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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5) 십자가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8 조회수694 추천수6 반대(0) 신고

 

여러분은 종탑 위에 십자가 세우는걸 보신적이 있나요?

오늘 난 보았답니다.

우리 본당은 요즘 성전건축을 하고 있는데, 오늘 교중미사 후에 종탑올리는 공사를 축성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종탑과 종탑에 세울 십자가에 축성을 하고 기도를 하는 행사였지요.

오늘 마침 레지오 꾸리아 4간부 월례회의가 오후 1시부터 있는 날이어서 회의를 마치고 나니 3시였습니다.

 

거의가 돌아가고 십여명만이 남아, 이미 올려진 종탑 위에 세울 십자가를 보려고 길게 뺀 목을 고개가 아프도록 젖히고 위를 쳐다보고 있었죠.

그런데 아파트 10층 높이보다도 더 높아보이는 종탑속에선 용접하는 불꽃이 튀고 있었습니다. 십자가가 들어갈 구멍이 맞지 않아 그 공사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금색 빛깔의 십자가는 트럭위에 얌전하게 뉘여져 하늘로 올려질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당에는 높디높은 기중기를 하늘로 올려세운 크레인 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나 저제나 아무리 기다려도 십자가를 끌어올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건너편 육교위에선 두명의 자매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찍으려고 삼발이 사진기를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었고, 전례보는 형제님은 성당 바로 앞에서 핸드폰으로 이것 저것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이미 4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 십자가 세우기 정말 힘드네!

다리도 아프고 고개도 아프고 진력이 나서 몸을 비비 꼬다가 문득 생각했답니다.

아무리 높은 종탑 꼭대기에 십자가 세우기가 힘들다 한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던 예수님보다 더 힘들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더군요.

그래! 아무리 오래 걸려도 내 기필코 십자가 세우는걸 보고 가리라!

철망이 둘려진 네모난 철상자에 두사람의 기술자가 몸을 싣고 드디어 하늘로 올라갑니다. 뾰족한 종탑으로 접근하는게 순조롭지 않습니다.

철상자 모서리가 종탑 옆구리를 치는 순간 보는 사람들 입에서 비명(?)이 터집니다. 구멍이 뚫리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살짝 건드렸나 봅니다.

네모상자를 나란히 종탑 옆구리에 붙이는게 결코 쉽지 않더군요.

철상자라 조심조심...........

기중기 맨 꼭대기 고리에 걸려있는 상자 속의 두사람도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드디어 여러개의 끈에 걸은 십자가가 기중기의 고리에 걸려 하늘로 올라갑니다.

기술자 아저씨들이 한동안 씨름끝에 뾰죽한 종탑 꼭대기에 십자가를 바로 세우고 고정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십자가 맨 밑에는 전기가 통하는 장치가 되어있고 제법 긁은 장방형이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전기가 들어와 밤이면 반짝반짝 불이 켜진답니다.

드디어 우리 성당에 종탑과 십자가가 세워졌습니다.

20년이 넘는 가건물 성전에서, 이젠 종탑위의 십자가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성당이 될거라 생각하니 참 감격스럽더군요.

몇달 후면 준공식이 있을 예정인데 아마 그때는 더 감격스럽겠지요.

몇번이고 높이 높이 서있는 십자가를 돌아다 보며 오는데 다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곧 기쁨이고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고통이었던 십자가가 우리에게는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고 사랑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거의 두시간을 기다린 보람을 느꼈지요.

또 하나의 십자가가 우리 본당 신자들에게 안겨줄 희망과 사랑과 기쁨을 생각합니다.

                              (2005년 4월 17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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