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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토요일 복음묵상(2005-04-09)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09 조회수1,378 추천수1 반대(0) 신고

거센 바람이 불고 바다 물결은 사나워졌다. 그런데 그들이 배를 저어 십여 리쯤 갔을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서 배 있는 쪽으로 다가오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렸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 하시자 제자들은 예수를 배 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적지에 가 닿았다.(요한 6, 18-21)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일곱 개 기적사화 중 다섯 번

 

째에 속하는 물위를 걸으신 기적을 들려줍니다. 일곱 개의 기적사화는 ①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2,1-11), ② 고관 아들의 치유(4,46-54), ③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④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15), ⑤ 물위

 

를 걸으신 기적(6,16-21), ⑥ 태생 소경의 치유(9,1-12), ⑦ 죽은 라자로의

 

소생기적(11,1-44)입니다. 예수께서 물위를 걸으신 기적은 마태오(14,22-

 

33)와 마르코(6,45-52)복음에도 보도되는데, 요한, 마태오, 마르코복음이

 

오병이어의 기적 다음에 오늘 기적사화를 제각기 배치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서로 다릅니다.

 

 

원전으로 통하는 마르코복음(6,45-52)에 의하면 예수께서 제자들을 재촉

 

하여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의 북동쪽에 위치한 베싸이다로 보내시고는

 

혼자 산에서 기도하십니다. 그 동안 날이 저물어, 즉 밤이 되었는데도 배

 

는 역풍을 만나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밤이었지만 이것을 보

 

신 예수께서는 물위를 걸어서 제자들 쪽으로 오시다가 그들 곁을 지나쳐

 

가시려고 하십니다. 시간은 흘러 새벽 4시쯤이었는데, 이에 제자들이 유령

 

을 보는 줄 알고 비명을 지릅니다. 모두가 겁에 질렸던 것이죠. 그런데 예

 

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나다, 겁내지 말고 안심하여라"(50절) 하고 말씀

 

하시고,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도 그쳤습니다. 제자들은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자 이는 빵의 기적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복음

 

서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르코는 이렇듯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권능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물위를 걸으시고, 예수님 앞에 풍랑도 복종하는 이

 

변(마르 4,35-41 참조)을 통해 명실공히 예수님은 인간과 자연 위에 군림

 

하는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저 놀라고 겁

 

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음은 메시아이신 예수님께 대한 제자들의

 

미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마태오복음(14,22-33)은 마르코복음과 같은 상황에서 예수님과 베드로 사

 

이에 벌어진 독창적인 사건을 첨가하는데, 즉, 베드로를 부각시켜 예수를

 

향하여 물위를 걷게 하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물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예

 

수께서 손을 내밀어 베드로를 건져 주시면서 그의 약한 믿음을 탓하시고,

 

예수와 베드로가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칩니다. 그 때 배 안에 있던 제자

 

들이 "주님의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33절) 하고 고백합니다. 마

 

태오가 이 사건을 원전에 덧붙이고 다른 결론을 유추한 까닭은 마태오복

 

음공동체의 현실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이는 곧 마

 

태오복음공동체의 당시 교회적 상황과 미래 교회의 교회론적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요한복음(6,16-21)은 원전의 내용을 대폭 줄여 기적의 다른 면모를 부각시

 

키고 있는데, 이는 기적의 맛을 본 사람들이 자기네들 방식으로 예수를 왕

 

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반하는 예수의 태도(6,15)로 시작됩니다. 빵의 기적

 

이 있은 후 예수께서는 산으로 피해 가셨고, 그 날 저녁 무렵에 제자들만

 

배를 타고 호수 북쪽 가파르나움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어둔 밤이 되었음

 

에도 예수께서는 돌아오지 않으셨고, 배는 거센 바람과 사나운 풍랑을 만

 

나게 됩니다. 그래도 배는 힘들게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의 배로 다가가십니다. 이에 제자들이 겁에 질리자, 예수

 

께서 그들에게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20절)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배 안에 모시려 하는 순간, 그들은 어느새 목적지에 가 닿았다고

 

복음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6장을 통해 '생명의 빵'에 관한

 

새로운 신학을 모색하고 있는데, 예수께서 물위를 걸으시는 기적을 그 가

 

운데 삽입함으로써 "나는 나다"(에고 에이미)라는 구약의 하느님 현존(출

 

애 3,14)을 예수님께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며, 그 현존이 체험되는 곳이며, 하느님의 놀

 

라운 생명이 선사되는 곳입니다.

 

 

대낮에 빵의 기적이 있었으나 그 대낮이 사람들로 하여금 표징의 참 뜻을

 

이해시키는데는 밝기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배를 타고 있는 제자

 

들 모두에게도 어둠이 깔려있는데, 제자들은 분명 군중과는 다르지만 예

 

수께서 부재하여 계신다는 점은 같습니다. 예수께서 계시지 않는 곳은 어

 

둠과 두려움뿐입니다. 어둠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항해는 목적지에 이를

 

수도 없으나 빛과 안전함을 베푸시는 "나는 나다"이신 예수께서 함께 하시

 

는 항해는 우리의 인생을 영원한 생명의 목적지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생

 

명자체이시며, 이 생명을 우리 세상에 가져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스스

 

로 항로가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나

 

다"이신 그분께 대한 굳건한 믿음과 확신입니다. 이런 믿음과 확신이 없이

 

는 예수가 한낱 '유령'(마르 6,49; 마태 14,26)으로 착각될 수도 있음을 알

 

아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단순한 기쁨 (day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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