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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님의 영정 앞에서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05 조회수994 추천수3 반대(0) 신고
 

   제가 교황님을 처음 뵌 적은 1984년 5월 여의도에서 개최된 ‘한국천주교회 200주년기념 및 103의 순교자시성식’때였습니다.  이 땅에 빛으로 오시어 시성식 제단에 오르시며 한 차례, 제단위에 오르신 후 다시 한번 여의도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향해 양팔을 치켜들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 하느님 나라의 고향으로 떠나시게 되었으니 큰 별을 잃은 마음 가눌 데가 없습니다.  자기의 친구를 잃었기에 “내 생애에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한 교황님의 동창생은 물론 고향마을 바도비체(Wadowice)의 학생과 회사원들이 학교나 직장에 나가는 것을 잊어버린 체 교회로 나가 기도하고 있기에 저도 교황님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있나이다.

 

    교황에 선출되신 때부터 "두려워하지 말라.”(루가1:30)는 복음의 진리를 믿고 사반세기가 넘도록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선교사명에 앞장서신 교황님이셨지요. 제가 성하의 영성을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는 당신의 수상집 “희망의 문턱을 넘어서”를 90년대 초에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이후부터 누가 제게“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기도는 왜 어떻게 하는가?” “하느님은 왜 고통을?” “영원한 생명은 존재 하는가?”등과 같은 질문을 하면 제가 거침없이 대답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황님은 냉전종식과 동구권의 변화를 주도하셨고, "전쟁은 인류의 패배”라고 하시며 전쟁에 철저히 반대하셨음은 물론, 대희년(2000)을 맞이하여 지난날 교회의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죄의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멕시코, 쿠바, 폴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인도 등 세계 각국에 친히 나가시어 복음을 전파하시고, 로마에 있는 유대교회의 시나고그(회당)와 다마스커스에 있는 모스크(이슬람교 사원)에 교황으로서 최초로 발을 들여 놓으시어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시었기에 지금 세계인은 성하를 '정의와 평화의 사도'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성하께서 1984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하시어 김포비행장에 내리시자마자 이 땅은“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하시며 엎드려 입을 맞추셨지요.  한국 주교님을 통해 친히 배우신 한국어를 이 땅에 오신 후에 사용하셨고, 남북분단의 비극을 가슴아파하시며 남북한에 평화와 한민족의 대화합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셨지요.  한국을 그렇게도 사랑하셨던 교황님, 이 땅은 신앙의 선조들이 선교사의 도움 없이 복음의 씨앗을 뿌렸고 순교의 피로 십자가 나무를 가꾸었다고 순교성인을 그렇게도 많이 탄생시키는 열매를 맺게 해 주셨지요.  저희는 예나 지금이나 순교자의 후예라는 것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모릅니다.

 

    베드로 광장에서 한 이슬람교도의 총탄을 맞고서도 병상에서 그를 용서하신 교황님의 거룩한 모습에서 세계인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감명 깊게 배웠습니다. 지난 수요일 창가에 마지막 모습을 드러내신 후 병상에서 숨쉬기조차 어려운 고통을 이기시며 필담으로 남기신“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씀은 저의 삶을 다시 성찰케 하고 저의 마음을 새롭게 씻어줍니다.

 

    이제 저는 성하를 ‘아버지’(Papa)라 부르렵니다.  아버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시며, 생명의 문화를 가꾸시느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바치시는 동안 당신의 몸은 부서질 대로 부서졌지요.  "파킨슨 질병으로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으시고, 다리가 마비되고 혀와 입술이 굳어져 가는데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실 정도로 철저히 '주님의 종'이 되셨다."고 저희 교회를 방문하신 강우일 주교님의 증언을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당신의 철저한 헌신 속에 교회는 이제 반석 위에 굳건해졌나이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젊은이들을 기억하시며 당신 품으로 돌아오기를 원하셨고, 마리아를 그토록 사랑하셨기에 묵주기도를 바쳤을 때 모든 것이 이루어짐을 믿으시어“아멘!”이라 조용히 응답하시고 선종하셨다지요.  못다 이루신 것은 이제 저희의 몫입니다.  저희도 행복한 삶의 길로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이제 평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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