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17) 짝궁은 묵상중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7 조회수98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4월17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ㅡ사도행전2,14ㄱ.36-41;베드로1서2,20ㄴ-25;요한10, 1-10ㅡ

 

 

 

 

     짝궁은 묵상중

                     이순의

 

 

뜨네기인생이라고 해야할지?

장똘뱅이 인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역마살이 낀 인생이라고 해야할지?

떠돌다가 돌아온 짝궁은

온 몸에 붉은 반점과 열꽃으로

가관을 두르고 돌아왔다.

요즈음

각시의 심사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도 남아야 하는데

남자들이란 분명히 여인의 심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동물적?

아니면 우둔한 무엇이 있음에 분명하다.

 

그런꼴을 하고 들어오고 싶었을까?

견딜 것이 없어서 자청하여 저런 것을 견디는 것일까?

한 번 혼이 났으면 말아야하는데

그 경험이 부족해서 저러고 싶었을까?

짝궁이 다니면서

어머니 집의 청소 한 번을 하나?

자기 어머니라고 돌아보기를 하나?

그렇다고 장모님 눈에라도 들 짓을 하나?

마누라 눈치를 보느라고 자중을 하나?

자식 새끼 단속하느라고 남의 아빠들처럼 주야로

들고나기를 하나?

생각할 수록, 생각할 수록,

미운짓만 골라서 한다.

 

어울려 다니는 장사치들끼리

어디 머무는 곳에서

옻닭을 삶아 먹었나보다.

짝궁은

옻을 타지 못해서

전에도 옻닭을 먹고

종합병원에 입원까지 한 적이 있다.

피부는 버글버글 짓물이 질질질 흐르지

가려워서 손톱은 전신을 후비지

열은 올라서 온 몸은 불덩어리지

앉지도

눕지도

서지도 못하고

자지도

깨지도 못하고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서

수면제 주사를 맞고 잠이 들었었다.

 

그런데

여자들이 아기를 낳을 때는 그 고통에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맹세하고도

키우다 보면

이쁜 마음에 사랑스런 마음에

만사의 아픔을 잊고 또 낳는다더니

짝궁은 아기도 낳지 않는

옻닭을 먹고

그런 혹독한 몸살을 앓고도

또 잊어버리고

또 먹었다.

그리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끔쩍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

다행히 경험 탓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처럼

살에서 물이 나지도 않고

후벼파느라고 득득 긁지도 않는다.

참고 견딜만은 한가보다.

 

주일 미사에 가지 않을 줄 알았더니

가려워서 못 참을 줄 알았더니

미사에 가서는 긁지도 않고 잘 견디다가

예수님의 살도 모시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어

입 다물고,

눈 감고,

귀도 막았는지?

끔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묵상하는 도인의 모습이다.

지금 짝궁은 옻닭을 묵상하고 있다.

폭폭한 각시는

살아내느라고 폭폭한 묵상만 하는데

팔자좋은 짝궁은 옻닭을 묵상하고 있다.

 

남자들은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아녀자의 마음을 풀어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인생을 살아볼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가족의 평화를 도모할 것인지?

그런 건전한 발상은 하지 않고

저렇게 이상한 꼴을 하고

집이라고 들어와 눕고 싶을까?

미안하지도 않는 것일까?

화김에 서방질 한다고

나도 가서

옻닭을 먹고 와서

벌거숭이 왕비마마 되어서 누워 볼까나?

그러면 짝궁이 나처럼

참아주고

밥해주고

달래주고

안타까워 해 주는지

딱 한 번만 해 볼까나?

옻닭 묵상이 어떤 것인지

진짜루 한 번 해 볼까나?

 

그런데 나는

짝궁처럼 미련하지를 못해서

너무너무 영리해서

내 자신의 가려움증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런 무모한 짓은 결코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그렇지?!

묵상을 아무나 하나?

더구나 옻닭 묵상을 아무나 할수 있겠는가?

일찌기

구약의 첫 대목에서

사내로 빚어진 인간이

미련하지를 않았든가?

먹으란다고 선악과를 따먹어서

전체 인류에게 고통을 가져오는 무례를 범하지 않았든가?

신중하지 못한 그런 사내를 믿고

살아야하는 여인의 인생이

인류의 길이 아니던가?!

어이구~~! 쩝!

 

내가 믿고 살게 따로있지.

저걸 남편이라고 믿고 살다니......?

저 옻나무 열꽃이 사윌 요량이면

또 줄행랑을 치겠지?

옻닭묵상이라도 묵상이라서

집에 들어와 누워

벌거숭이 임금님 노릇을 하고 있나보지?!

뜨네기인생이라고 해야할지?

장똘뱅이 인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역마살이 낀 인생이라고 해야할지?

 

그래도 죽지만 말고 살아봐!

 

<추신! 나는 심각해서 묵상을 썼는데 아들은 웃으라고 쓴 묵상이라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너도 커봐라 이놈아! 이 얼마나 처절한 묵상글인지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이놈아! 에미 속은 천불이 나서 죽겠는데....>

 

ㅡ"정말 잘 들어 두어라. 양우리에 들어갈 때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딴 데로 넘어 들어가는 사람은 도둑이며 강도이다. 요한10,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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