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창조 이야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29 조회수1,003 추천수2 반대(0) 신고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창세 1, 26-28)

 

빌어먹을 세상, 하느님 도대체 뭐하시나? 살다보면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 없을 것이다. 먹고 살자니 직장일에, 가사일에 헉헉 대

 

고, 도무지 쉴 틈 없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만 같고, 예전에 누리던 신앙

 

의 풍요로움은 어느새 매말라지고, 나를 위협하는 온갖 사람들이 즐비한

 

것만 같은... 뉴스를 보면 좋은 소식보다 좋지 않은 소식들이 더욱 슬프게

 

만드는 빌어먹을 세상... 하느님 도대체 무얼 하실까?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이에 대해 더

 

욱 처절했다. 기원 전 587년, 바빌론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멸망하

 

고, 애지중지하던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 중에

 

죽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바빌론에 끌려가 노예가 되어 단 한 순간도 쉴

 

새 없이 억압을 당하였다. 그들 고유의 관습도, 제도도, 전례도 사라지고

 

고향도, 민족도 사라지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오직 절망과 고통만이 남아

 

있던 이들이 외칠 수 밖에 없었던 단 한마디의 절규는 "빌어먹을 세상, 하

 

느님 도대체 뭐하시나?"였던 것이다. 이런 신앙적 도전에 대해 그 누구가

 

대답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사제들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신앙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에 대해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것

 

이 오늘날 창세 1, 1- 2, 4에 기록된 창조 이야기인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통해 빌어먹을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기를 주장한다.

 

첫 번째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강대국 바빌론의 노예로 있으면서 느꼈던

 

열등감을 극복하도록 이끈다. 즉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월등

 

히 앞서 있는 바빌론 제국 앞에서 어쩌면 세상의 주인은 야훼 하느님이 아

 

니라, 이방인들이 믿고 있는 태양신, 달의 신, 별의 신일지도 모른다는 유

 

혹을 뿌리치도록 권고한다. 이들은 기껏해야 하느님의 창조물일 뿐이며,

 

세상 모든 것들의 참 주인은 오직 하느님임을 알려 준다.

 

둘째로 저주스러운 이 세상은 사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에 사랑으로

 

창조하신 것이고 그분이 보시기에도 좋기만 했던 아름다운 세상이었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로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인간이 아름답지 못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그들은 간파하였다. 즉 세상이 저주스러운 것은 하느님 탓이

 

아니라, 인간 탓인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피조물

 

인 인간에게 감히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셨다. 세상의 주인인 하느님께서

 

피조물인 인간에게 그 전권을 위임하여 주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이 ''''보

 

기에 좋지 못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세상을 아름답지 않게 창

 

조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잘 다스리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로 도무지 쉴 틈도 없었고, 이스라엘 민족만의 고유한 신앙 생활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하느님께서 몸소 일을 하시고 그 일의 끝에 쉬셨다

 

고 역설한다. 이는 다른 이들에게 쉴 틈을 허락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마저도 쉬려 하지 않는 인간의 폭력성과 탐욕을 고발하는 것이다. 쉰

 

다는 것은 자기가 일을 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며, 보다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사랑하여 몸소 일을

 

하신 하느님께 대한 찬미의 시간임을 알려 주는 것이다.

 

 

사제들은 이처럼 쉰다는 것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성찰함으로써 본래 그들

 

만의 신앙 유산인 안식일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하였다. 이처럼 바빌론 유배

 

라는 악조건 속에서 사제들은 철저한 신앙 속에서 빌어먹을 세상 앞에 무

 

력하게만 느껴지는 하느님이 사실 무력하신 분이 아니라 세상의 참 주인

 

이며, 다만 그 주인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한 인간의 부족함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본래 창조하실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신

 

앙 생활에 철저해야 함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창조 이야기하면 진화론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사제들의 입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진리를 알려 주고자 하

 

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참된 시작과 기원을 알려 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던 것이다.

 

 

                                                                     (제주 교구 한 재호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 출처:단순한기쁨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