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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도는 그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7 조회수1,159 추천수14 반대(0) 신고
4월 18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요한 10장 11-18절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그대>

 

어제 성소주일에 이어 오늘 복음의 주제도 ‘착한 목자'입니다. 착한 목자란 양 한 마리 한 마리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 양들을 극진히 사랑하기에 양들도 그 사랑을 알고 신뢰하는 사람, 양들을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인도하는 사람, 결국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소주일 오후, 바람에 흩날리며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잠시 지난날들을 돌아봤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회한뿐이었습니다.


종신서원을 하고 사제로 서품 받기 전까지, 또 서품초기 때까지 참으로 꿈도 컸습니다. 어김없이 착한 목자상을 제 자신의 이상향으로 선택했었지요. 앞으로 양성기간이 끝나고 사목자가 되면 정말 잘 살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습니다.


착한 목자와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목자들을 향해 가차 없이 비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세월이 흐르다보니, 나이를 조금씩 먹다보니 이론과 실제의 괴리는 참으로 크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아갑니다. 마음으로야 백번 천 번도 더 착한 목자로 살고 싶지요. 생각으로야 몇 천 번도 더 양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지요.


한번 혹은 두 번, 한 3개월 착한 목자로 살기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착한 목자로 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신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존경받고 사랑받는 착한 목자들 참으로 보통 분들이 아닙니다. 그분들 그렇게 살아가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뼈를 깎는 자기희생과 자기 죽임의 결과가 착한 목자입니다.

 

요즘 양떼들 얼마나 상황 판단력이 뛰어난지 깜짝 놀랍니다. 누가 착한 목자인지, 어떤 사람이 삯꾼인지 즉시 판단합니다. 절대로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착한 목자로 살아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착한 목자가 필요합니다. 존재 그 자체로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목자, 고통과 번민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구원의 향기를 퍼트리는 목자, 실의에 빠져 고통 받고 있는 양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목자, 그래서 삶의 이정표를 잃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새 출발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런 목자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착한 목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온종일 오로지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위해 헌신합니다. 그런 착한 목자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신자들 얼굴에서는 행복이 묻어납니다.


형제들과 ‘착한 목자상’을 주제로 대화하다가 한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신부님, 그 신부님 존함만 들어도, 너무나 감사한 나머지 눈물이 핑 돈다고 했습니다.


그 신부님 모습만 떠올려도, 자꾸 노쇠해져 가심이 안타까워 걱정이 앞서고 마음이 짠해진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시절, 처절한 고독 속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날들, 생각만 해도 다시금 살아갈 희망과 용기가 샘솟게 하는 착한 목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착한 목자를 잠시만 바라봐도 힘이 생겨나 억울한 생각들을 말끔히 잊게 되는 그런 목자 말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사목자들이 저만치 멀리 떨어져 바라만 봐도 내부에서 순수한 기쁨을 꽉 차오르게 하는 그런 목자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집에서 푸르른 올리브처럼 언제나 주님 자비에 의탁하는 착한 목자, 아무리 짓눌려도 결코 찌부러지지 않는 착한 목자, 갖은 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힘차게 일어서는 착한 목자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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