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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묵상] 미국 촌년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30 조회수895 추천수4 반대(0) 신고

+ 부활을 축하합니다.

원래는 옷장정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까막정신이 어디에 둔 줄 모르는 커피통을 찾으려 여기저기 열어보다가  심지어 옷장문까지 열어보며 한심한 마음에 커피 마시기를 잊은채 작업에 들어간 것입니다.

 

일년에 적어도 두번 이상은 옷 정리를 하는데 날이가다 보면 날씨탓에 반팔도 입었다 긴팔옷도 입었다 하는 핑계거리도 있지만  여름옷 겨울옷  아무렇게나 섞이고야 마니 누가 옷장 안이라도  엿볼까 겁이날 정도가 됩니다.

 

입고나선 아무렇게나 휙하니 벗어 걸어둔 옷장안에는 '도,솔,레.시.미.라. 화 ' 음표처럼 긴옷과 짧은 옷들이 엇갈려 걸려 있었습니다.ㅎㅎㅎ

 

우선 긴 옷들은 긴 옷끼리 짧은 옷은 짧은 옷끼리.. 그리고 윗도리와 바지.치마로 구분을 해서 걸어봅니다.. 한결 보기에 좋아졌습니다.

 

여기저기 쑤셔박혀있는 양말도 속옷도 한쪽으로 정리를 해서 우리 친구 주영이가 그랬듯이 잘 개키어 설합장에 나란히 넣었더니 정말 마음이 한갖져 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주부라면 이렇게 정리를 하고 살아야 할지언데  이것도 일이라고 칭찬받고 싶어하며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으니  우선 따뜻하게 히터를 켜 놓은다음  입고 있는 옷들을 벗어 던지고 그동안 안 입었던 옷들을 한번씩 입어보는데  어느새  이 몸은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유독 나만 그랬던 것이겠지만 어쨋거나 좋지않은 습관속에 물들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잘 입는 옷은  훌떡 뒤집어 썼다가 훌떡 벗어 던질 수있는 티 셔츠 였고 성질대로 편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바지 종류를 많이 입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거울앞에서 정장을 입어보며  패션 쇼를 해 봅니다.
전에  즐겨 입던 옷 스타일은  대중적인 것보다는  남들이 소화하기 힘들다고 하는 이상한 옷들을 많이 입었었습니다.

 

물론 요즘 산 옷은 없고 제가 아프기 전에 입던 옷들이었지만  그 사이 나하고는 거리가 멀어진 스타일의 옷들이 어색하도록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옷하나 입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왜 이리 답답한지 후덕증까지 나고 있습니다.

아.. 나는 어느새 미국 촌년이 다 되어버렸습니다.

 

정장에 달린 단추를 끼는데 그리 답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만에 껴 보는 단추인지도 생각이 안났지만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단추끼기의 답답함이  나를 못견디게 하고 있습니다.

뒤로 터진 옷은 더우기  힘이들며  진땀이 나기도 했습니다.

 

오늘에야 나의  모든 생활에서 제 멋대로 살아 갔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렇듯이  나의 안이한 생활만 좋아했으니  어느 것인들 제대로 되었을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신앙생활은 어떠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남이 보면 봉사도 잘하고 기도도 잘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젊었을 때 멋부리던 시절 단추끼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답답해 하는  것처럼      아마도 깊은 심연의 신앙속에는 빠져들지도 못했을 뿐더러  앞에 보이는 것 ,  쉽사리 할 수 있는 것 ,  이런 것들로 나를 위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신앙의 첫걸음 내딛기가 편안한 가운데 이루어 졌을테니  고쳐가기엔 힘이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현실에 마추어 연습을 해 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좀 튀는 듯한 옷도  입을 수 있었듯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사랑이 내포된 신앙인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을 해 보고 있습니다.

 

좀은 성숙된 신앙인으로서, 어려운 점들도  이겨낼 수 있는  오로지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참된  마음으로   어정쩡한 미국 촌년에서 세련되고  멋진  어색하지 않은 자랑스런 신앙인이 되어 봐야겠습니다.

 

단추를 하나하나 정성들여 끼우듯이 나의 신앙생활을 차근차근 쌓아가므로서 하느님한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신앙인이 기필코 되어 보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
우리 님들도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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