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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수무책인 양들<1>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9 조회수966 추천수3 반대(0) 신고

 

 

4월 17일(일)요일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 (요한10, 1-10)

 

주일인 엊그제 가톨릭 출판사에서 있었던 관상 피정 미사에서 예수회의 신원식 신부님께서 해 주신 강론 말씀입니다.

 

어제 잠깐 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물을 보았습니다. 동물들이 어떻게 잡아 먹고 잡아 먹히는가를 시청하면서 정말 대단히 잔혹함을 보았습니다. 다큐멘터리 끝부분에서 나래이터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물들의 생존 경쟁은 정말 치열한데 지금 살아 있는 동물들은 수백만번의 공격을 이겨냈을 터이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입니다. 

 

도대체 양들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양은 모든 동물들중에 가장 공격성이 적고 방어력이 떨어지는 동물들입니다. 다른 동물들이 대항하면 속수무책입니다. 염소는 뿔로 한 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양들의 뿔은 안으로 둥글게 말려 있어서 공격할 수도 없지만 받을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달리기를 잘 한다든지 색깔을 변하게 하여 숨기라도 할 수 있는데 양은 초록의 초원에 흰색이라 금방 눈에 띄입니다.

 

도대체 이런 양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수 백만년에 걸쳐 없어지지 않고 종을 유지시켜온 것이 기적같이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다 못해 번식력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거북이는 방어력이 없지만 알을 많이 낳아, 알이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90%가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종을 유지 시킬 수 있습니다. 양은 누가 해꼬지를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오래전에 제가 호주에 있을 때 신자중에 양을 키우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양을 5천마리 정도씩 키웠는데, 그곳은 6,7,8월이 겨울이고 5월이 가을이어서 그 때 양들이 털을 깍이게 됩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털이 많이 나고 털이 가장 좋으니까 양들의 털이 싹 깍이는 것을 보고 지금도 모직으로 된 옷은 입기가 거북합니다. 양들은 발가 벗고 바깥 들판에서 한 겨울을 납니다. 그것에 대해 양들은 아무 저항을 하지 못합니다. 내가 따뜻하게 입기 위해 추운 겨울에 털을 모두 깍아 버리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양들의 이런 모습에서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양이라는 이미지가 우리를 지칭하기도 하고 어린양으로 표현되는 예수님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양은 그냥 모욕을 당하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 양들이 오직 자기 생명을 보호 받기 위해 유일한 것은 목자에게 의존하는 것입니다. 그 대신 목자가 양들을 보호해 주십니다. 그래서 양들은 목자를 철저하게 따라 다닙니다.

 

예수님 시대에 목자란 비천한 직업이었는데 한 번 나가면 몇 달을 양들과 함께 풀을 찾아 다닙니다. 양들을 지키기 위해 밤샘을 하기도 하는데,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양들을 치는 목자들이 여러명이 모입니다. 임시로 울타리를 치고 다 몰아 넣읍니다. 혼자서 양들을 지키는 것보다 여럿이서 지키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날이 밝으면 먼저 일어난 목자가 휙 휘파람을 불고 길을 나서면 양들이 자기 목자를 알아보고 한마리 한마리 따라 나섭니다. 목자들도 자기 양들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수백마리가 한데 섞여 있어도 자기 양을 알아 봅니다. 다른 목자가 또 휘파람을 불면 자기 양들이 따라 나옵니다. 그런 식으로 몇 달을 돌아 다닙니다.

 

양들은 목자가 없으면 자기 생명을 보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은 우리 자신들도 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습니다. 자기 생명에 대해 책임질 수 없습니다. 고통이나 불행도 어느 날 갑자기 닥쳐 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예수님을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가려면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 가면서 고통이 닥쳐 왔을 때 신앙 따로 삶 따로입니다. 너무나 신앙이 필요한 때 신앙을 잊고 살 수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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