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새벽을 열며/빠다킹신부님의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1 조회수917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지에서의 하루 일과는 화장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즉, 성지에서 하는

 

일 중에서 첫 번째 일은 바로 화장실 청소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저께

 

아침이었습니다. 글쎄 남자 소변기 안에 100원짜리 동전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떤 형제님께서 일을 보시다가 소변기 안에 100

 

원짜리 동전을 떨어뜨렸나 봅니다. 그리고 소변이 묻었기에 그 동전을 줍

 

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이 떨어뜨린 것을 모를 수도 있겠지요. 저

 

는 그 100원짜리 동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장난기가 발동되더군요.

‘이 동전을 주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저는 그 동전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동전은 어떻

 

게 되었을까요? 그 동전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 얻기 위해서 소변 묻은 곳에 손을 넣기 싫었나 봅

 

니다. 저는 그 동전을 꺼낸 뒤 깨끗이 닦고, 이번에는 사람들이 손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그 동전을 얹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점심 때 가보니, 그 동전

 

은 사라졌더군요.

소변기 안에 있었던 동전이라고 ‘이건 더러우니까 90원의 가치밖에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지요. 소변기 안에 있는 100원이

 

나, 깨끗한 곳에 놓여 있는 100원이나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

 

다. 단지 위생상의 문제를 들어서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요? 하지만 그 위생상의 문제라는 것은 또 어떤가요? 지금 현

 

재 소변기 안에 있는 100원이나, 지금은 소변기 안에 놓여 있지 않으나 꽤

 

오랫동안 소변기 안에 있었던 100원이나 위생상의 문제는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 현재 깨끗하냐 더럽냐의 시각적인 차이를 두고서

 

취하고 또는 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시각이란 이렇게 제한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도 불

 

구하고 우리들은 자신의 시각만 옳다고 생각을 하고, 그 시각적인 이유를

 

들어서 얼마나 많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지요?

어제 복음에서 우리는 엠마오로 함께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

 

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의 두 제자가 예수님과 함께 걸어

 

가면서도 예수님을 알아 뵙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예수님께

 

핀잔을 주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던 사람으로서 요새 며칠 동안에 거기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다니, 그런 사람이 당신 말고 어디 또 있겠습니까?”

아마 이 두 제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상 죽음, 이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났

 

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기준으로 죽었다가 살아

 

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물론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말씀을 세 차례에 걸쳐서 하셨습니다. 또한 당

 

신의 부활에 대한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신 인간적인 시각적 기준에 맞추어서만 판단을 했던 것이었

 

습니다.

이제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 뵙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

 

요. 그 순간은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눌 때였습니다. 바로 평범한 일상

 

의 한 가운데에서 예수님을 알아 뵐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결코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나타나신 주님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주님을 찾습니다. 내가 고통 중에 있을 때,

 

내가 어려움 중에 있을 때, 내가 필요할 때에만 찾는 주님일 경우가 너무

 

나 많습니다. 물론 이 때에도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해주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특별한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안에서 우

 

리와 함께 해주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 늘 감사할 수 있

 

고, 그 힘으로 이 세상을 기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나는 어떻게 받

 

아들이고 있는지, 또한 어떤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성하는 오늘

 

이 되시길 바랍니다.

 

내 일상 안에서 나를 지켜주시는 주님을 발견하도록 노력합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