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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18) 추기경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8 조회수829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5년4월18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ㅡ사도행전11,1-18;요한10,11-18ㅡ

 

      추기경

            이순의

 

 

 

 

 

 

 

 

 

 

 

 

 

 

 

1991년에 걸프전쟁이 터지는 장면들을 TV를 통해서 지켜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에 섬광이 날아다니고 번쩍번쩍한 불꽃들이 여기저기에서 켜졌다가 꺼졌다가 하는 것을 보았다. 대가리에 센서를 달고 목적지를 정확히 감지하여 찾아가 위력적인 폭발을 하는 미사일을 따라서 촬영되는 장면들은 온라인 게임이 아닌 실황중계였다. 전쟁이라는 무서움으로 긴장감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전쟁이라는 단어만 없었다면 중동 어느 나라의 불꽃놀이를 생중계 한다고 여겨도 될 만큼 현장감이 적나라했다. 그때 짝궁과 나눈 이야기는 우리가 분명히 좋은 세상을 살고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의 어느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현장중계되는 시대를 살고있다는 아이러니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부터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 노구를 이끌고 계신다고 판단되는 어느 시점에서 부터 세계의 언론사들은 바티칸의 가장 좋은 호텔과 촬영장소들을 예약해 두었다고한다. 그리고 수시로 그 비싸고 특별한 장소들을 이용해 왔다고 한다. 이는 발빠른 언론사들이 교황의 임종조차도 생중계를 하고야 마는 초유의 기록을 낳고 말았다. 아마 지구 역사상 가장 엄밀하다고 자부하는 콘클라베 조차도 언론사들은 생중계를 꿈꾸고 싶을 것이다. 후보자도 없고, 또한 모두가 후보자인 교황선출이라는 신의 개입을 생중계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미식거리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갖은 정보와 기록들, 엄밀한 친분과 인맥들을 통해 콘클라베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듣고 각색하는 것 또한 현장을 참여했던 추기경들에 의해 발설되어질 것이다. 이번 교황 선출은 승하하신 선임 교황님의 제위기간이 길었던 탓으로 콘클라베 참여 경험이 없는 추기경들의 수가 더 많다고 들었다. 다행히 승하하신 성하께서 몇 가지 보완할 사항들을 제시하시고 콘클라베에 참여하시는 추기경들의 동의하에 실행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콘클라베를 직접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규칙을 바꾸거나 교정 보완한다는 것은 신중하고 까다로우며 조심스러운 결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콘클라베에 참여하고 있는 추기경들조차도 선대의 콘클라베에 대하여 깊이 공감해 보지 못했을 것이며, 현재의 콘클라베가 어떻게 열리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하여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고, 그에 대한 훗날의 역사적 평가와 기록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오직 교황을 선출하는 이유 이외의 다른 무엇에 동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 가톨릭 인구만이 교황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지구 전체가 교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야 오히려 더 옳은 표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선임 교황님의 서거로 인하여 우리 한국교회의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공공연하게 자성하는 목소리들이 우러나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사진만 보아도 좋은 김수환 추기경님이 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백만 한국 가톨릭 교회를 대표하여 콘클라베에는 참여할 수가 없다. 우리 추기경님의 인중이 그렇게 길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의 추기경님을 이미 하늘께서 부르셨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김수환 추기경님은 인중도 길으시지만 아직은 거동에 문제가 있지도 않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가임을 자랑하고 계신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톨릭만의 큰 어른이 아닌 이 국가가 공인하는 큰 어른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왜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의 빠른 대처가 미흡했는지를......? 교구별로 주교님들께서 다투어 은퇴를 하시고 후임 주교님들로 세대교체를 하고 계셨는데 왜 후임 추기경 서임에 대하여 서두르지 않았는가? 선대 교황성하의 고령으로 세계의 언론들이 수 년씩이나 임종을 생중계 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 때, 왜 우리는 콘클라베를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일까? 선임 교황성하께서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결코 소홀히 하시지 않으셨는데 왜 우리는 후임 추기경을 선임하지 못했는가?

 

여러날 동안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을 너무나 사랑한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 이외의 다른 추기경님을 생각해 보지 않은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을 뒷방 할아버지로 몰아버릴 것 같은 무례를 범하기 싫은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승하하시기 전에는 다른 어른을 모시기 싫은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격동기의 한국의 고뇌를 다 짊어져 주신 애환에 대한 배신을 하기 싫은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걸어오신 업적이 너무 크고 높으신 뜻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였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도 나는 다른 추기경을 상상할 수가 없다. 아마 모르긴 해도 교회안에서도 그런 정신적 지주론을 배척하는 것 같은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해아려 보았다. 그래서 교회의 일선에서는 무릎을 치고 자성하며, 또한 양적으로는 발전했으나 질적으로는 어떠한 대안도 세우고 있지 못했던 결과에 대하여 자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지를 않는가?! 새 교황님께서 서임되시고 나면 한국교회의 길에 대하여 철저한 준비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교회는 원정길에 익숙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한국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회복지정책이 미흡한 국내에서의 활동도 묵과할 수 없을 만큼 대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이 핵가족 시대를 이룬지가 장기화 된 서구의 관계 안에서는 많은 수의 한국인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가톨릭 교계가 개혁적 안건에 대하여 쉬이 열리지 못하는 경향은 진취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에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직접 보수적 경향으로 밀고 나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간혹 교회의 여론은 추기경님을 둘러싼 보수세력에 대한 도전을 우회하지 못하고 추기경님께 직격탄을 휘두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내 자신부터 가슴이 미어져 추기경님을 공격하시는 분들에 대한 원망의 골이 깊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 자신부터 의식의 변화를 일구어나갈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지난 시대의 영원한 우리 한국 교회의 아버지임을 부인 할 수가 없다. 망각하려해도 망각되어지지 않을 영원한 존재이시다. 그분의 고뇌와 사랑의 덕택으로 교회는 거름을 삼아 발전해 왔고 나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새 시대의 추기경님은 달라야 한다는 것도 깨달아야할 것이다. 격동기의 한국사회와 종교의 현실은 격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격어야만 했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숨 가쁘게 발전해 가는 혼란은 오히려 그 변화를 적응해 가는데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대가 격어야할 사회적 구성의 발전은 숨이 가쁘게 진행될 것이나 내면의 인간 심성은 도태되는 혼란의 시대 안에서 종교의 길을 인도해야할 것이다. 발전이라는 허구 안에서 격을 심성의 공황상태! 분명히 빈익빈 부익부의 관계도 발전이라는 허구의 공황상태에 놓일 것이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 또한 물질이라는 허구의 공황상태 안에서 본질은 외곡될 것이고,

 

교회 활동은 더욱 더 이중적인 허구의 공황상태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에는 시대를 살아내는 게 숙제였다면 앞으로의 시간들은 우울한 내면의 세계를 극복시켜주는 종교관을 설립해야만 할 것이다. 배가 고프더라도 마음이라는 정성 하나만 보태면 다리품을 팔아서라도 성당을 찾을 수 있었던 과거의 심성은 귀해질 것이다. 반면에 인간 개인 각각의 심성을 울려줄 대안이 필요해질 것이다. 내 마음을 접어 우리가 행복해지는 신앙관은 점점 소실되고있다. 종교안에서 내가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허구에 동승하고야 마는.....

 

그만큼 종교는 어려워지고 개인의 신심은 방황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성령께서 안배할 것이고......! 그렇다. 미례종교와 미례세대를 위해 그 맥을 상실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현재이다. 조금만 빨리 후임 추기경을 선임했더라면 지구 역사상 초유의 콘클라베에 한국의 순교선열들의 피도 동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타까움이 새록새록 깊어진다. 아~~! 사랑하는 한국 가톨릭교회도 새로운 시대를 기약하고 있구나! 너무나 애틋한, 너무나 사랑하는, 너무나 존경하는, 너무나 오랜 우리들의 가슴이신, 너무나 깊은 우리들의 위로였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발자취를 그림자로 삼아야 하는....... 그리고 새 길을 열어야하는.......

 

비록 오늘부터 시작되는 콘클라베에 우리 선열들의 피를 대신해서 동참하시는 추기경님은 계시지 않지만 지구 전체에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는 교황께서 선임되시기를 성령께 청하는 바이다.

아울러 새 교황님께서는 한국 교회에 새 추기경님을 한 분만 주실 것이 아니라 두 분? 세 분? 네 분도 한꺼번에 주시는 은혜를 청해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가슴이 싸아한지????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을 너무나 사랑한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 이외의 다른 추기경님을 생각해 보지 않은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을 뒷방 할아버지로 몰아버릴 것 같은 무례를 범하기 싫은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승하하시기 전에는 다른 어른을 모시기 싫은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격동기 한국의 고뇌를 다 짊어져 주신 애환에 대한 배신을 하기 싫은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걸어오신 업적이 너무 크고 높으신 뜻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이고, 그것은 내가........

 

그래도 오시는 때를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성인성녀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성인성녀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성인성녀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ㅡ아멘!ㅡ

 

추기경님!

우리들의 김수환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건강하십시요.

항상 행복하십시요.

 

ㅡ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요한10,11ㅡ 

 

호수에는 물이 들고 나는데

 

 

열두 발 상모줄은 돌고 돌아 또 돌고.....

 

 

세월은 저 넘어에서 부터 봄을 재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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