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 복음묵상(2005-03-30)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3-30 조회수1,003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들이 찾아가던 동네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 예수께서 더 멀리 가시려는 듯이 보이자 그들은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 가십시오."하고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루가 24, 28-31)
 

루가는 복음의 마지막 부분인 24장에서 예수부활과 승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24장은 총 네 단락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첫 단락은 안식일

 

다음 날 새벽에 벌어진 여인들의 빈무덤 확인과 천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1-12절), 둘째 단락은 같은 날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일어난 두 제자

 

의 부활체험담과 예루살렘 귀경 후 11제자들 앞에서 행한 체험보고를 기

 

록하고 있으며, 오늘 복음에 해당됩니다(12-35절). 셋째 단락은 엠마오 두

 

제자가 체험담을 보고하는 중에 돌연 발생한 예수님의 발현사건과 마지막

 

당부말씀을 전하고 있으며(36-49절), 마지막 단락은 예수님의 승천사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50-53절). 이렇게 루가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부활사건

 

을 단 하루에 일어난 일로 다루고 있으며, 예수님의 승천 또한 추측컨대

 

같은 날에 일어난 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1단락: 새벽, 2단락: 낮~저녁,

 

3단락: 저녁, 4단락: 늦은 저녁)

 

 

오늘 복음은 루가 24장의 두 번째에 속하는 단락으로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체험한 부활사화를 담고 있는데, 이는 4복음서가 들려주는 부활

 

사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상당

 

히 짜임새가 있는 '도입->전개->결론'의 구성으로 편집되었는데, 그 과정

 

을 하나씩 짚어보면, 우선 도입부로 오늘의 주인공인 두 제자는 예수님의

 

12제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넓은 의미의 제자단에 속한 것은 분명합니

 

다. 아마도 일흔 두 제자에 속한 것으로 짐작됩니다.(루가 10,1.17) 예수님

 

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좌절과 실의에 빠진 두 사

 

람은 고향인 엠마오로 돌아갑니다. 두 사람은 믿었던 예수님의 죽음과 그

 

간 제자로서 따라 다니며 허비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등을 내용

 

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고향으로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어제

 

복음에서 본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과 비슷한데, 즉 예수님의 시체가 사라

 

진 빈무덤에 시선을 고착하고 울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모습 말입

 

니다. 어쨌든 그들은 예수에 관한 모든 추억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바로 그때 부활하신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섭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알

 

아볼 리 없으므로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낯선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러

 

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을 건네시죠. 예수께서는 이미 사건의 전모를

 

알고 계시지만, 제자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문 대화

 

를 이어 나가십니다. 예수님의 예상은 적중했는데, 예수님은 그들에게서

 

희망(예수=구원자)과 실망(예수=실패자, 죽은지 사흘이 지나버림)을 동시

 

에 발견한 것입니다. 또한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십자가 사건에 대한 지식

 

은 대단히 단편적이었는데, 그들이 여인들(24,10: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로부터 깜짝 놀랄 일을 듣기는 했으나, 그것은 결

 

국 빈무덤에 대한 확인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예수께서는 율법서

 

와 예언서를 비롯한 성서의 기록들을 인용하여 사건 전모의 연관성을 설

 

명하는데, 그들이 비록 나중에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32절)고는 하나 당

 

장 그 자리에서 깨달은 바는 없었습니다.

 

 

이제 일행은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더 멀리 가시

 

려고 하시자 제자들이 낯선 이를 붙잡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제자의

 

태도는 침통한 표정(17절)에서 낯선 사람에게 "함께 묵어가시라"(29절)는

 

호의를 베풀 만큼 부드러워졌습니다. 대화와 성서말씀이 '뜨거운 감동으

 

로' 한 몫을 한 것입니다. 이야기의 절정이자 핵심은 마지막 부분인 저녁

 

식사에 있는데,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

 

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30절) 그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

 

수를 알아봅니다. 결국 제자들은 성찬례(최후의 만찬)를 상징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빵을 떼어 줌'을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를 알아보게 되었다

 

는 말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저녁식사(빵을 나눔)가 두 제자

 

들에게 즉시 예수님 최후의 만찬(성체성사 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인데, 왜냐하면 이 두 제자는 12제자에 속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만찬 석상

 

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께서 언젠가 5,000명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행하실 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

 

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던 장면(루가 9,16)을 떠 올렸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무튼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 본 순간, 그분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두 제자는 그 길로 예수부활의 증인이자 선포자

 

가 되어 예루살렘의 제자들을 찾아가 보고를 하게됩니다.

 

 

엠마오 부활사화는 실의에 빠져 예수에 관한 단편적인 기억을 깡그리 지

 

우려했던 제자 둘을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한 사건입니다. 이는 절망과 좌절

 

에 빠진 제자를 희망과 확신의 제자로 세운 과정을 들려주는 아름다운 사

 

건입니다. 이 아름다운 사건을 통해 제자들을 부활체험에 이르도록 도와

 

준 매개체는 바로 예수님과의 대화, 성서말씀 그리고 빵을 나눈 것입니다.

 

이 셋은 기도, 성서, 성찬례로 종합됩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빵

 

을 나누는 성찬례이지만 성찬례는 기도와 성서의 두 기둥 위에 서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는 방법도 이 셋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이 셋을 통하여 우리가 자력으로

 

예수님과의 만남의 지평을 여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이를 통하여 우리

 

를 만남의 지평에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엠마오에서의 '빵 쪼갬'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십자가 제단에서 자신을 제물로 바친 대사제 그

 

리스도의 '첫미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출처:단순한기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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