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인생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5 조회수965 추천수11 반대(0) 신고
 

4월 16일 부활 제3주간 토요일-요한 6장 60-69절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인생>


단편 소설을 재미나게 읽다가 제 시선을 확 끄는 구절을 만났습니다. 오늘 제게 꼭 필요한 양식이 되는 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구덩이에서 빠진 것 같은 나날에서 몸을 빼면 그동안 못 보았던 것들이 보이고,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 하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이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고,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겼으면...(이혜경, 도시의 불빛)”


오늘 복음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하찮게 여기던 제자들(12제자들 말고, 말마디 그대로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세상의 잣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기에, 그 소중한 말씀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육적인 눈길로 예수님을 바라보았기에,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귀에 거슬렸습니다. 그런 제자들이었기에 예수님을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예수님에게서 건질 것이 없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과거의 악습과 낡은 관습을 아직 버리지 못했던 제자들, 탐욕과 죄악의 구덩이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던 제자들,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여겼던 제자들이었기에 불변의 진리이자 영원한 가치관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


나이 들어가면서 처절하게 느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세상의 것, 세속적인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던 청춘도 지나가고, 금강석보다 더 견고할 것 같던 사랑도 지나갑니다. 한때 목숨까지라도 바칠 정도였던 이념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가치관도, 영원할 것 같던 목숨도 다 지나갑니다. 이곳저곳 한 평생 기웃거려보지만, 결국 다 지나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하느님 앞에 빈 몸으로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편저자도 이렇게 노래했던가봅니다.


“내 목숨은 당신 앞에 거의 없는 것

사람이란 모두가 날숨과 같으오이다.

그림자처럼 인생은 지나가고

부질없이 소란만 피우는 것

모으고 쌓아도 그 차지할 자

누구인지 모르나이다(시편 38).”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주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주님만이 영원하십니다. 주님만이 우리를 지켜주실 든든한 보루이십니다. 주님만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최종적인 희망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