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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2) 예수님 부활하셨네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6 조회수1,269 추천수5 반대(0) 신고

 

 

부활달걀 만든지가 올해로 네번째입니다.

전에는 철저한 분업(?)으로 봉사자들이 한 집에 모여 삶아온 달걀에 그림 그리는 사람, 스티커 붙이는 사람, 뜨거운 물에 담갔다 꺼내는 사람, 따로 따로였는데 작년부터 반장들과 구역장이 도맡아 각자 집에서 모든걸 다 해야 했습니다.

 

경험이 없어 처음엔 스티커가 잘 붙지않았는데 요령이 생겨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조래미에 달걀을 넣어 알맞게 끓는 물에 담갔다 꺼내면 스티커가 팽팽하게 찰싹 달라붙는게 얼마나 예쁘고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달걀 두 판 60번을 그렇게 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네다섯개의 달걀을 삶아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많은 달걀을 삶는것은 부활달걀을 만들면서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첫해엔 꽤 많이 터져버리는 실수도 했습니다. 그것을 감안하여 구역장께선 넉넉하게 여유분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실수는 안합니다.

두 번에 나누어 중간불에 삶다가 어느정도 물이 뜨거워지면 약한 불로 해놓고 충분히 익힙니다. 만일 덜 익은 달걀을 먹고 탈나면 큰일이니까요. 삶아진 달걀은 찬물에 십분이상 담가놓습니다. 달걀 껍질이 잘 안까지면 참 짜증나거든요.

 

요즘 달걀은 껍질이 너무 얇아 금갈세라 조심 조심 다루어야 합니다.

삶은 달걀도 아무렇게나 겹쳐놓으면 금이 가거든요.

금간 사이로 혹시 균이라도 들어가면 어쩝니까?

 

소쿠리에 건져 물기가 빠진다음 스티커 붙이기에 들어갑니다.

뜨거운 물에 다시 넣었던 달걀이라 달걀판에 가지런히 넣어 시원한 뒷베란다에 내다 놓습니다. 부활절 이틀전에 삶아 스티커를 붙인후 다음날엔 성당으로 가져가 포장작업을 해야 하므로 혹시라도 상하면 큰일입니다.

 

이렇게 부활달걀 만드는데는 온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수많은 교우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할 달걀이기 때문이죠.

어제 달걀을 삶아놓고 밤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애기 다루듯 달걀 하나하나를 조심하여 다루며 작업을 했답니다.

 

스티커를 붙이니 작업이 수월합니다.

전에는 색연필로 꽃이며 십자가며 새와 잎사귀를 서투른 솜씨로 그리기도 했었지만 각자 집에서 혼자 작업을 하면서 우리 구역만큼은 스티커 붙이기로 통일했습니다.

 

전에 그림 그릴때 일인데 수성 싸인펜으로 하면 그림이 참 잘 그려진답니다.

그런데 색연필로 그리면 까실까실한 달걀 껍질에 색연필이 잘 안나갑니다.

그래도 수성싸인펜은 유해 색소가 달걀속에 스며들 염려가 있어 불편해도 색연필로 했답니다. 그 달걀을 먹는 사람들의 안전을 항상 생각하는 배려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 부활하셨네!

알록달록 예쁜 스티커엔  그렇게 써져 있습니다.

 

부활절에 이렇게 조그만 정성으로나마 동참할 수 있다는게 참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난 평소에 자신이 꼴등짜리 신자라고 자평을 합니다. 게을러서 평일미사엔 가지 않고 주일미사도 가끔 빠지고 성체조배도 하지않고 기도생활 충실히 못하고 맡겨진 활동도 제대로 못하는 신자라는걸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교우들이 먹을 달걀에 이토록 신경쓰는 마음은 이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언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런지요?

 

부활달걀 금가지 않게 설익지 않게 상하지 않게 완벽한 것으로 만들려 하는 이 마음은 예수님의 사랑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런지요?

 

예전의 나는 타인을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서 그렇게 배려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봉사가 무언지도 몰랐고 내가족 밖에 모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신앙공동체 안에서 봉사하는 법을 하나씩 배우고 있습니다.

부활달걀 만들기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생각하며 주님의 사랑을 배워갑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일등짜리 신자가 될 날이 있겠지요!

 

                                     예수님 부활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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