 고통스런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푸념하는 소리일까요? 그분의 외침은 분명 지쳐버린 자의 외침은 아니었

 

습니다. 그것은 승리의 외침이었으며, 삶의 완성과 성취, 그리고 자신을

 

파견한 아버지께 대한 충성과 받은 사명에 대한 임무완성의 외침이었으

 

며, 바로 인류의 영원한 구원이 성취되었음을 선언하는 외침이었습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는 그분의 외침은 어제 저녁 예수께서 제자들과 나누었

 

던 고별 만찬에서 제정하신 성체성사의 완성을 알리는 외침입니다. 이 외

 

침은 단순한 말 한마디가 아니라 바로 행위 그 자체입니다. 이는 예수님

 

전 생애의 완성이요 결론이며, 자신이 선포한 약속과 복음, 그리고 가르침

 

에 대한 책임 있는 행위이며 그 보증입니다. 이는 어제 저녁 빵과 포도주

 

의 모습으로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와 온 인류의 죄사함을 위하여 내어주

 

시며 하셨던 말씀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후속조치를 동반하는, 즉 실제적

 

수행을 가져오는 "효과적 말씀"(Verbum efficax)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외침은 실로 한결같았고, 덧붙이거나 뺄 것이 하나도 없

 

는, 마치 단번에 그어 내린 일획과도 같은 그분의 삶, 아무런 욕심도 없고,

 

자신의 명예와 영광이나 안일에는 아랑 곳 하지 않는, 그야말로 이타적인

 

삶의 외침입니다. 이는 모든 것을 아버지의 뜻대로,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계획에 온전히 응답하고 투신한 삶의 외침입니다. 또한 이는 "해내었다"는

 

자부심의 외침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아버지의 뜻만을 따르고 행하려

 

는 아들 예수의 철저한 순종과 겸손의 외침입니다. 
 
 

架上七言:1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 고 있습니다."(루가 23,34)

 

당신의 말씀은 기존질서를 뒤엎는 혁명적 사상이었습니다.

기득권자들은 당신의 말씀대로라면 모든것을 포기 해야할 위기에 처했습

니다.

적대세력이 자신들의 정권 안정을 위해서 당신을 배척하고 서로 손을 잡

았으며, 사회 지식층은 기존질서를 사수하기 위해 당신을 고발했습니다.

고통받는 군중들은 왜곡된 지도층의 선동과 세속적 일상에 굴복했으며,

당신이 사랑했던 제자들은 눈앞의 공포와 절망으로 부터 달아나 버렸습니

다.

그러나 당신은 그 모든 상실감을 이겨냈고

당신은 그들을 용서했으며,그들의 처지도 이해하셨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다시오셔도 우리는 세속적 안위와 눈앞의 이익을 위하

당신을 배반하고,당신을 고발하며,당신을 십자가에 또 다시 못박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에도 저희를 용서하시고 이해하시겠습니까?

당신은 용서하셔도 저는 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제 악행이 당신의 가슴을 찔러 너무나 괴롭습니다.

 

 

架上七言:2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루가 23,43)

 

당신이 가시는 마지막길, 당신의 동반자는

한 없는 눈물속에 당신을 보냈던 예루살렘의 부인들도 아니고,

당신 십자가를 대신 지고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도 아니고,

당신 피땀을 닦아 주었던 베로니카도 아니었습니다.

 

한없이 나약한, 보잘것 없던, 십자가에 달린 당신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용서를 빌며, 당신께 온전히 의탁했던
당신 오른편의 죄인이 마지막 길의 동반자였습니다.
저는 당신의 놀라우신 능력도 알고 당신의 크나큰 사랑도 알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곧 하느님이신 나의 창조주 이심도 아는데
당신께 온전히 의탁도 하지 못하니
저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낙원에 들어가겠나이까?

 

 

架上七言:3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마르 15,34)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시편 22장)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당신이 가르쳐주신 진리의 말씀에 공감하고

생명의 빵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나눠 마셨던

그 많은 군중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치유받았던 그 많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 한없는 절망과 극도의 고통속에서 혼자 계실 때
당신을 위로 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까?

당신께 돌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고통을 조롱도 하진 않았지만

있는자의 권력과 왜곡된 여론앞에 외면한 사람들 중에 저도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길을 더욱 더 외롭게 만든 사람이 여기도 있습니다.

용서하십시요, 정말 죄송합니다....

 

 

架上七言:4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슬픔을 억누르며 당신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신 당신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지난 삼 십여년을 당신께 의지하며, 당신을 따르며

어머니께 내려졌던 고통의 예언이 언제나 실현될까 마음조이던

나약하지만 강건했던 한 여인의 모습을 저는 보았습니다.

 

또한 인간적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당신의 길을 가시며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하시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이 고통의 길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할 길입니다.
이 죽음이 곧 생명의 길이요,우리 하느님의 영광이 됩니다.
어머니! 제가 당신을 잘 모시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架上七言:5

"목마르다"(요한 19,28)

 

당신이 겪으신 육체적인 갈증은 지독한 고통이요,쓰라린 슬픔의 표현입니

다.

당신은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이루기 위해서

당신에게 주어진 '잔'을 마셔야만 하고

당신의 갈증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한 갈망의 표현이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온전히 받아 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릅니

다.

제가 당신에게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받아 마시고 있사오니 저도 당신께 영원히 마르지 않는 진실된 사랑과

당신의 계명을 성실히 지키는 충실함을 드립니다.

 

架上七言:6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

우리는 삶을 얽어맨 율법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하느님의 법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보여주신 하느님의 나라는
유한하고 불안정한 삶이 아니요,
사회적 편견과 사람들의 몰이해 속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삶이 아니요,

소외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갈라진 형제들을 일치시키며,하느님과 인간사이의 거리를 극복하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완성되는 나라입니다.

 

 

架上七言:7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가 23,46)

 

당신의 죽음은 하느님께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행위요,

재력과 권력에 기초한 체제를 뒤흔든 행위요,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은 위한 활동의 결과입니다.

 

당신의 죽음은 하는님께 대한 순종과 신뢰의 결과요,
또한,당신의 죽음으로 진리가 승리합니다.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써
우리는 영원한 죄의 속박에서 구원되었고
생명의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만나는 예수님
 
우리 인생길은 예수님의 십자가길을 닮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마음을 닫고 그분의 뜻을 외면할 때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무관심하고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할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때로는

 

병정의 모습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는 자신을 보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일상의 수고와 어려움은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입니다.

 

때로는 그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한 발도 내딛기 어려울 때

시몬처럼 내 십자가를 나누어 지고 동행해 주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주님은 나를 깨닫게 하려고 미사성제가 거행될 때마다 오늘도 당신 자신

 

을 제물로 내어주십니다.

2천 년 전 골고타에서 그러하셨듯이 말입니다.
 

주님과 함께, 주님을 좇아서 40일을 달려왔습니다만,
주님, 여전히 십자가를 외면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성체성사로 그 신비를 깨달아
살아가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 출처: 단순한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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