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집] "누구실까? 언제 한번 만나봐요.. 감사합니다아~~"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09 조회수1,015 추천수4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한동안 우리 치매걸리신 귀여운 엄마께서 자식들의 전화라도 받으시면 잠을 못 주무시고 힘들어 하신다기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조카나 언니를 통해 소식만 들을 뿐 직접 전화통화도 못하였습니다.

엊그제 부터 전화로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왜 진작 이렇게 머리를 쓰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어느틈에 조카의 친구가 되어서 울 엄마에게 " 할머니~~ 할머니~~ " 하면서 가슴으로 울며 겉으로는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 치매걸리신 귀여운 엄마는 원래 인사성이 바르신 분이시라 깍뜻이 인사말을 나누어 주십니다..

"누구실까?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우리 언제 한번 만나요.. 반가워요.. 내가 이젠 정신이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니 이해해 주세요.."

늘 성품이 조용하시고 얌전하시니 가만히 계시면 남들이 볼 때 전혀 치매걸리신 분 같지는 않습니다. 그 때 그 때 인사말을 하실때도 전혀 치매 걸리신 분 같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제는 제가 낙양이라고 밝혀 드렸더니 순간적으로 누구시더라? 하시곤 잠깐동안 이었지만 저를 알아보시는 것 이었습니다..

엄마가 저를 알아보시기만 하면 할 말도 많을 것만 같았는데 바보같은 막내 딸내미는 말문이 막혀 그저 " 엄마.. 엄마.. 엄마..." 하고 불러 보기만 했습니다.

낙양이면 내 딸이 아니냐고? 조카에게 확인을 하는 엄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며 기어코 나의 눈에서는 콸콸 틀어놓은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엄마, 나 낙양이예요.. 엄마 사랑해요.." 이렇게 말해드리니까 저의 귀여운 엄마는 또 혼란을 일으키십니다. 마음이 많이 아파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조카의 친구가 되어 전화 통화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울 엄마가 자식들의 전화를 받을 때 하나도 못들으셨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자식을 사랑하셔서 한 마디도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는 마음의 부담때문에 더욱 안들리셨던 것 이었습니다.

제가 조카의 친구라고 하니까 아무 부담 없이 말씀하시고 잘 들으시며 말씀도 재미나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면 식사를 한번 같이 하자시는 말씀에 제가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노라고 , 또 용돈도 드리겠노라고 하였더니 너무 긴 이야기라 잘 못알아 들으셨는지 조카에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전화를 넘겨주셨습니다.

중간에서 조카가 통역을 해 주면서 내 뜻을 전해주니까 우리 엄마는 아직도 고운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절대 그러면 안되는 것이라 하십니다.. 남에게 그렇게 돈을 쓰게 하는 소리를 하면 안되는 것이라면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이렇듯 늘 고운 마음으로 남을 잘 헤아리시는 분이 저의 어머니이셨습니다.

오늘도 엄마한테 할머니라고 부르며 한참을 이야기 하면서 사랑하는 엄마에게 한가지 분명한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근 90년을 사시면서 남에게 싫은 소리도 하실 줄 모르신 엄마,
육남매 자식들을 키우시며 이 기집애란 소리도, 이 놈이란 소리도 한번 안 해보신 우리 엄마..
언제나 불쌍한 사람들을 보살펴 주시려고만 하셨던 우리 엄마..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시며 주님만을 바라보시며 기도하기를 좋아하셨던 우리 엄마..(실제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우리 엄마는 식사시간, 주무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기도를 즐겨 하셨습니다.)

늘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치매가 걸리셨어도 고운 마음의 본심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이다음 울 엄마의 처지가 된다하면 나의 본심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불평불만이 많았던 사람이라 치매에 걸렸을 때 하염없는 불평만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갑니다.

언제나 자식들에게 좋은 것들을 몸소 가르쳐 주시는 엄마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이다음 울 엄마처럼 정신이 없을 때 본심에 숨겨진 나쁜 소리 안 나오게 지금부터라도 늘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운 마음으로 무장을 해야겠다는 것을 치매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에게 배우게 되어 여기에 내 마음을 또 한번 적어 보고 있습니다.

"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 , 사랑해요~~
엄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엄마, 오래오래 사세요~~"

오늘 좋은 교훈을 제게 남겨주신 치매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해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 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