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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복음묵상(2005-04-14)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4 조회수959 추천수1 반대(0) 신고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의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다 죽었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 6, 48-51)
 
어제 복음(35-40절)과 오늘 복음(44절-51절)을 함께 보면 바로 연결되지

 

않고 41-43절이 빠져있음을 알 수 있는데, 빠진 부분을 잠시 살펴보면,

 

"이 때 유다인들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다' 하신 예수의 말씀이 못

 

마땅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부모도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터인데 자기가 하늘에서 내려

 

왔다니 말이 되는가? 그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

 

하냐?'"(41-43절) 하시고는 44절의 말씀을 계속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주

 

목할 점은 요한복음사가가 예수님 주위의 사람들을 '군중' 대신에 '유다인

 

들'이라고 지칭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로써 복음서 저자는 예수께서 다시

 

한번 유다인들로부터 총체적인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유다인들이 '생명의 빵'에 불신을 표하

 

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께 그 빵을 달라고 청하였기 때문

 

입니다.(34절) 따라서 그들의 불신은 오히려 '하늘에서 내려 왔다'는 예수

 

자신에 있습니다. 예수 주위의 군중들은 거의 갈릴래아 출신으로서 예수

 

와 그의 부모를 모를 리가 없으며, 동시에 이들은 '위로부터 난 적이 없기

 

때문에'(요한 3,3 참조) 예수께서 하늘에서 내려 오셨다는 말씀의 참뜻을

 

알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복음 앞에 인간의 태도는 늘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하

 

는 점이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하여 그의 가문이나 출신, 혈연이나

 

학벌 등으로 그를 다 안다고 해버리는 인간의 태도가 늘 걸림돌이 됩니다.

 

그들은 예수께서 20년 이상 목수의 아들로서 두 손안에 쥐어진 연장을 통

 

하여 땀 흘리며 하느님께 바쳐진 시간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시

 

간들 안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자의식을 키워나갔으며, 세상

 

과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하늘로부터 파견되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

 

러나 예수께서는 자신의 신적 출처를 밝혀 유다인들의 '못마땅해하는 마

 

음'을 채워주시기 보다는 이를 일축해 버리시고 하느님께로부터 배움을

 

받도록 권고하십니다.

 

 

상당히 논리적이지만 풀리지 않는 신비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믿

 

음행위와 하느님의 선택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어제 복음을 통하여 '사람

 

이 예수님을 믿는 행위'와 '그 사람을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맡겨 주시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이 점을 예수께서는 다시

 

금 강조하고 계시는데,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

 

무도 내게 올 수 없다."(44절) 즉, 어떤 인간도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예수

 

님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그 인간의 가까이 또는 내심에서 그

 

를 불러주셔서 하느님 생명의 공동체로 이끌어 주셔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느님께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시하시지는 않습니다. 하느님

 

께서 인간을 움직여 주시면, 인간은 동시에 자유로이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이고, 이런 방법으로 인간은 예수께 대한 믿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믿음의 행위는 인간의 자유의지적 결단인 동시에 하느님의 선택적 선물인

 

것입니다. "누구든지 아버지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사람은 나에게로 온

 

다."(45절) 일단 믿음을 가지고 예수께로 오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보장됩니다.(47절)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빵이시며(48절), 이 빵을 우리에

 

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빵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조상들이 먹고도 죽어간 그런 만나와 같은 빵

 

이 아니라 먹으면 죽지 않는 빵입니다.(50-51절) 이 빵은 바로 예수님의

 

살이요, 하느님의 거룩한 몸이요, 성체인 것입니다. 세상은 늘 자기들 방

 

식대로 빵을 찾아왔는데, 태초의 인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은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육체의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빵을 먹어

 

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영원히 세상의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

 

니고, 때가 되면 빵을 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그것이 곧 죽

 

음입니다. 모든 죽음은 결국 육체의 생명을 영위할 세상의 빵을 더 이상

 

못 먹게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간도 세상도 죽음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세상에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이 선사되었습니다. 바

 

로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인 것입니다. 성체는 세상의 빵과는 전적으로 다

 

른데, 세상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성체를 받기 위해 우선 그리스도를 믿어

 

야 하며, 나아가 이 성체는 '찾는 것'이 아니라 '추구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단순한 기쁨 (day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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