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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복음묵상[2005-04-04]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04 조회수835 추천수1 반대(0) 신고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가 1, 28-31)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주님의 탄생을 미리 알리는 사건을 기념합니
 
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기다리며 희망하던 것
 
이 이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매우 큰 기쁨의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
 
다. '예수 성탄 대축일'이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뻐하고 기념하
 
는 것이라면, 그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가브리엘 천
 
사가 성모님께 알려준 사건은, 기다리던 희망이 이루어지게 되고 하느님
 
께서 약속하신 것이 성취됨을 기뻐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이 축일은 예수 성탄으로부터 꼭 아홉 달 전에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그래
 
서 3월 25일이라는 날짜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축일은 대부분 사순시
 
기 중에 지내게 되고, 우리 교회에서는 성주간과 성삼일에는 이 대축일을
 
지내지 않고 부활 팔일축제가 지난 평일에 장엄하게 거행합니다. 그러나
 
동방 비잔틴 교회에서는 사순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토요일이 아니면 다
 
른 축일 거행을 허락하지 않지만, 이 축일은 예외로 성주간과 성삼일에도
 
지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축일은 주님의 축일로서 매우 중요하
 
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로마 교회에서는 이 축일을 7세기 후반부터 '주님의 예고(Annunciatio
 
Domini) 축일'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였으나 이후 세기들부터 '성모영보
 
축일' 또는 '수태고지 축일'(Annunciatio beatae Mariae Virginis)이라는 이
 
름으로 바뀌어 천년 이상을 지내게 되었는데, 성모 신심과 더불어 이 축일
 
이 주님의 축일에서 성모님 축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례력에는 본래대로 '주님
 
탄생 예고'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이 축일의 의미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오늘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께서 보낸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성자를
 
잉태할 것을 기별 받은 일을 경축합니다. 이것이 주님의 탄생예고 대축일
 
(올해는 4월 4일)이며, 예전에는 성모영보 대축일로 불리웠습니다. 출산이
 
있으면, 당연히 수태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렇다고 오늘의 대축일이 9
 
개월 정도의 임신기간이라는 인간적인 계산에서 그 첫날을 단순히 축하하
 
자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성모 마리아 신심이 남달리 강했던 동방교
 
회가 이미 550년경부터 3월 25일을 성모영보대축일로 지낸 것을 보면, 오
 
늘 축일의 의미가 대단히 컸다는 짐작이 갑니다.

 
인간과 세상의 구원은 이미 천지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계획입
 
니다. 우리는 구약의 역사를 통하여 이 구원계획의 수행 또한 하느님께서
 
스스로 주도하셨음을 알고 있지만 그 때가 왔을 무렵, 하느님은 당신의 아
 
들을 보내셔서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습니다.(갈라 4,4 참조) 이 사건을
 
오늘 복음이 보도하고 있는데, 여섯 달 전에 즈가리야를 찾아가 세례자 요
 
한의 수태를 알렸던 가브리엘 천사가 이번에는 마리아에게 가서 그녀가
 
하느님의 아들이요 메시아의 어머니로 간택되었음을 전합니다.
 
 
 
이 전갈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
 
다"(28절)는 마리아에 대한 천사의 인사말씀으로 시작되고, 당황한 마리아
 
가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천사의 전갈이 이어집니다. "두려워하지 마
 
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0-31절)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성취를 위
 
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이 선포되는 순간입니다. 하느님 편에서는 그
 
렇다손 치더라도 처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요셉
 
과 약혼만 했지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지에서 마리아는 당황함 속에
 
서도 침착하게 그 가능성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자 천사는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가진 엘리사벳의 경우를 설명하고, 마리아가 하느님 아
 
들의 어머니가 되는 일에 '성령 하느님'이 굳센 보증이 될 것임을 약속합
 
니다.

흔히 약속이나 계약을 할 때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도장이 찍힌 서류도 없
 
고 보증서도 없습니다. 오직 '성령 하느님'이 그 보증입니다. 이제 결정은
 
마리아에게 달렸는데, 마리아는 모든 것을 믿음과 순명으로 "이 몸은 주님
 
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하고 대
 
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대답이 아닙니다. 이는 마리아가 자신
 
을 깡그리 바쳐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며, 온 인류를 들어 창조주이신 하느
 
님을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이로써 마리아의 역할은 분명해 졌는데, 마리
 
아가 바로 하느님의 구원협조자(coredemptrix)로 간택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는 일, 하느님 스스
 
로가 인간이 됨에 있어 인간을 협조자로 선택했다는 것, 이는 하느님 신성
 
(divinitas)에 우리 인간성(humanitas)이 참여함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신성
 
이 인성을 취하심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마리아뿐 아니라 우리 전 인류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도 마리아처럼 당당히
 
"Ecce ancila Domini"(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즉 "fiat
 
voluntas tua!"(주님의 뜻이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결코 소극적인 관망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용임을 알아
 
야 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이 땅위에
 
서 얼마나 많은 언어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바쳐지는 기도입니
 
까? 누구든지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그 옛날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 안
 
으로 들어가 이 만남을 다시금 살아 숨쉬게 합니다. 누구든지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천사와 함께 인류구원의 시작과 성취를 기뻐하게 되며, 동
 
시에 성모 마리아의 믿음과 순명을 자신의 것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도는 마리아와 함께 하느님께 드리는 믿음과 순명의 서원입니다. 누
 
구든지 이 기도를 묵주에 실어 바치는 사람은, 비록 자신이 죄인이라 할지
 
라도 손에서 손으로 자손만대에 이 서원을 물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제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말씀하신 마지막
 
인사를 기억하며 눈물을 닦고 그분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나는 행복합
 
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교황님. 당신께서 행복하시듯이 저희들도 행복합니다.
 
주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출처: 단순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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