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모르는 것이 죄였습니다...
작성자박종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5 조회수853 추천수1 반대(0) 신고

 
    ⊙ 모르는 것이 죄였습니다.⊙ 도깨비 대장 환갑 잔칫날이었습니다. 여러 나라 도깨비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잔치라고 하였지만 물 한 잔 차려놓지 않고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도깨비 대장 가라사대, 동글동글한 도깨비 동포 여러분, 시들시들한 도깨비 시민 여러분, 도깨비 나라 건설에 이바지 저바지 합바지 통바지 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하고 이야기하자, 미국에서 온 도깨비가, 말씀의 전례가 있으면 성찬의 전례가 있는 법인데 아무리 소비절약이라고 이 잔치에 술이 없어야 되겠소? 하면서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막걸리 나와라 뚝딱, 청주,약주,감주,소주,맥주,양주,……뚝딱뚝딱,뚝딱,……. 중국에서 온 도깨비는 안주도 있어야 되지 않느냐며, 소머리 나와라 뚝딱, 돼지머리,개고기,잡채,탕수육,……뚝딱뚝딱,……. 또 어디서 온 도깨비인지, 아무리 도깨비라고 술과 음식으로만 살 수 있느냐며, 장구 나와라 뚝딱, 북,꽹과리,징,피리,나팔,……뚝딱,뚝딱,……. 선물도 있어야지하며, 금목걸이·은팔찌·진주목걸이·은반지·금반지 나와라 뚝딱, 다이아반지 나와라 뚝딱,뚝딱뚝딱,뚝딱……. 술은 취했겠다, 배는 부르겠다, 금목걸이 은팔찌는 걸었겠다. 신바람나게 춤추고 노래하는데 눈깜빡할 사이에 새벽이 오고……. 야밤중에 뒷산에서 북소리 꽹과리소리가 요란하여 잠을 설친 마을 사람들은 혹시 빨갱이가 출몰한 줄 알고 예비군·민방위대·경찰·군인을 총동원하여 총을 쏘며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도깨비들은 혼비백산,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을 쳤습니다. 사람들이 도깨비들 놀던 자리에 가 보니 이게 웬 떡이냐 싶게 음식도 술도 보석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랍니다. 배부르게 먹는 사람들, 보석을 가져가는 사람들, 떡을 챙기는 사람들……. 그중에 쌀가마를 지고가던 사람이 넘어졌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에 채어 넘어진 것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 사람은 방망이를 멀리 계곡 밑으로 던져 버렸답니다. 무거운 쌀가마 지고갈 필요없이 도깨비 방망이만 챙겨도 되었을 텐데……. 모르는 것이 죄였습니다. 어느 시골에 가문이 오래 된 가정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높은 벼슬을 하였으나 그 자손이 번창하지 못해 한 농부가 그 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농부는 오래된 가구며 유물을 다 팔아 버리고 병풍 하나만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엿장수가 자꾸 팔아 버리라고 조르는 바람에 십만 원에 넘기고 농부는 선풍기를 사들였답니다. 그런데 농부는 나중에 그것이 싯가 오백만 원을 웃도는 병품임을 알고 나서 후회하며 가슴을치고 통곡하였답니다. 그 농부가 좀더 지혜로워 그 병풍의 가치를 알았더라면 결코 손해보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죄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 행선지를 물을 때, 남들이 타고 가니 그저 탔다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그러나 사실 뭣을 위해 사는지 왜 사는지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목적 없이 버스를 탄 사람보다 더욱 기막힌 일입니다. 파스칼은 인간을 세 부류로 나누는 바, 신을 발견한 진리의 인간, 진리를 알지 못하지만 회의하면서도 추구해 나가는 인간, 진리를 모를 뿐 아니라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 무관심한 인간입니다. 우리 주위엔 두 번째, 세 번째 부류에 속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모르는 것이 죄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보물을 집 밑 땅속에 파묻어 두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불이 나면 그 보물을 꺼내 팔아 다시 그 자리에 집을 짓기도하며, 후손들은 자기 조상들이 땅속에 보물을 묻어 두었을까봐 집을 좀처럼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보물을 밭에 묻어 두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밭에 묻힌 보물을 찾은 소작인은 그것을 다시 묻어 두고,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고 합니다. 보물을 훔쳐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도둑질이며 땅 주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밭을 사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이처럼 모르면 거들떠보지 않고, 알면 모든 것을 버리고 찾으려는 보물과 같습니다. -꿈보다 현실이 아름답다에서- (살신성인의 배문한 신부님 유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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