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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3 조회수882 추천수3 반대(0) 신고
교회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교회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 중에도 저런 사람이 있

 

나?"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출한 청년을 보고 광신적인

 

기독교 신자가 한말이었다. 눈만뜨면 "주여, 주

 

여"를 입에 달고 사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나는 교

 

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애당초 없었다.

 

50-60년대 시내버스에선 승차한 뒤에 차장 아가

 

씨가 찻삯을 걷었다. 정거장마다 많은 사람들이

 

비벼대며 승차했으므로 차장이 미처 받지 못하고

 

놓치는 수도 있었다.

 

"차장이 달라는 소릴 안 하면 차비를 안 내"

 

이웃 아주머니의 말에 놀라며

 

"저는 차장을 불러서 주는데요" 하자 아주머니는

 

비웃었다.

 

"저녁 콩나물 값이 없는, 그런 가난을 겪어 보면

 

달라질걸?"

 

'차 삯이 없으면 걸어서 가야지....'

 

스스로 정직하게 살면 된다, 구태여 교회에 나갈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나는 생각 했었다.

 

 

그랬던 내가 교회 문을 두드린 것은 1950년대 초,

 

교직을 떠나고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내고 난 뒤의

 

은근한 허전함, 누구나가 겪는 그런 공허감이 표

 

면상의 동기였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으로 해

 

서 깨어진 마음의 평화, 그것 때문이었다.

 

교회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교회에서 나는 감사해야하는 이유를 배웠다. 나는

 

감사할 줄을 몰랐다. 불만투성이였다.

 

 

동창들이 이구동성으로 "너는 남편 덕이 있다"라

 

고 하는 소리는 내가 남편 P의 도움으로 대학공부

 

를 한 것을 가지고 하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긍정

 

하는 것은 거죽으로 하는 대답이었고 픽, 속으로

 

는 부정하였다. 백만금을 안겨 줘 봐라, 나에게 능

 

력이 없었다면 도중 하차했을 것이 아닌가.

 

졸업 때 일곱 살짜리 아들의 꽃다발을 받았으니,

 

이북 여자 독하다는 말을 들어 가면서 길에다 아

 

이를 버리고 학교에 가기도 했던 눈물의 학업이었

 

따. 그 후 교직에도 있었고 작가도 되었다. 이것이

 

다 나의 능력이 아니었던가. 나는 그렇게 교만했

 

었다.

 

나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사실, 그 쓴 좌

 

절을 안겨준 것은 자식이었다. 자식에 대한 기대

 

라면 무슨 일이든지 중간쯤만 해주면 된다는 소박

 

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못 채워 주는 자식이 나의

 

자존심과 체면을 몽땅 짓밟아 버렸다.

 

 

나는 교회에서 배웠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능력을 골고루 주

 

신다는 것.  그런데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각각

 

다른 능력을 주신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하느님

 

이 나의 아들에게 어떤 능력을 주셨는가. 나는 그

 

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학교 성적만을 가

 

지고 아들의 능력을 평가했던 나. 나는 그렇게 어

 

리석은 사람이었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한다. 나

 

의 아들에게 주신 건강, 겸손, 성실, 무슨 일이든

 

지 최선을 다하는 인내 등 모든 것을 감사한다.

 

 

이곳 인천으로 이사와서 노인정을 살피면서 내가

 

노인들에게 봉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서 배웠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은총

 

을 주셨는가를 배웠다. 자지러질 감동으로 한껏

 

겸손해야 할 까닭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외롭

 

고,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 잘 알지도 못하며 짜

 

증과 불만으로 가득하였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많이 배웠고 친구도 넘치게 많으며, 기쁨을 만들

 

고 짜증을 다스리는 지혜도 있다. 외로움을 극복

 

하고 혼자 사는 방법도 알며 능력도 조금 있다.

 

너무 많이 가진 것을 하느님께 감사한다. 남편 P를

 

만난것을 감사하고 그가 나에게 베풀어 준 모든

 

것을 감사한다. 건강한 자식을 주신 것을 감사하

 

고 이웃과 더불어 고락을 나누게 해 주신것을 감

 

사한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

 

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1데살 5.16)

 

 

"바로 그분이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선물을 은총

 

으로 주시어....." (에페 4.11)

 

 

나는 교회에서 배웠고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실

 

천하고자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

 

는 평화롭고 행복하다.

 

 

 

                                                                            이정호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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